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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대교 연쇄추돌 최초 사고자, 후속 인명피해 책임

최초 추돌사고 운전자도 화재 일으킨 운전자와 함께 연대배상책임

등록|2012.08.17 16:27 수정|2012.08.17 16:27
지난 2006년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29중 연쇄 추돌사고 당시 차량 화재로 숨진 사건에서 추돌사고를 처음 낸 운전자와 차량 추돌로 화재를 일으킨 운전자가 공동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L씨는 2006년 10월 3일 오전 7시 50분께 25톤짜리 화물 차량을 몰고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서해대교 북단 3차로를 달리던 중 당시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전방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앞에서 서행 중이던 1톤 트럭을 들이받았다.

이어 뒤따르던 차량들도 앞차를 연달아 들이받는 29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해 아수라장이 됐다. 이 사고로 모두 11명이 숨지고 46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10번째 추돌사고를 낸 K씨가 앞서 사고가 난 탱크로리 차량을 들이받아 화재가 발생해 12대의 차량을 불에 탔고, K씨 본인 등 4명이 숨졌다. 당시 다른 3명은 연쇄 추돌사고로 도로 갓길에 갇힌 상태에서 발생한 화재를 피하지 못하고 참변을 당했다.

이에 K씨의 차량보험사인 동부화재해상보험은 화재로 숨진 3명의 유족에게 모두 2억9581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뒤 최초 추돌사고를 일으킨 L씨도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L씨의 차량보험사인 LIG손해보험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차은경 판사는 2009년 10월 동부화재해상보험이 한국도로공사, LIG손해보험,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LIG손해보험은 5916만 원,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는 2958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차 판사는 "L씨가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 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잘못이 있고, 이후 K씨 등 다른 운전자들의 과실이 경합해 연쇄적 교통사고를 유발한 잘못이 있다"며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대해서는 "사고발생 시각 및 당시 기상상태, 사고지점인 서해대교의 도로구조 및 형태 등을 종합하면 설치 및 관리상의 하자로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거나 손해가 확대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서울고법 제20민사부 2010년 2월 "K씨의 추돌사고는 L씨의 선행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10여 분이 지난 후에 발생한 점 등에 비춰 보면, 선행사고와 후행사고 및 화재 사이에는 발생 시간이나 발생 장소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관련 공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L씨의 선행사고 및 이후의 추돌사고에 기여한 잘못을 이유로 추돌사고를 낸 K씨 등의 잘못에 의한 연쇄 추돌사고나 화재에 대해서까지 공동 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을 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동부화재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연쇄 추돌사고 당시 탱크로리를 들이받아 화재를 낸 운전자 K씨의 차량보험사인 동부화재해상보험이 추돌사고를 최초로 낸 L씨의 차량보험사 LIG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L씨에게 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L씨는 전방주시의무위반 등의 과실로 연쇄 추돌사고의 최초의 원인이 된 선행사고를 일으켰고, 사고 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주행차로에 정지해 있는 사이에 뒤따라온 차량들에 의해 후행 추돌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설령 L씨가 사고 후 안전조치 등을 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후행 추돌사고에 대해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후 연쇄적인 후행 추돌사고가 발생해 화재에까지 이르렀고, L씨로서는 당시 안개가 짙게 낀 서해안고속도로를 운행하는 후행차량들이 정차한 주변의 다른 차량이나 사람들을 추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L씨의 이 같은 과실과 연쇄적인 후행 추돌사고 및 그로 인한 화재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화재는 선행사고를 일으키고 사고 후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L씨의 과실과 전방주의의무와 안전거리 유지의무 등을 게을리 해 후행사고를 일으킨 K씨의 과실 등이 경합해 발생했다"며 "선행사고와 후행사고는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근접해 발생한 일련의 연쇄 추돌사고들 중의 일부로서, 객관적으로 봐 그 행위에 관련 공동성이 있다 할 것이므로, L씨와 K씨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화재로 인한 손해에 대해 연대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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