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의 '슈퍼갑' 루이비통, 이런 굴욕이 없다
영업요율 7%에 불과... 롯데와 신라 독점 심화, 국산제품 설 자리 잃어
지난 14일 인천공항에서는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인천공항 급유시설 운영권에 대한 매각공고를 냈다. MB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공기업 민영화, 아주 솔직한 말로 표현하면 '돈이 되는 것들을 재벌들에게' 넘기고자 하는 그 끝없는 시도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인천공항 내 시설물들이나 운영권에 대한 민영화 작업은 작은 것들부터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국산품은 왜 안 보일까
올해 여름 성수기 동안 인천공항 이용객은 351만 명으로, 지난해의 337만 명보다 4.2%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인천공항 면세점도 연일 북적이고 있다. 출국할 때 눈길을 사로잡는 곳은 당연히 면세점이다. 각종 상품으로 휘황찬란한 면세점에서 출국 전 한 두 개의 면세품을 사는 것이 일반적인 출국객의 모습이다. 인천공항에는 롯데와 신라와 같은 대기업 면세점들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공공기관인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들이 국산품을 많이 판매하고 있는데, 내년 2월 말이면 철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더욱 적다. 출국하면서 한 번 관심을 갖고 보자. 인천공항에서는 국산품들이 잘 안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출국객들의 제품 선호도 차이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인천공항면세점 매장의 배치와 취급품목 구성이 국산품 매장에 불리하게 짜여 있다는 숨겨진 이유들이 있다.
먼저 면세점별 크기와 위치를 살펴보자. 인천공항 내에 출국객들이 가장 빈번하게 다니는 길목에는 모두 해외 명품 브랜드가 진열되어 있다. 국산품 매장은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수입 양주와 담배, 외산 부티크 제품들을 매장 전면에 배치한 롯데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 내에서 약 1669평(전체매장 35%)를 점유하고 있다.
수입 화장품과 향수, 외산 부티크 제품들을 전면에 배치한 신라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 내에서 약 2298평(전체매장 49%)의 넓은 매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주로 국산품을 판매하는 관광공사 면세점의 경우 공항의 후미진 서편에 약 767평(전체매장 16%)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이것이 출국하는 고객들에게 '국산품이 잘 안 보이는' 진정한 이유다. '수입 외산품들의 매출증진과 재벌면세점들인 롯데와 신라의 수익확대를 위해서 봉사'하는 이상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수입 외산품과 국산품 품목 및 매장위치를 정해놓고 입찰을 했기 때문에, 국산품은 홀대하고 수입외산품은 우대하는 입찰조건이라 할 수 있다.
누가 보더라도 국산품들이 성장할 기회가 적다. 인천공항에서 국산품들은 이미 입찰 때부터 수입 외산품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철저히 왕따당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면세점별 취급품목과 자리배정에 대한 권한은 집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천공항공사가 갖고 있다.
루이비통에게만 제공되는 특혜
현재 인천공항에 세들어 있는 면세점들은 판매되는 제품들에 대한 영업료로 판매가의 평균 20% 정도를 인천공항에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명분으로 인천공항 내에서 최고의 노른자위 자리에 배치된 루이비통의 영업요율은 약 7%에 10년간의 영업권을 포함하고 있다. 이점 때문에 작년에 롯데와 신라 사이에서는 루이비통을 둘러싼 특혜시비로 법원까지 가는 전쟁을 치른 바 있다. 물론 영업요율에 대한 결정권은 집 주인인 인천공항공사가 갖고 있다.
그러면 면세점에서 팔리는 면세품들에 대한 판매가는 어떻게 책정될까? 세금중 가장 큰 세금폭탄은 역시 수입관세이다.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수입외산품은 무관세이기 때문에 세금폭탄을 피해갈 수 있다. 따라서 시중 가격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에서 가격책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품목별 영업료를 더하고, 마케팅비용과 마진을 더하면서 최종 판매가가 결정된다. 국산품은 무관세 제품도 아니고, 세금이라야 부가세정도가 면제되는 정도일 것이다.
