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 국가장학금? 이건 아닙니다"
['국가장학금 분노기' 시상식] 국가장학금 제도 허점 많아... "반값등록금과 병행돼야"
"내 나이 26, 2번의 휴학.
현재 내 통장 잔고 3500원.
현재 내 정부보증 학자금대출 금액 3200만원. 그리고 제3금융권 대출금까지"
- '국가장학금 분노기' 1등 수상작 중-
참여연대와 '반값등록금 국민본부'는 6월 15일부터 7월말까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국가장학금 분노기' 공모전을 실시했다. 가난을 피알(PR)해야 하는 현실, 노예에 가까운 아르바이트 생활, 국가장학금 제도로 인해 장학금이 줄어든 사연 등 20여 편의 사연이 들어왔고, 그중 7편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게재됐다. (☞바로가기 : 국가장학금 분노기 특별기획면)
참여연대와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가장학금 분노기' 공모전 시상식과 함께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야당 국회의원들과 국가장학금 제도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국가장학금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약 1조 7500억 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월 국가장학금 제도를 통해 약 19%의 등록금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참여연대와 반값등록금 국민운동본부측은 "국가장학금에 책정된 예산만으로 등록금 부담을 덜기에는 역부족"이라며 "특히 학점기준과 소득기준 때문에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장학금 지급 기준 한정돼...등록금 부담 여전
국가장학금 분노기 공모전에서 1등을 수상한 김성은(26)씨는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두 차례 휴학을 했다"면서 "'초과 학기'를 다닌다는 이유로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아버지의 암투병까지 겹쳐 휴학을 결심했다는 김씨의 글이 오마이뉴스에 소개되자 45만원 상당의 '독자원고료'가 지급되는 등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제 어려운 사정이 언론을 통해 나간다는 게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요. 부모님이나 친척들이 보면 어떡하지? 제 사정을 언론에 인터뷰 했다가 부모님께 혼난 적도 있어요. 그렇지만 잘못된 제도는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마이뉴스에 제 글이 게재된 이후에 '네가 인생 잘못 산거다, 그렇게 힘들면 뭐하러 대학 갔느냐' 식의 댓글이 달린 걸 보고 상처도 받았어요. 그래도 원고료도 많이 주시고 응원하는 댓글도 많아서 이 문제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국가장학금 제도가 빨리 개선돼서 후배들이 등록금 고통 없는 세상에서 대학을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2등을 수상한 박선희씨는 "우리나라에서 장학금을 받으려면 빈곤을 팔아야 한다"며 자신을 '빈곤팔이 소녀'라고 소개했다. 박씨는 "가난을 증명하기 위해 건강보험지출내역서와 파산신고서, 가족관계 증명서를 제출했다"면서 "1년에 10번 이상 서류를 떼러 다닌 적도 있다"고 말했다.
2011년 한국장학재단에서 '저소득층 우수드림 장학금'으로 250만원을 지원받던 박씨는 국가장학금이 도입되면서 장학금이 반으로 줄어 오히려 등록금 부담이 120만원 증가했다. 박씨는 "국가장학금이 도입되면서 기존의 다른 장학금 제도가 사라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이 늘어났다"며 "정부가 지원하는 한정된 재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록금 인하에 소극적인 사립대
이 자리에 참석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정진후, 유은혜, 박홍근, 유기홍 의원은 등록금 부담 경감을 위해 국가장학금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은 "세 딸을 대학에 보내고 있는데 등록금을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 의원은 "국가장학금은 제도적 허점이 많은 정책"이라면서 "특히 국가장학금 2유형의 경우 1000원짜리 장학금을 지급한 대학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장학금은 크게 소득하위 3분위에 대해 장학금을 차등으로 지급하는 1유형과 각 대학별로 차등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2유형으로 나뉜다. 그러나 국가장학금 2유형의 경우 평균 수령액이 46만8700원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요 사립대학들의 등록금 인하율이 정부가 권고하는 5%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국가장학금 예산을 지원 받지 못한 일부 대학은 등록금 인하를 이유로 오히려 학생들의 장학금이 축소하거나 수업일수를 단축하기도 했다.
한양대 국문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우선씨는 "학교에서 가계곤란 장학금을 100만원씩 받았는데 국가장학금이 생기면서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이 40만원으로 깎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알고 보니 학교가 등록금을 2% 인하하면서 장학금 혜택도 함께 줄어든 것"이라며 "국가 장학금이 오히려 독이 됐다"고 설명했다.
민주통합당 유은혜 의원은 "대학 4학년에 올라가는 딸아이가 등록금 때문에 휴학을 했다"며 "대학등록금 문제는 나와 딸아이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도 이자 부담이 커 학생들이 감당하기에 어렵다"며 "반값등록금과 국가 장학금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정진후 의원 역시 "국가장학금 제도는 등록금 인하 정책인지, 성적우수 장학금인지,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교육복지정책인지 정책목표가 불분명하다"며 "반값 등록금을 정책으로 만들어 돈이 없어서 공부 못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내 통장 잔고 3500원.
