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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폭력 해결, 이번 국회는 좀 다를까?

경비업법 개정 관련 토론회 열려... "경찰 관리감독, 경비업체 처벌 강화해야"

등록|2012.08.14 21:44 수정|2012.08.14 21:44
경비.
도난이나 재난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것을 염려하여 미리 살피고 지키는 일이다.

하지만 2009년 용산과 쌍용차, 2010년 발레오와 케이이씨(KEC), 2011년 유성기업, 그리고 2012년 에스제이엠(SJM)에선 경비업체와 '폭력사태'란 말이 늘 함께였다.

14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용역폭력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김남근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변호사)는 그 이유를 "관련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사건에만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우리 사회가 재개발·노동현장에서 경비업체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잠깐 주목할 뿐, 정작 국회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거나 법 개정을 적극 추진한 사례가 드물다는 뜻이다.

▲ 1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용역폭력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 이날 발제를 맡은 김남근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은 경찰의 관리감독과 경비업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경비업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 박소희


특히 이번 SJM 사태는 폭력사태가 발생했는데도 경찰이 이를 적극 제재하지 않았고, 조합원들의 112 구조 요청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김 부집행위원장은 당시 경찰이 경비업체가 불법적으로 무력을 행사하는 데도 위법행위 중단 명령 등을 내리지 않았고, 사전에 배치신고·상황과 장구 사용, 경비원 교육 등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는 등 감독행정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김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경찰의 관리감독 강화를 주내용으로 하는 경비업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에는 폭력행위를 한 경비업체나 직원에게 형사처벌 강화도 담겨 있다. 그는 "경비원들이 집단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경비업법 해석과 상관없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상 또는 5년 이상 중형에 처하는 범죄"라고 말했다.

거듭되는 용역폭력... 경찰 관리감독·경비업체 처벌 강화 등 법 개정 필요

이밖에 ▲ 분쟁현장에 경비용역 배치할 경우 신고 시간을 24시간 전에서 48시간 전으로 앞당기고, ▲ 경찰이 경비원들의 결격사유를 검토한 후 배치를 허가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며 ▲ 경비업체가 위법행위를 하면 경찰이 배치 폐지와 장구 회수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행정명령을 명확히 하고 ▲ 경비원 교육·장구의 제한적 사용 등을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케 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됐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대부분 김 부집행위원장이 발제문에서 지적한 경찰의 관리감독·경비업체 처벌 강화에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경비업체의 배치를 신고하는 현재 제도를 허가제로 바뀌고, 경비업상 경비업무가 아닌 노조 해산이나 세입자 강제 퇴거 등을 지시하는 시설주를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남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가 "배치 금지제"를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경비업체가 노조 해산, 세입자 퇴거까지 하는 게 과연 맞는가'하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그런 일들을 허용하되 규제를 세게 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시설을 지키는 데 왜 (경비업체 직원들이) 300명이나 오냐"며 "경비업체 배치를 금지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법을 확실히 고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무엇보다 국회가 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사무국장은 "트위터에 '경비업법 논의가 개인적으로는 지겹다'고 썼더니 '대책이 아니라 의지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며 "시민단체는 수년 전부터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국회에선) 한 번도 논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용역폭력 해결, "대책이 아니라 의지가 없었다" "17·18대 국회는 물 국회"

▲ 최근 SJM사태로 용역 폭력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른 만큼, 14일 '용역폭력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도 관련 내용을 주의 깊게 들었다. ⓒ 박소희


김남근 부집행위원장도 "(용역 폭력 등) 사건이 있을 때에도 국회가 경비업체를 감독하는 경찰을 상대로 국정조사·감사를 한 적이 없다"며 지난 국회를 "물 국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행안위 소속 의원들이 직접 토론회를 열고 법안을 발의하는 만큼 19대 국회는 좀 다르지 않을까, 경찰도 긴장하지 않을까"라며 "이번엔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을 대표해 참석한 민윤기 경찰청 생활안전국 협력방범계장은 "지난해 유성기업 이후로 재발 방지를 노력해왔는데 (SJM 폭력사태가 발생해) 곤혹스럽고 많이 긴장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민 계장은 "이번 일은 컨택터스가 허위 배치신고를 해서 (경찰이) 미리 준비도 안 됐고, 현장 대응도 부족해 문제가 커졌다"며 "(노사분규·재개발 철거 등이 있는) 집단민원 현장에 들어가는 경비업체의 신고 의무·준수사항·처벌 규정 등을 신설,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컨택터스처럼 허가가 취소된 법인명을 다른 사람이 등록해 사용하거나 범죄경력·나이 등으로 결격 사유가 있는 경비원을 배치하는 경우 등을 규제하고, 시설주의 노조 해산·세입자 퇴거 지시 등을 제한하는 것도 검토할 뜻을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통합당 의원단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임수경·진선미 의원실이 주관했고 정준위 민주노총 금속노조 SJM지회 수석부위원장, 이선형 북아현동 철거민대책위원장 등 용역폭력 피해자들과 임선아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 이상팔 국회입법조사처 행정안전팀장 등 전문가들도 참석했다. 민주당과 참여연대는 관련 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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