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신당권파 재창당, 진보 세력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

[이털남 156회] 진중권-김성식의 '전방위 토크'

등록|2012.08.10 17:10 수정|2012.08.10 17:10
지난해 12월 대중적 진보정당 건립을 위해서 야심 차게 창당되었던 통합진보당이 결국 창당 8개월 만에 파국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진보진영이 단일 대오를 이룬다는 대의를 가지고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그리고 진보신당 탈당파까지 다양한 성격의 세력이 하나의 깃발 아래로 모였지만, 일부 세력이 민심을 대변해 줄 것이란 기대를 저버리는 패권주의적 행태를 보여 내홍이 커지더니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약 13% 가까이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와 원내대표직을 사임한 심상정 의원이 7월 27일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남소연


강기갑 대표 체제 이후 야심 차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 혁신이 끝내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지난 7월 말 의원총회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부결되면서부터다. 통합진보당 내 중립파로 알려진 김제남 의원이 마지막에 구당권파의 손을 들어주면서 제명안은 부결되었고 결국 신당권파는 현재의 체제로는 그 어떤 혁신도 이룰 수 없음을 선언했다. 이어 당을 해산, 재창당하겠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나왔다. 대중 진보정당 건설의 꿈이 1년이 채 안 돼 실패로 끝난 것이다.

☞ 아이튠스에서 <이털남> 듣기
☞ 오마이TV에서 <이털남> 듣기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은 10일 '전방위 토크' 코너에서 김성식 전 의원과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함께 실패로 끝난 통진당의 혁신과 진보정당이 나아갈 길에 대해 대담을 진행했다.

진중권 "생존 위해 처음부터 물리적 결합을 했었다"

김 전 의원은 "패권주의의 뿌리를 자르려다가 가위가 부러졌다"며 "애초에 각 계열이 생존을 위해 기능적 봉합을 한 것이 충분한 사랑 없이 결혼한 것과 같은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합의 이혼'이 불가피하다는 신당권파의 의견을 들어 애초부터 정당 운영 방식에 대한 합의는 없었기 때문에 통합 자체가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는 주장을 편 것.

진 교수 역시 "(각 계열이) 생존을 위해 처음부터 화학적 결합이 아니라 물리적 결합을 했다"며 "그렇지만 13석을 얻었으니 그 나름으로 당시에는 그것이 합리적인 길이기는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보아 김제남 의원의 '배신'으로 결국 야심 차게 진행했던 강 대표 체제의 혁신마저 실패하고 말았지만, 처음부터 이러한 통합의 과정이 없었다면 19대 총선에서 끝내 3%의 지지율을 얻지 못해 해산된 진보신당의 길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 전 의원은 "13석을 얻었던 것은 국민에게 진보정당으로서의 숙제를 받았던 것인데 구당권파의 교조주의로 당내가 동아리처럼 운영되었다"며 "(이석기·김재연) 제명 부결에 '양심의 승리'라고 코멘트 하는 것을 보고 교조주의는 힘은 강하지만 국민과는 결국 멀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당권파의 교조주의적 운영은 진보정당을 민주적으로 거듭나게 하는 과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구당권파는 자신들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면 13석 절대 못 얻는다"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게 통합의 역할이었는데 이들은 자기들 노력만으로 그 표를 얻은 줄 안다"고 말했다. 유시민, 노심조 등은 한마디로 정당의 얼굴 역할을 하고, 정당으로서의 조직력은 구 당권파의 힘을 빌린 것인데 구당권파가 어떤 착각 속에서 자기들의 노력보다 더 많은 결과를 가져가려고 했다는 것.

이렇듯 신당권파 입장에서는 구당권파와의 공존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이 되었고 결국 재창당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당권파 세력이 이대로 민주통합당에 입당하는 것은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심상정 의원은 민주당의 왼쪽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왼쪽을 책임지겠다는 말을 했다"며 "독자세력으로서 자신의 지지기반을 얻고 정책을 새로이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진 교수 역시 "당분간은 세력 전체가 진보정당 건설에 매진할 것"이라 주장했다. 다만 진 교수는 "진보 정치는 민주당 틀 내에서 좌파 블록을 형성하는 미국식, 독자 정당 노선을 표방하는 유럽식으로 나뉜다"며 "만약, 이번 재창당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민주당에 흡수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13% 지지율이 아무리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어도 국민에게 진보정당에 대한 수요는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다. 그 부분에서 현재 진보정당 재건설의 과제는 한국 정치 전체를 놓고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우선 당을 해산하게 되면 정당으로서의 국고 보조금의 문제, 당내 의석의 분리 문제 등 복잡한 어려움이 많고, 구당권파와의 결별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현실적으로 커다란 실익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김성식 "새로운 당의 이름은 '진보민주당'이 되었으면..."

