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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열국' 만든 장본인... 그들의 활약상

[정연주의 증언 84] 최초공개, 나를 해임한 KBS이사회의 민낯③

등록|2012.08.15 19:42 수정|2012.08.16 09:27

▲ 헌법재판소가 2010년 12월 28일 인터넷에 허위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 처벌하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판정 후 박대성(오른쪽)씨와 박찬종(오른쪽 두번째) 변호사가 박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박경신(왼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이명박 정권 이후 한국의 언론자유가 어떻게 곤두박질쳤는지는 수많은 사건들이 스스로 증명을 한다. 정권 친위대의 방송 장악에 의해 방송의 독립이 근원부터 망가지는 일뿐 아니라 미네르바와 PD수첩 사건, G20 쥐그림 포스터 제작자와 촛불집회 참가자들 사법처리 등 구체적 사례들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 결과 한국의 언론자유가 크게 후퇴되었음을 보여주는 나라 밖의 평가들이 적지 않다.

곤두박질 친 한국의 언론자유

미국의 언론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해마다 나라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는데, 지난해 우리나라의 언론자유 성적은 100점 만점에 32점, 전 세계 나라 가운데 72위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언론 자유국'에서 '언론 부분적 자유국'으로 강등되었다. 이유는 "검열과 함께 언론매체의 뉴스와 정보 콘텐츠에 대한 정부 영향력의 개입 확대" 때문이다. 

그리고 각 나라 언론자유지수를 해마다 발표해온 '국경없는기자회'의 순위에서도 한국 언론자유의 곤두박질은 거듭 확인된다.

2005년 34위
2006년 31위
2007년 39위
2008년 47위
2009년 69위
2010년 42위
2011년 44위

2009년에 특히 69위까지 곤두박질을 친 배경에는 MB 집권 초기에 집중되었던 방송장악, 미네르바와 PD수첩 사건, 촛불집회 탄압 등이 크게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2009년 69위를 했을 때 한국보다 언론자유가 더 있다고 평가받은 나라들을 보면, 가나 27위, 남아프리카 공화국 33위, 나미비아 36위, 루마니아 50위, 파푸아뉴기니 56위, 아이티 58위, 대만 59위, 탄자니아 66위, 토고 67위, 불가리아 68위 등이다.

국제엠네스티와 유엔 인권위원회 연례 보고서의 평가는 더욱 신랄하다. 국제엠네스티 연례 보고서는 2009년과 2010년에 잇따라 "10년 만에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 되었다"고 했고, 2011년에는 "(이명박) 정부가 계속해서 평화적으로 시위할 자유를 억압했다. 표현과 결사, 집회의 자유가 제약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 제약의 사례로 2008년 촛불집회 강경 대응, < PD수첩 > 제작진 기소, 박원순 변호사 기소, G20 시위 제한 등을 들었다.

유엔 인권위원회도 2011년 5월 17차 이사회에서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악화되고 있다"며 그 내용을 자세하게 밝힌 적이 있다.

인터넷 검열과 단속, 국제적 조롱과 야유의 대상

▲ 서울중앙지법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 5명 전원에게 무죄 선고를 내린 가운데 2010년 1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미디어행동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현 정권에 부역한 정치 검찰의 책임자 처벌과 자기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특히 인터넷의 검열 강화와 언론자유의 제한 문제는 그 내용과 방법이 졸렬하고 저열하기 때문인지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어왔다.

앞에서 언급한 국경없는기자회는 특히 인터넷 자유와 관련하여 지난 3월, 한국을 다시금 '인터넷 감시국'으로 지목했다. 4년 연속 한국을 인터넷 감시국이라 지정했다. 이유는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가 제약당하고, 자유로운 인터넷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인터넷 세상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모습이 외국 언론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조롱거리'인 듯하다. 지난 7월 4일, CNN은 "한국에서는 농담도 잘못하면 감옥간다"는 기사에서 트위터 게시글을 이유로 구속되었던 박정근씨 사례를 자세하게 전했다.(관련기사 : < CNN, "한국에서 농담 잘못하면 감옥행" >)

그리고 <뉴욕타임스>는 12일자 기사에서 아예 대놓고 조롱했다. 제목부터가 자못 야유조다.

코리아, 인터넷을 단속하다. (어느 코리아인지) 헷갈리는가? 남한이다(Korea policing the Net. Twist? It's South Korea)

이런 제목에 이은 기사의 앞 부분은 이러한 조롱과 야유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해준다.

인터넷 자유에 대한 대대적인 타격이 거대한 온라인 검열단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에서 일어났다면, 눈에 띄기야 하겠지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터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에 대한 열성적인 단속이 민주주의가 꽃피고,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이 발달한 나라 가운데 하나인 남한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하면 검열을 당한다'는 제목으로 여러 사례들이 등장한다.(자세한 내용은 [<뉴욕타임스> "한국은 인터넷 검열국가"] 기사 참조)

인터넷 검열국 오명, 검찰과 방통위, 방통심의위의 합작

한국의 언론자유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롱, 인터넷 검열과 단속에 대한 국제사회의 야유가 쏟아져 나오는 배경에는 정치 검찰의 무리한 기소, 그리고 방송 장악과 인터넷 검열에 동원된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대착오적 행태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시대착오적이고 정치적인 심의와 제재를 일삼아 왔다고 비판받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역할은 이 정권이 끝난 뒤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자율의 시대를 뒤엎고, 다시 타율이 지배하는 시대로 되돌렸으며, 정치적 심의로 문화적 상상력을 누르는 억압 세력이 되고 말았다.

