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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당 중심으로 북한 통치체제 개편"

이봉조 전 차관 "리영호 해임은 당·정·군 역할분담 대내외적 공표"

등록|2012.08.16 20:31 수정|2012.08.16 20:31

▲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제51차 통일전략포럼은 '김정은 체제의 북한, 어디로 가는가'에 관한 주제로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과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주제 발표를 가졌다. ⓒ 강민수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이 북한이 군부 중심의 선군정치(先軍政治)에서 당·정·군의 역할이 분담되는 통치체제로 개편됐다고 분석했다.

이 전 차관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평화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1차 통일전략포럼에서 김정은 시대의 북한을 전망하면서 "리영호는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해임됐다"며 "이는 북한이 당군일체의 선군정치에서 당이 체제의 중심이며, 당·정·군의 역할이 분담됐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체제는 "김정일이 생전에 기획한 것으로 김정은 체제의 생존전략"이라며 "특히 (지난 4월) 제4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 유일지도체제가 뒷받침되고 당 중심의 통치체제를 확립했다"고 내다봤다. 당대표자회는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소집하는 회의로 노동당의 최고지도기관인 당 대회와 당 대회 사이에 필요에 따라 소집한다.

이봉조 전 통일부 전 차관은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역임하고 참여정부에서는 통일부 차관을 지냈으며,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원장도 지냈다.

이 전 차관의 의견에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도 동의했다. 현 위원은 "군부에 집중됐던 권력이 당을 중심으로 분산됐다"며 그 근거로 "정통 당 관료인 최룡해가 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군 총 정치국장에 임명돼 군에 대한 당의 영도를 실현됐다"고 설명했다.

리영호 전 북한군의 총참모장은 지난달 15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모든 요직에서 해임됐다. 북한당국은 해임 이유에 대해 병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권력구조의 개편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 이봉조 통일부 전 차관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제51차 통일전략포럼에서 "리영호는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해임됐다"며 "이는 북한이 당군일체의 선군정치에서 당이 체제의 중심, 당·정·군의 역할이 분담됐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 강민수

북한 정권을 조선 왕조에 빗댄 이 전 차관은 "이미 2009년 개정 헌법 서문에서 김일성을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로 칭해 왕조의 성격을 갖는다"면서 "김정일은 자신의 후계체제를 고려하면서 조선의 왕조처럼 김일성은 이성계, 김정일은 이방원, 그리고 김정은은 세종이 되길 바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사망하자 3남 김정은은 같은달 30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됐다. 이에 유례없는 3대 세습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김정은은 지난달 15일 '공화국 원수' 칭호까지 받았다.

이 전 차관은 "북한은 인민의 생활 향상을 위해 북미와 남북관계 개선을 선결 과제로 선정할 것"이라며 "동시에 한·미·중 새 정권의 출범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소프트 외교를 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제를 통해 이 전 차관은 "새로운 체제의 경제적인 안정을 위해 북한은 내심 남한과의 경협을 원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포용 태도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 전 차관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역점을 두고 차기 정부가 대북정책 추진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것이 레임덕을 최소화하면서 한반도의 미래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성택, 김정은 앞세운 섭정 체제 구축"

이날 포럼에서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리영호 해임과 북한의 권력구조' 발제에서 리영호 전 북한군 총참모장의 해임에 대해 "6.28 방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리영호가 김정은의 교시(유일영도체제의 구축)에 대한 위반으로 낙인찍혀 김정일 사후 '훈척 세력'에 의해 제거됐다"고 추정했다.

'6.28 방침'은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북 소식통들을 통해 방침은 군대 내 상업활동을 금지하고 근로자 임금 인상, 협동농장의 분조 인원 축소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척 세력이란 김일성·김정일 권력의 확립에 기여한 공신세력과 김일성 가계의 친인척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빨치산 핵심세력인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 김국태 당비서를 비롯해 김일성 가계의 김경희(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당 비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가족을 뜻한다.

이 위원은 "이번 해임을 주도한 장성택이 북한의 2인자가 돼 유일영도체제를 지탱하는 지배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김정은을 앞세운 장성택의 섭정체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섭정은 군주가 나이가 어리거나 병에 걸려 통치가 어려울 때 통치권을 맡아 다스리는 것을 뜻한다. 이어 이 위원은 "외형적으로는 김정은의 유일영도체제가 유지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과두지도체계로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도 장성택 중심의 후견세력이 입지가 강화됐다고 밝혔다. 현 위원은 "후견체제의 등장은 김정은 체제의 신속한 구축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장성택의 권력 장악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특히 최룡해의 군권장악과 리영호의 해임은 장성택이 군부를 견제하기보다 군부를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 위원은 이같은 장성택의 시도가 "권력층 내의 파벌을 형성하고 군부 등 권력 엘리트들의 불만을 야기하게 되면 잠재적인 불안 요소가 된다"며 "급변 사태와 대남 도발 등 급격한 정세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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