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정책 뒤집는 MB, 과연 지지율도 뒤집힐까
추진 중인 '한일군사정보협정' 철회 없이는 정치적 퍼포먼스에 불과
▲ 10일(현지시각),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보도한 BBC 누리집 ⓒ BBC 갈무리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년간 자신의 임기동안 보여준 외교정책과 상반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 강경정책을 고수해오던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는가 하면, 독도를 갑작스럽게 방문해 '친일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긴밀한 관계였던 일본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남북이 분단된 현실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나, 터무니없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 '독도는 우리의 영토'라는 뜻을 전달하는 것 자체는 모두 국가 최고 통치권자로서 마땅히 해야할 당연한 일이자 의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이러한 행동들은 지난 4년 임기 내내 그가 고수해오던 외교노선과 정반대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외교정책의 변화가 서서히 이루어진 것이 아닌 느닷없는 것이었기에 언론과 국민은 그 의미를 해석하고 이유를 찾느라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손바닥 뒤집듯이 자신의 외교정책 뒤집는 MB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지속되었던 햇볕정책을 비판하면서, 대북 강경노선을 내세웠다. 급속도로 냉각된 남북관계로 이후 금강산 관광은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중단되었고, 관광사업에 투자했던 많은 사람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뿐만 아니라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 간의 갈등은 최악으로 치달았고, 연평도 사태와 같은 북한의 도발은 더욱 거세졌다. 남북관계는 휴전 이후 그 어느때보다도 긴장상태가 고조되었다.
그러던 이명박 정부가 연평도 포격사태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 통일부가 지난 8일 북한측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했으나, 이틀 뒤인 10일 북한은 거절의사를 밝혀왔다. 지난 4년간 북한을 압박하고자 강경한 대북정책을 고수했고, 다시 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이 없었기에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통일부는 밝혔지만, 정권 말에 갑자기 태도를 바꾼다고 해서 북한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에 대한 외교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일본 정부에는 독도 문제 등 다양한 도발에도 매우 관대한 입장이었다. 일본이 방위 백서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여도 매년 비슷하고 짧은 말로 유감을 표시하는 선에서 그쳤다.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과거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며 실용외교를 주장한 것이었다.
교과서에 독도 영토주장을 싣겠다는 일본에 "지금은 곤란하다,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던 것이 위키리크스 문건에 의해 폭로되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자위대가 동해에 진출할 수 있는 구실이 될 '한일군사정보협정'을 국회의 동의없이, 비밀리에 진행하던 것이 드러나 '친일 논란'이 거세지면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 대통령은 "몰랐다"는 변명을 하면서, 협정의 절차에 문제가 있었으나 협정 자체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런데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다. 국내언론에 '엠바고(비보도 요청)'까지 주문하면서 갑자기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이다. 그동안 일본의 독도도발에 대해 '조용한 외교'를 유지해오던 것이 지난 여러 정권동안 우리 정부의 입장이었고,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독도를 방문한 적은 없었다. 일본 정부는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면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독도와 관련된 영토분쟁을 세계적으로 알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기에 대한민국 정부로서는 그에 응해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독도행을 택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서 소식을 입수한 일본 정부는 한일관계 악화를 우려한다면서 방문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끝내 독도에 갔고, 그의 방문소식에 일본 총리는 대사관을 불러 항의했고, 한국정부에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과연 무엇을 위해서 일본 정부와의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독도를 방문했던걸까.
추락하는 지지율, 터져나오는 친인척 측근 비리... 탈출구가 절박했던 MB
이명박 대통령이 갑자기 독도를 방문한 의도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낮은 국정지지도가 있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최근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비리로 구속되는 등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동안 자칭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부해왔기에 국민들의 실망은 더욱 크기만 하다.
또한 이 대통령의 업적이라 자화자찬하던 정책인 4대강 사업은 강물의 자연적 흐름을 막아 강마다 충격적일 정도로 녹조가 증가하며 오염되고 있다는 비판, 건설노동자들의 임금 체불과 비리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그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시공으로 무분별한 환경파괴가 벌어져 '습지파괴상'을 받는가 하면, 정작 농가의 가뭄 해갈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밤낮없는 공사 강행으로 18명의 인부들이 죽어나가도 이명박 정부는 이에 대해서 큰 유감을 표시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인천국제공항과 우주항공사업 등 각종 알짜배기 사업과 시설들을 국민의 동의없이 민영화하는 방침을 내리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민영화 과정에서도 친인척 비리 의혹이 제기되어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독도 방문은, 이러한 본인과 측근이 관련된 문제와 비리들, 그리고 최근 여당에 제기되고 있는 '군사반란 옹호' 논란이나 공천뇌물 보도까지도 순식간에 잠재우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었다. 또한 광복절을 앞둔 시점이니만큼 국민들의 지지율을 다시 얻을 수도 있을거라는 계산이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독도 방문, '한일군사정보협정' 철회 않고서는 의미 없어
독도는 지난 우리의 역사가 증명해주듯이 대한민국의 영토였고, 지금도 그렇다. 영토 실효권은 우리 국민이 살고 있으며 경찰이 주둔중인 대한민국에 있다. 이는 자국 대통령의 방문 유무와 관계없이 자명한 일이다.
이번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에서 '당당한 한일외교'를 국민들이 그다지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지난 4년간 전혀 해오지 않았던 행동을 하며 태도를 갑자기 바꾸었다는 점에서 의문이 생긴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더불어,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거론했던 '한일군사정보협정'에 대해서는 국민의 반대여론이 커지자 입을 다물어버릴 뿐, 여전히 협정을 철회하지 않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도, 통일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도 모두 비밀리에 진행하려고 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각 그 자체는 충분히 칭찬받을만한 외교정책이라 하더라도, 일관성 없는 외교노선 변화는 국민들이 좋아할만한 '깜짝쇼'를 선보여 지지율을 높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을 낳기에 충분하다.
정치인은, 특히나 한 나라의 대통령은 '퍼포먼스'나 '쇼'가 아니라 정책을 통한 행동으로 자신의 신념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무리 바른 말을 한다고 해도, 그 정치인이 보여주는 정책이 그와 반대되는 것이라면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아냥을 듣게될 것이다.
"우리땅인 독도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문장은 매우 당연한 말이지만, 독도가 있는 동해에 그 섬을 노리고 있는 일본 자위대가 진출할 발판이 될 한일군사정보협정의 체결을 추진 중인 이명박 정부가 하기에는 낯부끄러운 소리일 뿐이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단순히 국민들의 마음을 돌려보려는, 국정 전반에 대한 비판과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정치적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일군사정보협정을 백지화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국민들은 말과 행동이 다른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갑작스런 정책의 변화에 앞서, 지난 정책들에 대한 반성이 수반되고 앞으로 계속된 정책의 변화가 이어져야 마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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