여기에 영업요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그래도 조금이라도 남기는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판매가 책정을 높여서 시작해야 한다. 결국 시중보다 조금 싼 수준이 될 것이다. 이것이 인천공항의 국산품들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원인 중 하나이다. 루이비통에 특혜를 준 것처럼 국산품에 대한 영업요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지만 조용하다. 집주인에게 찍힐까봐 말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최소보장액에 대한 불편한 진실
주요 품목들에 대한 영업요율로 평균 20% 정도가 책정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것은 허울뿐이고 실질적인 영업료로 매출액의 약 35%를 납부하고 있다. 즉 '최소보장액'이라는 입찰조건 때문에 인천공항내 면세점들은 매출에 관계없이 영업요율보다 높은 영업료를 납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약서상에서는 최소보장액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인천공항공사에서는 임대료라고 표현한다. 인천공항내 면세점들의 경우 ㎡당 평균 3888만 원의 임대료(최소보장액)가 부과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임대료라는 족쇄(면세점 입장에서는 최소보장액) 때문에 인천공항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의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인천공항 이용객들의 몫이 된다.
그래서 '인천공항 상업시설 임대료가 명동의 1.5배', '한 국회의원이 인천공항에서 물파스 샀다가 놀란 사연'이라는 기사들이 나온 것이다. 출국객 입장에서는 인천공항에서 갈비탕 한 그릇 먹으면 실감할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정체는 실제로는 부동산임대업자일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를 흘려 들으면 안 된다.
몇 년 전 인천공항에서 면세점 사업을 접고 철수한 A면세점의 경우 이 최소보장액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A면세점의 경우 당시 연간 매출이 약 1700억 원인 반면, 최소보장액이 약 900억 원으로 매출의 약 53%가 최소보장액이었던 것. 아무리 중견기업이라도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면세시장에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소보장액 제도는 노예계약과 같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무관세로 수입되는 외산품들과 부가세 정도가 면세되는 국산품들의 판매공간에 대해 동일하게 '최소보장액'을 책정한 것은 처음부터 국산품 보호와 판매증진에는 관심도 없었다는 말이다. 좋은 장소에서 많이 팔리는 수입 외산품과는 달리 구석으로 밀려나서 팔리고 있는 국산품들은 최소보장액은커녕 영업료도 맞추기가 버거운 실정이다.
최소보장액 제도가 있는 한 단언컨대 인천공항에서 국산품들은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최소보장액은 손님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택시기사들이 내야 하는 '사납금 제도'와 비슷하지 않은가?
자랑스러운 꼴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한국여행을 마치고 출국 전에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곳이 공항면세점이다. 한국을 상징하는 국산품들을 몇 개 사가지고 돌아가서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어한다. 국산품 판매를 통해서 한국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공간이 공항면세점이다. 출국 전 마지막으로 한국을 홍보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인 공항면세점에서 국산품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관광공사 인천공항 면세점은 인천공항 전체매출에서 약 10%를 점유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롯데가 50%, 신라가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꼴찌인 셈이다. 하지만 3개 면세점중 국산품 판매비중은 월등히 높다. 따라서 '자랑스러운 꼴찌'라고 말하고 싶다.
재벌면세점들이 수입외산품 판매에 치중하는 것은 수익창출을 제1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의 숙명이기도 하다. 국민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동반성장 등의 단어는 애당초 그네들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언젠가 재벌가의 한 부자는 이익공유제에 대한 질문에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답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공항면세점은 최소한의 공공성이 유지되어야 하는 공간이다. 공항에서 국산품을 멸종시키거나 되살릴 수 있는 권한은 결정적으로 인천공항공사가 쥐고 있다. 국산품들이 왕따 당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에는 인천공항공사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러고도 인천공항 매각을 반대하면서 외쳤던 '공항은 주권이다'를 다시 힘있게 외칠 수 있겠는가?
인천공항의 설립 목적중 하나인 공공성을 위해서 면세점의 국산품에 대한 영업요율을 하향조정하기를 제안하고 싶다. 또한 국산품을 판매하는 공간에 한해 최소보장액을 면제해 주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이럴 경우 공항에서 국산품을 외면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이나 신라면세점의 경우 국산품을 팔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우선적 판매와 장려를 하게 될 것이다.
