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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희 제명? 새누리당은 잃을 게 없다

의원총회서 만장일치로 통과... 의원직 상실해도 새누리당 비례가 의원직 승계

등록|2012.08.17 15:31 수정|2012.08.17 15:31

▲ 새누리당 공천헌금 제공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이 17일 오전 10시께 부산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있다. ⓒ 정민규


새누리당이 17일 '4·11 총선' 공천헌금 파문의 당사자인 현영희 의원을 제명했다. 뇌물공천 의혹이 제기된 지 20여 일 만이다. 법원에서 현 의원의 실정법 위반 여부가 최종 확정되기 전 제명 조치를 단행함으로써 대선을 앞두고 터진 대형 악재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이런 조치가 '눈 가리고 아웅 하기 식의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역구 의원과 달리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당에서 제명된 이후 의원직을 상실해도 새누리당의 다음 번 비례대표가 의원직을 승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새누리당으로서는 잃을 게 없는 상황이다.

'현영희 제명안' 만장일치 통과... 그러나 149석 복귀 가능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참석한 의원 120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현영희 의원 제명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회의에는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의원도 참석했다. 새누리당이 19대 국회 들어 현역의원을 제명 처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김형태(경북 포항 남·울릉) 의원과 문대성(부산 사하갑) 의원이 각각 제수 성추행 의혹과 논문표절 의혹으로 지난 4월 자진 탈당한 데 이어 현 의원까지 제명함으로써 새누리당 의석수는 148석으로 줄었다.

의원총회에서 정대수 당 중앙윤리위원장이 제명안을 설명하고 이한구 원내대표가 의원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확인했지만, 단 한 명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제명안이 전원 만장일치로 확정됐다. 그만큼 당내 공천헌금 파문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했고, 파문의 확산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절실했던 것이다.  

홍일표 대변인은 "의원들이 '현영희 제명안'에 반대 의견이 있었으면 당연히 얘기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많았지만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아 만장일치로 표결된 것으로 본 것"이라며 "오늘 당 대표 명의로 징계처분통보서를 현 의원에게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날 새누리당이 현 의원을 제명했지만, 이후 현 의원이 실제 실정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해도 새누리당 비례대표가 의원직을 다시 승계한다는 것이다. 홍 대변인은 "현 의원은 의원직 자격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지금 당장 새누리당에서 의원직 승계는 일어날 수 없다"면서도 "다만 현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 현 의원이 선거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기 때문에 새누리당에서 의원직을 승계하도록 선거법에 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선거법 200조 2항에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궐원이 생긴 때에는 그 궐원된 의원이 그 선거 당시에 소속한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명부에 기재된 순위에 따라 궐원된 국회의원의 의석을 승계할 자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당에서 제명된 비례대표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의석 승계를 허용하지 않았던 이전 선거법이 지난 2010년 1월 개정된 것이다.

게다가 현영희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지 않을 경우에도 언제든 새누리당 복당이 가능한 상황이다. 새누리당 당헌·당규에서는 제명된 자에 대해 5년 이내의 복당을 금하고 있다. 그러나 홍 대변인은 "(제명 당시) 우리가 판단한 내용이 전혀 사실과 다를 경우에는 제명 조치가 원인무효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5년 제한규정 없이도 복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새누리당으로서는 현영희 의원이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든, 상실하지 않든 의석수 149석으로 복귀가 가능해 종국적으로는 잃을 게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현 의원 제명 조치는) 국민들의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수준 낮은 정치 술수에 불과하다"며 "자기들이 잘못 공천을 해놓고 문제가 되자 제명을 했지만, 잃은 것도, 고친 것도 없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현영희, 당 진상조사위 소환에 응할까

한편 현영희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에서 제명됨에 따라 향후 공천헌금 사건과 관련한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에 협조할 의무도 없어졌다. 이에 대해 홍 대변인은 "자기들이 결백을 주장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자기들의 소명 기회도 되지 않겠느냐"며 "진상조사에 협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현 의원은 이미 당 윤리위원회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향후 당 진상조사위의 활동에 적지 않은 장애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현 의원은 전날(16일) 새누리당 전체 의원들에게 "억울하다, 언론보도는 다 틀린 것이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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