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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DNA 바꾸기 위한 시나리오 <무한도전> 재결방 아닌 폐지 될 수도"

[인터뷰] '김재우, 석박사 논문 표절' 의혹 제기한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

등록|2012.08.14 09:50 수정|2012.08.14 10:53

'170'에서 멈춘 파업, 하지만 해고날짜는...전국언론노동조합 MBC 지부가 170일 만에 파업을 잠정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7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민주의 터'에 170일에서 멈춘 파업 현황판이 보이고 있다. 해고자들의 이름 옆에는 해고 이후 누적된 날짜가 적혀 있다. ⓒ 유성호


24주, 75명, 33억9000만 원, 170일.

지난 1월 30일부터 7월17일까지 진행된 MBC의 총파업이 남긴 기록이다. 유례없는 170일 동안의 파업으로 인해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24주 결방됐다. 파업은 끝났지만 6명이 해고 됐고, 69명이 대기발령(서울 본사 기준) 조치를 받았다. 회사는 노조에 33억9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작된 파업이었지만 김 사장은 여전히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

"청와대, '김재철 사장 유임' 의지 표명한 것"

MBC 사장 해임 권한을 가진 MBC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지난 9일 새롭게 출범했다. 이번 9기 방문진 이사회에는 청와대 추천 몫으로 8기에서 활동한 김재우 전 이사장, 차기환 변호사,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이 모두 유임됐다. 김재철 사장을 사실상 '비호'했던 인사들이다.

총 9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김재철 해임안'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과반인 5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야당 추천 몫 3명을 제외하면 여당 추천 몫 3명의 판단이 김 사장의 거취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인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재우 전 이사장 등 3명이 한꺼번에 연임됐다는 것은 (청와대가) 김재철 사장을 해임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김재철 사장을 유임시키기 위해 과반인 5표 중 3표를 우선 확보했다는 것이다.

MBC뉴스 앵커 출신인 신 의원은 특히 "MBC의 DNA를 바꾸기 위한 일련의 정치적 시나리오가 진행 중"이라며 "김재철·김재우는 MBC의 DNA를 바꿔야 하는 임무를 아직 완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 정권에 필요한 인물들"이라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이어 "<무한도전>을 다시 볼 수 있다고 해서 MBC가 정상화 된 게 아니다"며 "이대로 가면 <무한도전>이 재결방 되는 게 아니라 아예 폐지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 의원은 또 김재우 전 이사장의 석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그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신 의원은 "김 전 이사장이 2002년 연세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논문은 표절이나 대필을 논하기 전에 수준 자체가 학부생 리포트 수준이었다"며 "55쪽에 불과한 논문이 기본적으로 각주가 사실상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신 의원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고 "2005년 박사논문 116쪽 중 수십 페이지 이상에서 심각한 표절 혐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05년 김 이사장은 ㈜벽산 대표이사 재직 당시 단국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 의원은 "방송계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가 지적재산권 문제이고, 그 중에서도 저작권 문제가 핵심"이라며 "김 전 이사장은 지적 세계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무자격, 무책임한 사람으로 공영방송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이어 지난 2010년 방문진 자체 감사 결과도 공개했다. 그는 "김 전 이사장이 판공비·품위유지비 등을 대폭 인상시켰고, 경조비와 화환 등에 개인적인 목적으로 공금을 과다 사용한 것이 적발됐다"며 "전임자에 비해 월평균 유류비도 4배 가까이 사용했고, 근거에 없는 비서직을 신설해 고액연봉을 주면서 여비서를 고용한 것도 지적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방문진 신임 이사들은 14일 임명장을 받고, 바로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 호선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관례에 따라 최고 연장자인 김재우 전 이사장의 연임이 유력한 가운데, 새롭게 여당인 새누리당 추천 몫으로 이사에 선임된 3명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뻔뻔하게 거짓말 하면서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 다시 연임?"

▲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 ⓒ 유성호

- 새롭게 출범하는 9기 방문진 이사회에 청와대 추천 몫인 김재우 전 이사장 등 8기 이사 3명이 유임됐는데.
"엄중한 상황이다. 더구나 김재우 전 이사장 등 3명이 한꺼번에 연임됐다는 것은 (청와대가) 김재철 MBC 사장을 해임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노조가 170일간 파업한 것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이사를 대거 연임시킨 것도 처음이다."