이에 진 교수는 "아마 싸우다가 끝내 나올 것"이라며 당 해산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해볼 것은 해보다가 결국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또 신당권파의 비례대표 3명도 문제라며 제명을 하지 않는 이상 의원직 유지가 힘드니 결국 당내에 남아서 당 바깥의 재창당한 신당권파 세력과 규합하는 형식으로 재창당을 진행할 것이란 전망을 하였다.

덧붙여 김 전 의원은 "그 3석으로 통진당 내에서 마치 '알박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국민이 이걸 좋게 봐주셔야 한다"며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정치 발전을 위한 과제에 필요한 과정임을 설명했다. 3명만 남고 신당권파가 다 탈당하여 재창당하는 경우 의원직이 6석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그 3명은 비례대표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고로 구당권파가 알아서 그들을 당에서 제명해주지 않는 이상 버티기의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성공적인 재창당을 위해 결국 새로운 당이 어떤 결합과 당 운영을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신당권파 세력만 해도, 유시민을 중심으로 한 구 국참당계, '노심조'로 대표되는 진보신당 탈당파, 강기갑 대표의 인천 연합 등 다양한 집단이 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공통의 적이 있었을 때는 노선이 조금 달라도 그 차이가 진영 내에서 묻힐 수 있지만 적이 없다면 때에 따라 신당권파 세력 내에서 노선 차이가 극명히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진 교수는 "그것을 싱크레티즘이라 한다"며 "과거 크레타 섬 사람들이 다양한 세력 속에서 각자 다른 독자성을 지닌 채로 공통의 사안에 협력했던 것과 같다"고 말했다. 생각이 다르고 이념이 달라도 그 가운데에 함께 할 수 있는 공통의 일이 분명 있고 거기에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진 교수는 사실 당내 세력을 당장 이념적으로 동질화시킬 수 없으나 유럽 사민주의 모델 정도의 교집합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교집합 아래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민주적 규칙이다. 다수결 원칙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따르면서도 동시에 소수의 지분 역시 확보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김 전 의원은 새로운 당의 이름은 '진보민주당'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당내 민주주의적 요소가 혁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재창당에서 사민주의 모델이라는 것이 이른바 진보세력 간의 최소한의 교집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적 특성을 반영하여 사민주의적 정강정책을 실현하는 것과 동시에 또한 당내 화합을 위해 민주적인 규칙 아래에서 갈등 관리와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정리할 수 있다. 김 전 의원은 신당권파 내에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 등 이른바 검증된 정치인들이 많다며 이들이 적극적인 리더십으로 시민사회에 다가가는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 역시 "진보정당의 가시적인 성과는 바로 인물을 통해서 드러난다"며 당 전체의 노력이 인물을 통해 결실을 맺으니 이제 이들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진보 정당의 건강한 자체 세력 구축에 이어 중요한 것이 진보 세력의 외연 확장이다. 김 전 의원은 대중적 진보정당의 급진성이 현대화의 차원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세상을 적극 바꿔보려면 범국민적으로 어느 정도의 컨센서스를 이뤄내야 할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또한, 진 교수는 진보 세력이 '재생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현재로서 진보 운동의 재생산 구조가 민주화 이후 대학 내에서 끊어져 버렸고, 이제는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을 어떻게 진보 정치 세력 내로 수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두 대담자는 신당권파에게 주어진 기회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진 교수는 "이번에 혁신에 실패하면 민주당에 입당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번 혁신이 국민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 전 의원 역시 "당장 대선이나 야권 연대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혁신에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며 "그런 대선 국면의 선거 전략을 짤 시간에 삶과 죽음을 오가는 자기 혁신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