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범벅' 낙동강, 양수기로 물 뿌려 응급처치
[현장] 죽은 녹조류 덩어리에서 악취... 근본 대책 필요
녹조로 어린 물고기가 죽고, 잠자리가 물에 빠졌다가 날아가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취수장 부근에서는 녹조를 차단하기 위해 양수기로 물을 퍼 올려 뿌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9일 낙동강은 홍역을 앓고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4대강사업저지낙동강지키기경남본부 이경희 공동대표와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과 함께 경남권 낙동강을 답사했다.
▲ 낙동강 본포취수장 부근에 녹조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9일 양수기로 물을 퍼올려 뿌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 낙동강 창녕합천보와 붙어 있는 상류의 작은 하천에 9일 오전 죽은 녹조류가 덩어리로 떠올라 악취를 내고 있었다. ⓒ 윤성효
이날 오전 7시 30분경 본포취수장부터 들렀다. 창원지역 시민들의 식수원을 취수하는 곳이다. 수온과 햇볕, 염장염류, 유속의 영향을 받는 녹조이기에 대개 아침에는 잘 발생하지 않는데, 본포취수장 부근에는 녹조 색깔을 띠기 시작했다.
곧바로 최근 들어 녹조 현상이 심각한 창녕합천보로 향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의 현장 조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오전 9시경 현장에 도착했더니, 합천보 바로 상류에서 고무보트가 움직이고 있었다. 모여 있는 녹조류를 흩어지게 하려는 의도로 고무보트를 운행했던 것이다.
이어 합천보 상류 합천군 율지면 율지교로 향했다. 낙동강을 가로지른 율지교에 서서 낙동강을 보니 녹조 색깔이 나타나 있었다. 특히 강 가장자리가 더 심해 보였다.
▲ 낙동강 창녕합천보 일대에 녹조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지천인 합천 회천에도 녹조가 심하다. ⓒ 윤성효
▲ 낙동강 창녕합천보 일대에 녹조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지천인 합천 회천에도 녹조가 심하다. ⓒ 윤성효
▲ 낙동강 창녕합천보 일대에 녹조현상이 심한 가운데, 임희자 마창진환경연합 사무국장이 율지교 부근에서 낙동강을 내려다 보며 살펴보고 있다. ⓒ 윤성효
낙동강의 지류인 합천 회천도 마찬가지였다. 녹조 현상이 심했던 것이다. 임희자 사무국장은 "4대강사업을 하기 이전에 회천은 그야말로 1급수였고, 녹조가 한번도 발생한 적이 없었다"면서 "그런데 합천보에서 물을 가두기 시작한 첫해부터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의 또 다른 지류인 합천 덕천강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녹조현상이 짙어지고 있었다. 덕천강 끝에서 보니 저 멀리 합천보의 구조물이 보였다.
▲ 낙동강 창녕합천보 일대에 녹조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지천인 합천 덕천강에도 녹조가 심하다. 사진 위 부분이 합천보다. ⓒ 윤성효
합천보의 다리를 지나 합천보 왼쪽(아래에서 보았을 때) 방향으로 향했다. 행정구역으로는 합천군 청도면이다. 합천보 수력발전소 바로 위쪽에, 낙동강과 붙어 있는 작은 하천이 있었다.
그 하천을 보았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경희 대표는 "마치 유화 같다"고 말했다. 합천보의 구조물이 바로 눈앞에서 보이는 곳이다. 녹조류가 죽어 덩어리로 둥둥 떠 있었고, 악취가 진동했다.
임희자 사무국장은 "이틀 전에 이곳에 와서 확인했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다. 녹조 현상이 심한 정도였다. 그런데 그 사이 녹조류가 죽어 덩어리로 떠오른 현상이 발생했다. 이번 여름 녹조 발생 이후 최악의 현장이다"고 말했다.
뒤이어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현장을 본 뒤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손으로 물을 떠 보기도 했는데, 악취가 진동해 손으로 코를 막고 있어야 할 정도였다.
▲ 낙동강 창녕합천보와 붙어 있는 상류의 작은 하천에 9일 오전 죽은 녹조류가 덩어리로 떠올라 악취를 내고 있었다. ⓒ 윤성효
▲ 낙동강 창녕합천보 일대에 녹조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9일 오전 어린 물고기가 죽은채 발견되었다. ⓒ 윤성효
▲ 낙동강 창녕합천보 일대에 녹조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9일 보 상류 강 위에 앉았던 잠자리가 녹조 때문에 날아 오르지 못하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 윤성효
이곳에서는 잠자리가 강 위에 내려앉았다가 날아오르니 못하는 광경이 보였고, 어린 물고기가 강 가장자리에서 죽어 있었다. 환경연합 관계자는 "녹조가 심하면 물고기들은 가장자리로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광경을 본 장한나 의원은 "녹조 때문에 생명이 죽어 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나온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 김상배 청장은 "이곳은 낙동강이 아니다"고 말했다. 낙동강의 본류가 아니라 지천의 하나로 본 것이다. 그러면서 김 청장은 "녹조류가 죽어 발생한 현상이다"고 말했다.
녹조 방제 대책의 하나로 보에 가둬놓은 물을 하류로 흘러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조성설 한국수자원공사 합천보 관리소장은 "물을 하류로 무조건 흘러 보낼 수 없다. 농사용 취수도 해야 하는데 물을 빼버리는 건 오히려 더 큰 문제다"고 말했다.
▲ 낙동강 본포취수장 부근에 녹조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9일 양수기로 물을 퍼올려 뿌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 9일 오후 낙동강 본포취수장 부근에 녹조 현상이 심각하다. ⓒ 윤성효
마지막으로 아침에 들렀던 본포취수장을 다시 확인했다. 아침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녹조현상이 심했다. 취수장 앞에 설치된 '생태보도교'에는 양수기 5대가 설치되어 강에서 퍼올린 물을 내뿜고 있었다. 그 앞에는 방제선이 설치되어 있었다.
양수기 작업자는 "물을 뿌리면 흘러가니까 녹조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곳에서는 고무보트가 녹조가 발생한 강 위를 운행하고 있었다.
임희자 사무국장은 "4대강사업 때문에 낙동강 녹조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할 것이고, 녹조 현장을 촬영한 사진과 물을 떠 와서 창원시내에서 전시회를 열어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낙동강 본포취수장 부근에 녹조현상이 심각다. ⓒ 윤성효
▲ 9일 낙동강 본포취수장 부근에 녹조 현상이 심한 가운데, 바닥에 붙어 있던 검정색 이끼류가 물 위로 떠올라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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