- 김재우 전 이사장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했는데.
"표절을 하게 되면 준법정신이 없고, 중요한 지적 세계에서 종사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 특히 표절에도 정도가 있는데, 김재우 전 이사장의 표절은 도가 지나쳤다. 더구나 박사학위를 하겠다는 사람인데 그런 표절을 하고도, '만학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면서 자기도취에 빠져 있다. 이런 사람은 지적 세계에서 용납이 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방문진 이사장을 2년 몇 개월 동안 하고 다시 연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공직자 인사 문제와 관련 표절 의혹이 자주 등장한다.
"MB 정권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 530만 표 차이로 당선 시켜줬을 때는 '모두가 잘 살게 해다오', 그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MB를 통해 얻은 것은 지나온 과거가 아름답지 못했을 경우 그 사람의 현재와 미래가 어떻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는 점이다. 도덕성은 공직자를 임명하거나 선임할 때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는 것을 (MB 정권을 거치면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배웠다. 그런데 우리는 벌써 그것을 잊으려고 한다.

MB가 주는 두 번째 교훈은 바로 인사다. 법무부장관, 방송통신위원장 한 명만 제대로 인사를 했어도 MBC 사태가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다. 대법관 후보자 중에는 무자격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가장 자격 없는 사람만 문제를 삼았다. 그러다보니 다른 자격 없는 사람이 묻어서 넘어갔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나 현병철 인권위원장도 임명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김재우 전 이사장이 묻어서 넘어가려고 한다."

- 표절은 사회적으로도 지탄을 받아야 하겠지만 방문진 이사장 또는 이사에게 표절 의혹이 제기될 경우 어떻게 문제가 될 수 있는가?
"김 전 이사장은 지적 세계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무자격, 무책임한 사람이다. 더구나 방송계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가 지적재산권 문제이고, 그 중에서도 저작권 문제가 핵심이다. 이 사람은 지적재산권 자체가 뭔지도 잘 모르고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공영방송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석사 논문 학부생 리포트 수준... 법인카드 사용내역도 공개해야"

▲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이 7월 23일 국회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MBC 파업사태에 대한 이계철 방통위원장의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 남소연


- 김재우 전 이사장은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외에 다른 문제점이 발견된 것은 없는가?
"2010년 방문진 자체 감사에서 김 전 이사장이 판공비·품위유지비 등을 대폭 인상시켰고, 경조비와 화환 등에 개인적인 목적으로 공금을 과다 사용한 것이 적발됐다. 전임자에 비해 월평균 유류비도 4배 가까이 사용했다. 또한 근거에 없는 비서직을 신설해 고액연봉을 주면서 여비서를 고용한 것도 지적을 받았다. 법인카드도 문제가 있어서 사용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거부하고 있다.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드러나면 김재우 전 이사장이 얼마나 더 자격이 없는 사람인지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박사학위 논문도 표절했지만 앞서 석사학위도 문제가 많다. 2002년에 연세대에서 석사를 받았는데, 이건 표절이나 대필을 논하기 전에 수준 자체가 학부생 리포트 수준이더라. 55쪽에 불과한 논문이 기본적으로 각주가 사실상 하나도 없다. 논문 제목이 '건설시장의 변화에 따른 건자재업계의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주)벽산의 사례를 중심으로'인데, (김 전 이사장이 운영하는) 벽산의 내부 보고서 수준이었다. 연세대가 이런 거론조차 할 가치도 없는 수준의 논문에 대해 어떻게 석사 학위를 줄 수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 그런 사람이 방문진 이사에 유임된 것은 시스템의 문제인가? 아니면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치적 의도가 너무 분명하다. 가장 큰 현안이 김재철 사장 유임 문제 아닌가. 노조의 170일 파업과 그 사이 있었던 파행 방송에 대해 (김재철 사장의) 책임을 물을 거냐, 말거냐. 드러난 수많은 비리 혐의와 부적절한 행위의 의혹들을 방문진이 들여다 볼거냐, 말거냐. 그런 것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방문진 내부에서 표결을 해야 한다. 9명의 방문진 이사 중에서 과반인 5표를 확보하기 위해 김재우 전 이사장 등 청와대 추천 몫 3인의 이사를 모두 유임시킨 것이다."

