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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의 실상이 어떤지 쉽게 알게 해주네

[서평] <굿모닝 예루살렘>

등록|2012.08.08 17:05 수정|2012.08.08 17:05

▲ <굿모닝 예루살렘>의 앞표지. ⓒ 도서출판 길찾기, 이미지프레임


'왜 중동지역은 늘 전쟁 중인 것 같지?'

TV 뉴스에서 중동지역의 차량폭탄 테러 소식을 접하거나, 미국 또는 유럽 국가가 중동 지역에 군대를 보내고, 최근 시리아 사태처럼 이런저런 문제가 터지는 걸 볼 때마다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다. 대체 그들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어서 그러는지 궁금했다.

그런 궁금증을 이 책을 보며 어느 정도는 풀수 있어 우선 좋았다. 이 책은 '기 들릴'이라는 캐나다 출신 작가가 그린 만화로, 마치 웹툰처럼 하나의 제목에 몇 페이지씩 그린 것을 모아놓은 짧은 챕터 형식이다(배경과 스토리는 챕터마다 이어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기 들릴은 과거 북한 방문기를 그린 <평양>이란 작품도 내놓았던 작가로, 이번에는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인 아내를 따라 이스라엘에 간 이야기를 만화로 펴낸 것이다(물론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건 2011년이니 최근이 아니지만, 국내 번역판은 2012년 7월에 나왔다). 

책을 보다보면 초반에 정착촌이란 개념이 눈에 들어온다. 정착촌이란, 팔레스타인의 땅을 이스라엘이 점령한 뒤, 유대인들을 가서 살게 해 형성된 마을이다. 마치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우리나라에 그랬듯이 한 것인데 평화를 지향하는 국제사회의 시각에서 볼 때 분명 이스라엘도 일본도 잘못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에는 유대인과 아랍인이 함께 살고 있다. 마치 미국에 백인과 흑인이 같이 살고 있는 것처럼 생각해보면, 비록 인종간의 갈등 같은 건 있을 수 있겠지만 서로 민족이 다르다고 해서 같이 행복하게 못 살게 될 것도 없다. 어느 나라나 다문화사회 아니던가. 우리나라도 그렇고. 게다가 유대인과 아랍인이 믿고 있는 종교는 크게 보면 하나의 종교에서 파생된 것이다.

그런데도 유대인과 아랍인은 타는 버스부터 다르다. 또한 이스라엘에는 수많은 검문소가 있다. 혹시 수상한 사람이 접근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분리 장벽이란 것도 있는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테러로부터 유대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예루살렘과 서안지구(이스라엘 내에 있는 아랍인 거주지구)를 분리하기 위하여 만리장성 같은 긴 장벽을 쌓은 것이라 한다. 이 장벽으로 인해 서로 왕래가 어려워 서안지구는 게토(미국에서 흑인 또는 소수 민족이 사는 빈민가)화 되었다는 것이다.

분명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테러는 동의할 수 없는 반평화 행위다. 하지만 같은 땅에서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니 유대인과 아랍인은 되도록 서로 교류하며 지내는 게 오히려 지긋지긋한 테러나 전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그들뿐만 아니라 북한과 우리나라도 말이다. 종교나 민족이 같다는 것도 다 떠나서 그냥, 영토가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서로 잘 지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평화를 위해서 말이다.

▲ 그림체와 글이 이런 식으로 되어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어렵지않게 접근할수 있는 '재밌는 교양만화'라고 보면 될것 같다. ⓒ 도서출판 길찾기, 이미지프레임


미국과 전 세계에 안 좋은 일이었지만, 지난 9.11 테러는 그동안 '아랍은 악이고 이스라엘은 선이다'라는 식으로 생각해온 것이 잘못이라는 걸 알게 해주었다. 테러 자체는 다시는 없어야 할 만행이지만, 그 이후 그런 위험천만한 짓을 하게 되기까지 아랍인들로서도 유대인에 의해 고난을 겪어왔을 거라는 걸 비로소 알 수 있게 해준 건 분명하다고 볼수 있다.

어느 한쪽이 절대선이 아닌 현실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땅을 불법점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국제법상으로는 불법인데, 이스라엘법상으로는 불법이 아닌 것이다. 텔아비브와 함께 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예루살렘은 과거 예수의 제자들이 삶을 살았던 곳이기도 한데 그들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유대인과 아랍인들이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던 위대한 스승의 가르침을 어기고 서로 다툼을 일으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런 중동지역의 현실을 여행기 비슷하게 담아놓았다. 이원복 교수의 <먼 나라 이웃나라>처럼 어렵지 않게 국제정세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이 책의 또 다른 좋은 점이다. 물론 독자에 따라선 작가가 반유대인적 정서에 치우쳐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어떤 치우침을 느끼든 스스로가 원하면 중립적으로 보면 그뿐일 것이다.

기자가 볼 때 이 책은 중동지역과 이스라엘의 현실에 대해 그곳에 직접 가보지 않고는 모를 내용들을 담고 있다. 기자는 유대인도 아랍인도 아니기에 마치 이 책 뒤표지에 그려진 무장한 군인처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책장을 넘기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책을 다 보고 나서는 중동지역 문제에 대해 어느 한쪽의 의견만 들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북한과 우리나라는 이들보다는 나은 편인걸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사태 등을 떠올려보면 뭐가 낫고 안 낫고가 없는, 우리도 아직 분쟁지역에 살고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중동지역과 한반도, 두 지역이 보다 평화로워지기 위해서는 우선 서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이 책을 독자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굿모닝 예루살렘> 기 들릴 쓰고 그림, 서수민·맹슬기·이하규 옮김, 길찾기 펴냄, 2012년 7월, 336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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