현재 언론과 정치권에서 인천공항 매각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인천공항이 갖는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에서 국산품에 대한 영업요율이나 최소보장액에 대한 배려를 한다면 국산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동반성장도 꾀하고, 공항에서 홀대받고 있는 국산품 판매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인 인천공항공사가 지금처럼 수익성만을 좇는다면, 인천공항의 공공성은 점차 사라질 것이고, 다시 한번 공항에 대한 민영화 바람이 불면 민간기업 뺨치는 이러한 수익성 집착이 부메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관광공사는 MB정부 출범 이후 지역 면세점을 폐쇄시키며 구조조정을 당했다. 공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관광공사에 강제할당된 감원인원은 221명이었다. 숫자는 적게 보일이지 모르지만 정원대비 감원목표는 공공기관 중 최대였다. 집권하기 무섭게 2008년 공문을 통해 221명을 잘라내라고 했다. 지난 2010년에는 실제로 121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감원했다. 이중 면세사업단 직원은 96명으로 사업단 전체의 52%였다. 감원당한 96명의 자리는 면세점 운영에 필요한 필수인력 자리였고, 따라서 이 자리는 80여 명의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MB정부의 그릇된 노동정책으로 집권 4년 동안 정리해고가 빈발했고 사라진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안정된 정규직 자리는 줄이고,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자리는 늘려가는 MB정부의 노동정책이 실현된 축소판이 바로 관광공사 면세점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빼앗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면세점 민영화에 따라 인천공항에서 관광공사 면세점이 철수할 경우 국산품 판매원들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위협받게 될 것이다.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을 인수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재벌면세점은 국산품을 판매하던 장소를 수익창출의 원칙에 따라 수입 외산품들로 채워나갈 것이고, 국산품을 판매하던 여직원들의 자리는 인건비절감의 원칙에 따라 외산품 판매 비정규직 여직원들로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실천한 MB정부
세계 어디에도 면세점을 늘리는 정부는 없다. 면세점이 늘어갈수록 정부가 징수하는 세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MB정부에서는 면세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면세시장 성장에 한 몫을 했다. 금년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1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이고,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도 사상최대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면세시장 성장의 혜택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재벌면세점들의 독과점만 강화시켜 주는 이상한 결과를 낳고 있다. 게다가 면세사업이라는 특혜사업을 운영하는 재벌면세점들은 면세사업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공적기금으로 한 푼도 내고 있지 않다. 아울러 재벌면세점들은 수입외산품 판매를 위해 외화를 해외상품대금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런데도 면세시장 성장의 과실이 사회로 환원되지 않고 재벌들의 주머니로만 들어가고 있다.
'MB정부 = 재벌특혜'라는 공식이 일치하는 현장이 바로 면세시장이다. MB 노믹스라고 해서 '작은 정부, 큰 시장'을 뼈대로 한 MB정부 경제정책의 일관성은 재벌면세점들로부터 높이 평가받을 것이다. '세금은 줄이고 시장은 키운다'고 하더니 면세시장에서 이를 완벽히 실현시키지 않았는가. 국가는 세금 걷기를 포기했는데, 면세시장을 독과점한 재벌가 딸들은 웃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 민영화로 그 대미를 장식하려 하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국산품은 왜 안 보일까
▲ 한국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 한류관 매장. ⓒ 한국관광공사노조
올해 여름 성수기 동안 인천공항 이용객은 351만 명으로, 지난해의 337만 명보다 4.2%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인천공항 면세점도 연일 북적이고 있다. 출국할 때 눈길을 사로잡는 곳은 당연히 면세점이다. 각종 상품으로 휘황찬란한 면세점에서 출국 전 한 두 개의 면세품을 사는 것이 일반적인 출국객의 모습이다. 인천공항에는 롯데와 신라와 같은 대기업 면세점들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공공기관인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들이 국산품을 많이 판매하고 있는데, 내년 2월 말이면 철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더욱 적다. 출국하면서 한 번 관심을 갖고 보자. 인천공항에서는 국산품들이 잘 안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출국객들의 제품 선호도 차이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인천공항면세점 매장의 배치와 취급품목 구성이 국산품 매장에 불리하게 짜여 있다는 숨겨진 이유들이 있다.
먼저 면세점별 크기와 위치를 살펴보자. 인천공항 내에 출국객들이 가장 빈번하게 다니는 길목에는 모두 해외 명품 브랜드가 진열되어 있다. 국산품 매장은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수입 양주와 담배, 외산 부티크 제품들을 매장 전면에 배치한 롯데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 내에서 약 1669평(전체매장 35%)를 점유하고 있다.
수입 화장품과 향수, 외산 부티크 제품들을 전면에 배치한 신라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 내에서 약 2298평(전체매장 49%)의 넓은 매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주로 국산품을 판매하는 관광공사 면세점의 경우 공항의 후미진 서편에 약 767평(전체매장 16%)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이것이 출국하는 고객들에게 '국산품이 잘 안 보이는' 진정한 이유다. '수입 외산품들의 매출증진과 재벌면세점들인 롯데와 신라의 수익확대를 위해서 봉사'하는 이상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수입 외산품과 국산품 품목 및 매장위치를 정해놓고 입찰을 했기 때문에, 국산품은 홀대하고 수입외산품은 우대하는 입찰조건이라 할 수 있다.