- 방문진 이사장이 어떤 식으로 MBC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가?
"사장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엄기영·김재철로 넘어오면서 우리가 겪지 않았나. 엄기영 사장을 흔들 때 매일 불러다가 조지고 귀찮게 했다. 그렇게 하면 누구나 위축이 된다. 특정 프로그램을 없애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그런 주문을 하고 있다. 개별 아이템은 물론이고,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 편성·제작·편집·인사 등에 대해 관여하게 된다. 사실상 사장 위에 군림하는 회장이 된다."

- 과거 MBC 재직 시절, 방문진이 MBC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실제 경험한 적이 있나?
"역대 정권들이 방문진이나 사장을 통해서 MBC에 영향을 미쳐보려는 기도는 굉장히 많았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금도를 지키려고 노력했던 흔적은 있었다. 그런데 김재우 전 이사장의 8기 방문진은 금도와 합리, 상식을 넘어 섰다. 제 앵커 멘트는 물론이고 편집이나 뉴스의 방향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관여했다. 과거와 전혀 다른 행태를 보여서 MBC를 정말 없애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까지 들었다."

- MB 정권이 왜 그렇게 김재철 사장을 유임시키려 한다고 생각하는가?
"MBC의 DNA를 바꾸기 위한 일련의 정치적 시나리오가 진행 중이다. 그것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을 마무리하고 정리하기 위해서 이 정권은 김재철·김재우 두 사람이 필요하다. 이번 인선으로 그것이 증명됐다. MBC의 DNA를 바꾸려는 시나리오는 2008년부터 시작됐다. 광우병 파동, 촛불집회, <피디 수첩> 보도 등을 보면서 이 정권은 MBC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MBC를 해체하자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이고, 민영화 얘기도 나왔는데, 이 역시 박근혜(새누리당 의원)의 정수장학회가 가지고 있는 30%의 지분 때문에 어렵다. 그래서 나온 게 DNA를 바꾸자는 것이다. 그 얘기는 방문진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그 임무를 엄기영 전 사장에게 맡겼는데, 머뭇머뭇하다가 저 하나만 날리고 마니까, 김재철 사장으로 바꾼 것이다. 김재철·김재우는 MBC의 DNA를 바꿔야 하는 임무를 아직 완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 정권에 필요한 인물들이다."

- 그렇다면 MBC 사태의 해결은 요원한 것인가?
"국민들은 (노조가 복귀하면서) MBC 문제가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30~40리 정도 밖에 못 왔다고 본다. 앞으로 사장 유임 여부가 중요하다. 만약 사장이 유임된다면 MBC 사태는 원점 내지는 마이너스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새사장을 뽑게 된다면 계속 진행이 되는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MBC가 다시 옛날의 모습을 찾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려면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고 조직원들이 일치단결해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어쨌든 지금은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 <무한도전>을 다시 볼 수 있다고 해서 MBC가 정상화 된 게 아니다. 이대로 가면 <무한도전>이 재결방 되는 게 아니라 아예 폐지될 수도 있다. 이번에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현장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보이지 않았다. 결국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미움을 받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까지는 앞으로도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한데 아직 아무것도 이뤄진 것이 없다."

"MBC 내부에 출세 위해 부역하는 사람들 많다"

- 그런 분위기라면 김재철 사장을 퇴진 시킨다고 해도 오히려 더 부적절한 사장이 선임될 가능성도 있지 않나?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MBC가 이렇게 된 데에는 방문진과 정권의 책임도 있지만 MBC 내부에 일신의 출세를 위해서 부역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MBC가 공영방송이라는 말은 주인이 없다는 뜻인데, 그런 체제 때문에 역대 정권에 아부를 하면서 출세를 해온 일단의 세력들이 있다. 그 세력들이 이번에도 맹활약을 했다. 그 세력들이 온존하고 계속 활동하는 한 MBC의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다. 이것은 탈정치화가 해답이다. 방송을 잘 알고, 방송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있는 사람,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잘 할 수 있도록 체제를 구축해주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그렇게 하려면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 여당인 새누리당의 추천 몫으로 선임된 이사들은 어떤가?
"그 세 분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엄중한 사태와 김재철 사장에 대한 여러 가지 혐의와 비리를 봤을 때, 상식과 합리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갈 것인지, 아닌지는 14일에 결판이 난다. 이날 9명의 이사들은 방통위원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첫 회의를 하게 된다. 누구를 이사장으로 선출하고, 그 자리에서 무슨 얘기가 나오는지 봐야 한다. 그럼 여당 추천 몫인 3명의 이사들의 성향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되면 8월 말 이내에 결론이 날 것이다."