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다름 아닌, 2008년 8월 8일 나를 KBS 사장에서 해임시키는 KBS 이사회 결정 과정에 큰 공을 세운 박만, 권혁부 이사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치적 심의로 인해 논란이 생길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다름 아닌 바로 이 두 인물이다.

내가 해임되고 나흘 뒤인 2008년 8월 15일, KBS의 젊은 기자, PD, 아나운서 등이 조직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KBS 새 노조의 기틀이 됨, 이하 사원행동)이 "KBS 6적(敵)을 잡아라"는 제목으로 제작한 대국민 특보 6호는 박만 이사와 권혁부 이사의 이력과 인물 됨됨을 이렇게 소개했다.

방송심의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이런 사람이다

▲ 2008년 8월 8일 오전 정연주 사장 해임을 위한 이사회가 열리는 여의도 KBS본관에 경찰 병력이 투입된 가운데, 여경들이 항의하는 여직원들 에워싸고 있다. ⓒ 권우성


박만. 서울지검 공안1부장. 대검 공안 기획관 역임. 변호사.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공안검사다. 내세울 건 간첩잡기와 폭탄주 잘 마시기 밖에 없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2003년 '송두율 구속사건'(7월 25일 대법원 대법원 무죄 확정)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7월 24일 KBS 이사회 참석을 위해 KBS로 진입하다가 시민들에게 둘러 싸여 험한 꼴을 당했다. 시민들이 불법으로 임명된 강성철 이사로 오인했던 것. 본질은 같다. 얼굴도 닮은 꼴. 행동도 닮은 꼴.

권혁부. KBS 보도국 통일부장, 사회부장. KBS 대구총국장
공채 2기로 KBS에 입사해 권력의 나팔수 역할과 땡전뉴스를 충실히 했다. 지난 2002년 대구방송총국장 시절에는 수지김 간첩조작사건의 장본인 윤태식이 설립한 벤처회사 '패스21'로부터 주식을 받은 혐의로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았다. 줄곧 권력의 양지를 좇아오면서 검은 세력과의 연대는 그의 숙명. 이제는 그가 자신을 키워주고 길러준 공영방송 KBS를 힘센 이명박 정권에 헌납하겠다고 나섰다. 아는 놈이 더 무섭다고 사악한 이사 6적 중에서도 최고 강성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원행동은 권혁부 이사를 소개하면서 그를 'KBS 공채 2기'로 잘못 기재했다. 그는 박정희 유신독재의 밑기둥이던 민주공화당의 사무처 직원으로 있다가 KBS에 특채된 인물이다. 그래서 사원행동의 다음 특보는 이렇게 정정기사를 내보냈다.

KBS 공채 2기 출신이 아니라 1974년 당시 공화당 정당 특채로 KBS에 입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기사로 인해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KBS 공채 2기 선배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지금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박만)과 부위원장(권혁부)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런저런 심의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이 두 사람이 2008년 8월 8일, '정연주 해임 제청안'을 의결한 임시 이사회에서 또 어떤 활약을 보여주었는지 이제 다시 그 임시 이사회 회의장으로 돌아가보자.

지난 증언에서 밝혔듯이 이사회에서 야당 추천의 남윤인순 이사는 '공포스러운 분위기'에서 이사회를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비판하면서 회의 연기를 계속 주장했다.

남윤인순 이사 : "왜 공포를 느끼면서 이사회를 해야 되죠? 왜 이사회를 소집하셔서 이런 일을 만드시죠?"

이사장 : "아니, 이런 일을 내가 만든 게 아니고."

남윤인순 이사 : "그런 상황에 부딪쳤으면 그럼 연기하시면 되죠. 무리하게 왜 이렇게 다 들어오지도 못하는 것을 어렵게 들어와서 합니까."

이사장 : "연기요구도 회의를 한 다음에 해야죠."

권혁부 이사 : "남 이사님! 회의라는 것을 우리인들 하고 싶겠습니까. 이 회의를? 개인적인 심정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수모를 당해 가면서."

남윤인순 이사 : "권 이사님은 그동안 이런 소란행위 있으면 회의하지 말자고 늘 하셨던 분이에요. 일관성이 있으세요! 그동안 이런 소란행위 있으면 제일 먼저 문제제기 하면서 어떻게 회의하느냐고 정리하자고 하셨던 분이세요."

권혁부 이사 : "그런데 내가 뭐가 문제가 됩니까. 내가 그런 말을 했는데, 지금."

남윤인순 이사 : "아니, 그러니까 지금 정상적으로 할 수 있습니까."

위에서 오간 발언 가운데 "이 회의를 우리인들 하고 싶겠는가, 개인적인 심정은 하고 싶지 않다. 이 수모를 당해 가면서"라는 권혁부 이사의 발언이 있다. 우리인들 하고 싶지 않은데,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이런 수모를 당해가면서 하고 싶지 않은데, 어디에선가 명령이 떨어졌으니 이를 강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식의 한 자락이 남윤인순 이사와 주고 받는 다소 흥분된 대화 속에서 문득 그냥 튀어나온 것 같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에 맞춰 정연주를 제거하라는 특명이 있지 않고서야 어찌 저런 발언을 할 수 있었겠는가. 흥미진진한 이야기, 가슴 아픈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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