누가 보더라도 국산품들이 성장할 기회가 적다. 인천공항에서 국산품들은 이미 입찰 때부터 수입 외산품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철저히 왕따당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면세점별 취급품목과 자리배정에 대한 권한은 집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천공항공사가 갖고 있다.
루이비통에게만 제공되는 특혜
현재 인천공항에 세들어 있는 면세점들은 판매되는 제품들에 대한 영업료로 판매가의 평균 20% 정도를 인천공항에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명분으로 인천공항 내에서 최고의 노른자위 자리에 배치된 루이비통의 영업요율은 약 7%에 10년간의 영업권을 포함하고 있다. 이점 때문에 작년에 롯데와 신라 사이에서는 루이비통을 둘러싼 특혜시비로 법원까지 가는 전쟁을 치른 바 있다. 물론 영업요율에 대한 결정권은 집 주인인 인천공항공사가 갖고 있다.
▲ 인천공항 면세점 (자료사진) ⓒ 연합뉴스
그러면 면세점에서 팔리는 면세품들에 대한 판매가는 어떻게 책정될까? 세금중 가장 큰 세금폭탄은 역시 수입관세이다.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수입외산품은 무관세이기 때문에 세금폭탄을 피해갈 수 있다. 따라서 시중 가격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에서 가격책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품목별 영업료를 더하고, 마케팅비용과 마진을 더하면서 최종 판매가가 결정된다. 국산품은 무관세 제품도 아니고, 세금이라야 부가세정도가 면제되는 정도일 것이다.
여기에 영업요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그래도 조금이라도 남기는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판매가 책정을 높여서 시작해야 한다. 결국 시중보다 조금 싼 수준이 될 것이다. 이것이 인천공항의 국산품들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원인 중 하나이다. 루이비통에 특혜를 준 것처럼 국산품에 대한 영업요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지만 조용하다. 집주인에게 찍힐까봐 말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최소보장액에 대한 불편한 진실
주요 품목들에 대한 영업요율로 평균 20% 정도가 책정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것은 허울뿐이고 실질적인 영업료로 매출액의 약 35%를 납부하고 있다. 즉 '최소보장액'이라는 입찰조건 때문에 인천공항내 면세점들은 매출에 관계없이 영업요율보다 높은 영업료를 납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약서상에서는 최소보장액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인천공항공사에서는 임대료라고 표현한다. 인천공항내 면세점들의 경우 ㎡당 평균 3888만 원의 임대료(최소보장액)가 부과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임대료라는 족쇄(면세점 입장에서는 최소보장액) 때문에 인천공항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의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인천공항 이용객들의 몫이 된다.
그래서 '인천공항 상업시설 임대료가 명동의 1.5배', '한 국회의원이 인천공항에서 물파스 샀다가 놀란 사연'이라는 기사들이 나온 것이다. 출국객 입장에서는 인천공항에서 갈비탕 한 그릇 먹으면 실감할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정체는 실제로는 부동산임대업자일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를 흘려 들으면 안 된다.
몇 년 전 인천공항에서 면세점 사업을 접고 철수한 A면세점의 경우 이 최소보장액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A면세점의 경우 당시 연간 매출이 약 1700억 원인 반면, 최소보장액이 약 900억 원으로 매출의 약 53%가 최소보장액이었던 것. 아무리 중견기업이라도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면세시장에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소보장액 제도는 노예계약과 같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무관세로 수입되는 외산품들과 부가세 정도가 면세되는 국산품들의 판매공간에 대해 동일하게 '최소보장액'을 책정한 것은 처음부터 국산품 보호와 판매증진에는 관심도 없었다는 말이다. 좋은 장소에서 많이 팔리는 수입 외산품과는 달리 구석으로 밀려나서 팔리고 있는 국산품들은 최소보장액은커녕 영업료도 맞추기가 버거운 실정이다.
최소보장액 제도가 있는 한 단언컨대 인천공항에서 국산품들은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최소보장액은 손님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택시기사들이 내야 하는 '사납금 제도'와 비슷하지 않은가?
자랑스러운 꼴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한국여행을 마치고 출국 전에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곳이 공항면세점이다. 한국을 상징하는 국산품들을 몇 개 사가지고 돌아가서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어한다. 국산품 판매를 통해서 한국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공간이 공항면세점이다. 출국 전 마지막으로 한국을 홍보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인 공항면세점에서 국산품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 2007년 롯데와 신라의 면세점 점유율이 53.13% 수준이었지만 2011년에는 롯데와 신라 점유율이 79.13%로 증가해 독점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관광공사노조
관광공사 인천공항 면세점은 인천공항 전체매출에서 약 10%를 점유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롯데가 50%, 신라가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꼴찌인 셈이다. 하지만 3개 면세점중 국산품 판매비중은 월등히 높다. 따라서 '자랑스러운 꼴찌'라고 말하고 싶다.