- 이번 방문진 이사 구성이 향후 대선 보도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김재철-김재우를 유임시키겠다는 것은 정권연장을 위해서 MBC를 지금처럼 계속 수중에 넣고 가겠다는 것 아니겠나. 편파보도는 물론이고 계속 이상한 일들이 내부적으로 벌어지면서 그냥 간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공영언론으로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 4·11 총선과 관련 야당이 모니터 한 결과를 집대성 하지 않아서 그렇지, 서울 MBC는 물론이고 지역은 지역대로 거의 제대로 기능을 못했다. 김형태(새누리당 의원)의 당선이 대표적이다. 포항 시민들이 (제수씨 성추행 의혹) 사태의 전말을 모르고 투표소에 갔다는 것을 웅변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 MBC노조의 파업 복귀 이후에도 여러 가지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장기간 파업을 접고 복귀했을 때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을 얻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왜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됐나?
"당시 (국회 개원 협상을 통해 얻어낸) 여야 합의 10개항을 읽어보면 분명히 뭔가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청와대 추천 몫) 3명이 연임되고, 추가로 연임을 시키려고 했다는 것은 여야 합의를 완전히 깬 것이다. 여야 합의 10항이 무력화 되어서 언론장악청문회를 비롯해 지금까지 이뤄진 것이 하나도 없다. 새누리당이 원칙에 합의해놓고 절차적으로 장애를 조성하고 비트는 고전적인 방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야당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합의를 해놓고 지키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한국 정치의 무력함을 절감했다. 어떤 사람은 야당의 의석이 18대 때에 비해 늘었으니 더 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실제 여당이 하는 것은 숫자 놀음이다. (수십 석이 아니라) 단 한 석만 많았다고 해도 아마 똑같은 행태를 벌였을 것이다."

- 언론인 출신으로서 지난 100 여 일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국회가 독재시대 프레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지난 한 달간의 국회 일정을 통해서 우리가 한 일이 뭐가 있나. 국회가 본회의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과 연관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본회의가 아닌 상임위원회, 상임위 중에서도 소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우리는 간사협의를 해서 상임위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매번 싸운다. 이번에 문방위는 딱 이틀밖에 못 열었다. 그리고 열면 뭐 하나. 위원이 30명이어서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해도 총 발언 시간이 한 사람당 14분 정도밖에 안 된다.

첫 날 김재우 전 이사장은 나타나지도 않았다. '김재우 왜 안 오냐'고 하루 종일 싸웠다. 여당 위원 15명도 잘 나오지 않지만 와서도 엉뚱한 질문만 한다. 그러면 야당 몇 명만 앉아서 MBC 문제를 물어본다. 실컷 물어보면 여당 문방위원이 김재우 전 이사장이나 방통위를 보호하는 보호막 역할을 하면서 물 타기 한다. 이게 뭔가. 이것은 국회도 아니고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다. 그냥 쇼하는 것이다. 국회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20대가 되든 30대가 되든 똑같다."

- 국회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한다는 것인가?
"여든 야든 국민들의 이슈를 따라가야 한다. 그런데 15명의 여당 문방위원 중 MBC 사태를 물어본 의원은 거의 없다. 문방위에서 MBC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는 오더가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공영방송이 170일 동안 파업을 했고 그래서 방송이 파행으로 진행됐는데도 집권여당에서 그 문제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있나. 게다가 한선교 문방위원장은 회의 때 올림픽 축구시합을 보다가, 끝나고 나서 '의원님들, 아직 0대 0입니다'라고 하더라. 이런 게 언론에 나오지 않는다.

1960~70년대 독재시절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임기 초만 되면 국회 개선한다고 난리를 치고,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고 불체포특권 없앤다는데, 핵심은 그게 아니다. 국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렇게 간다. 국회는 계속 무기력해진다. 여당은 지배 권력을 휘두르고 야당은 소리 지르다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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