현재 내 정부보증 학자금대출 금액 3200만원. 그리고 제3금융권 대출금까지"
- '국가장학금 분노기' 1등 수상작 중-
참여연대와 '반값등록금 국민본부'는 6월 15일부터 7월말까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국가장학금 분노기' 공모전을 실시했다. 가난을 피알(PR)해야 하는 현실, 노예에 가까운 아르바이트 생활, 국가장학금 제도로 인해 장학금이 줄어든 사연 등 20여 편의 사연이 들어왔고, 그중 7편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게재됐다. (☞바로가기 : 국가장학금 분노기 특별기획면)
참여연대와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가장학금 분노기' 공모전 시상식과 함께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야당 국회의원들과 국가장학금 제도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국가장학금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약 1조 7500억 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월 국가장학금 제도를 통해 약 19%의 등록금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참여연대와 반값등록금 국민운동본부측은 "국가장학금에 책정된 예산만으로 등록금 부담을 덜기에는 역부족"이라며 "특히 학점기준과 소득기준 때문에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장학금 지급 기준 한정돼...등록금 부담 여전
▲ '반값등록금 국민본부'와 참여연대가 진행한 국가장학금 분노기 공모전 시상식이 13일 국회회관 1004호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교과위 소속 야당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국가장학금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공모전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 김희진
국가장학금 분노기 공모전에서 1등을 수상한 김성은(26)씨는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두 차례 휴학을 했다"면서 "'초과 학기'를 다닌다는 이유로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아버지의 암투병까지 겹쳐 휴학을 결심했다는 김씨의 글이 오마이뉴스에 소개되자 45만원 상당의 '독자원고료'가 지급되는 등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제 어려운 사정이 언론을 통해 나간다는 게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요. 부모님이나 친척들이 보면 어떡하지? 제 사정을 언론에 인터뷰 했다가 부모님께 혼난 적도 있어요. 그렇지만 잘못된 제도는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마이뉴스에 제 글이 게재된 이후에 '네가 인생 잘못 산거다, 그렇게 힘들면 뭐하러 대학 갔느냐' 식의 댓글이 달린 걸 보고 상처도 받았어요. 그래도 원고료도 많이 주시고 응원하는 댓글도 많아서 이 문제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국가장학금 제도가 빨리 개선돼서 후배들이 등록금 고통 없는 세상에서 대학을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2등을 수상한 박선희씨는 "우리나라에서 장학금을 받으려면 빈곤을 팔아야 한다"며 자신을 '빈곤팔이 소녀'라고 소개했다. 박씨는 "가난을 증명하기 위해 건강보험지출내역서와 파산신고서, 가족관계 증명서를 제출했다"면서 "1년에 10번 이상 서류를 떼러 다닌 적도 있다"고 말했다.
2011년 한국장학재단에서 '저소득층 우수드림 장학금'으로 250만원을 지원받던 박씨는 국가장학금이 도입되면서 장학금이 반으로 줄어 오히려 등록금 부담이 120만원 증가했다. 박씨는 "국가장학금이 도입되면서 기존의 다른 장학금 제도가 사라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이 늘어났다"며 "정부가 지원하는 한정된 재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록금 인하에 소극적인 사립대
▲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비지땀 흘리며 108배반값등록금국민본부 안진걸·김동규 공동집행위원장이 제헌절인 지난 7월 17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헌법에 따라 평등한 고등교육권 확보와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108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이 자리에 참석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정진후, 유은혜, 박홍근, 유기홍 의원은 등록금 부담 경감을 위해 국가장학금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은 "세 딸을 대학에 보내고 있는데 등록금을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 의원은 "국가장학금은 제도적 허점이 많은 정책"이라면서 "특히 국가장학금 2유형의 경우 1000원짜리 장학금을 지급한 대학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장학금은 크게 소득하위 3분위에 대해 장학금을 차등으로 지급하는 1유형과 각 대학별로 차등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2유형으로 나뉜다. 그러나 국가장학금 2유형의 경우 평균 수령액이 46만8700원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요 사립대학들의 등록금 인하율이 정부가 권고하는 5%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국가장학금 예산을 지원 받지 못한 일부 대학은 등록금 인하를 이유로 오히려 학생들의 장학금이 축소하거나 수업일수를 단축하기도 했다.
한양대 국문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우선씨는 "학교에서 가계곤란 장학금을 100만원씩 받았는데 국가장학금이 생기면서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이 40만원으로 깎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알고 보니 학교가 등록금을 2% 인하하면서 장학금 혜택도 함께 줄어든 것"이라며 "국가 장학금이 오히려 독이 됐다"고 설명했다.
민주통합당 유은혜 의원은 "대학 4학년에 올라가는 딸아이가 등록금 때문에 휴학을 했다"며 "대학등록금 문제는 나와 딸아이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도 이자 부담이 커 학생들이 감당하기에 어렵다"며 "반값등록금과 국가 장학금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정진후 의원 역시 "국가장학금 제도는 등록금 인하 정책인지, 성적우수 장학금인지,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교육복지정책인지 정책목표가 불분명하다"며 "반값 등록금을 정책으로 만들어 돈이 없어서 공부 못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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