재벌면세점들이 수입외산품 판매에 치중하는 것은 수익창출을 제1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의 숙명이기도 하다. 국민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동반성장 등의 단어는 애당초 그네들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언젠가 재벌가의 한 부자는 이익공유제에 대한 질문에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답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공항면세점은 최소한의 공공성이 유지되어야 하는 공간이다. 공항에서 국산품을 멸종시키거나 되살릴 수 있는 권한은 결정적으로 인천공항공사가 쥐고 있다. 국산품들이 왕따 당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에는 인천공항공사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러고도 인천공항 매각을 반대하면서 외쳤던 '공항은 주권이다'를 다시 힘있게 외칠 수 있겠는가?
인천공항의 설립 목적중 하나인 공공성을 위해서 면세점의 국산품에 대한 영업요율을 하향조정하기를 제안하고 싶다. 또한 국산품을 판매하는 공간에 한해 최소보장액을 면제해 주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이럴 경우 공항에서 국산품을 외면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이나 신라면세점의 경우 국산품을 팔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우선적 판매와 장려를 하게 될 것이다.
현재 언론과 정치권에서 인천공항 매각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인천공항이 갖는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에서 국산품에 대한 영업요율이나 최소보장액에 대한 배려를 한다면 국산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동반성장도 꾀하고, 공항에서 홀대받고 있는 국산품 판매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인 인천공항공사가 지금처럼 수익성만을 좇는다면, 인천공항의 공공성은 점차 사라질 것이고, 다시 한번 공항에 대한 민영화 바람이 불면 민간기업 뺨치는 이러한 수익성 집착이 부메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관광공사는 MB정부 출범 이후 지역 면세점을 폐쇄시키며 구조조정을 당했다. 공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관광공사에 강제할당된 감원인원은 221명이었다. 숫자는 적게 보일이지 모르지만 정원대비 감원목표는 공공기관 중 최대였다. 집권하기 무섭게 2008년 공문을 통해 221명을 잘라내라고 했다. 지난 2010년에는 실제로 121명을 희망퇴직 형태로 감원했다. 이중 면세사업단 직원은 96명으로 사업단 전체의 52%였다. 감원당한 96명의 자리는 면세점 운영에 필요한 필수인력 자리였고, 따라서 이 자리는 80여 명의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MB정부의 그릇된 노동정책으로 집권 4년 동안 정리해고가 빈발했고 사라진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안정된 정규직 자리는 줄이고,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자리는 늘려가는 MB정부의 노동정책이 실현된 축소판이 바로 관광공사 면세점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빼앗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면세점 민영화에 따라 인천공항에서 관광공사 면세점이 철수할 경우 국산품 판매원들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위협받게 될 것이다.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을 인수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재벌면세점은 국산품을 판매하던 장소를 수익창출의 원칙에 따라 수입 외산품들로 채워나갈 것이고, 국산품을 판매하던 여직원들의 자리는 인건비절감의 원칙에 따라 외산품 판매 비정규직 여직원들로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실천한 MB정부
세계 어디에도 면세점을 늘리는 정부는 없다. 면세점이 늘어갈수록 정부가 징수하는 세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MB정부에서는 면세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면세시장 성장에 한 몫을 했다. 금년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1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이고,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도 사상최대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면세시장 성장의 혜택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재벌면세점들의 독과점만 강화시켜 주는 이상한 결과를 낳고 있다. 게다가 면세사업이라는 특혜사업을 운영하는 재벌면세점들은 면세사업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공적기금으로 한 푼도 내고 있지 않다. 아울러 재벌면세점들은 수입외산품 판매를 위해 외화를 해외상품대금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런데도 면세시장 성장의 과실이 사회로 환원되지 않고 재벌들의 주머니로만 들어가고 있다.
'MB정부 = 재벌특혜'라는 공식이 일치하는 현장이 바로 면세시장이다. MB 노믹스라고 해서 '작은 정부, 큰 시장'을 뼈대로 한 MB정부 경제정책의 일관성은 재벌면세점들로부터 높이 평가받을 것이다. '세금은 줄이고 시장은 키운다'고 하더니 면세시장에서 이를 완벽히 실현시키지 않았는가. 국가는 세금 걷기를 포기했는데, 면세시장을 독과점한 재벌가 딸들은 웃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 민영화로 그 대미를 장식하려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한국관광공사 노조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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