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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살 돈으로 집 사라"... 20, 30대가 봉?

금융위, DTI 규제 '고삐 풀기'... "건설업계 살리려 빚쟁이 양산"

등록|2012.08.17 16:59 수정|2012.08.17 16:59
 

▲ 고승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자료사진) ⓒ 김시연


"4천만 원 추가 대출! 20, 30대 내 집 마련 적기!"

젊은 층을 겨냥한 부동산업계의 유혹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오는 9월부터 연소득 3600만 원인 35세 근로자의 대출 한도가 2억2400만 원에서 2억6천만 원으로, 연소득 2400만 원인 25세 근로자는 1억5천만 원에서 1억9천만 원으로 각각 4천만 원 정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젊은 층-자산가 대출 한도 올려... 집값 하락기 '무리수'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 이하 금융위)는 17일 20, 30대 근로자의 미래소득 증가분을 감안해 대출 한도를 높여주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실수요층인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을 부추겨 부동산 경기를 살려보자는 취지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효성도 없을 뿐더라 집값 하락기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는 우선 40대 미만 무주택 근로자가 집을 구입할 때 최대 대출 한도를 10~20%가량 높여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연소득 3600만 원(월 300만 원)인 35세 무주택 근로자의 경우 DTI 50%(서울 기준) 규제를 적용하면 대출 한도가 2억2400만 원을 넘을 수 없었다. 하지만 10년간 평균소득증가율 31.8%를 적용한 장래 예상소득 4172만 원을 적용하면 대출 한도가 15.9% 늘어나 최대 2억6천만 원을 빌릴 수 있다. 10년간 평균소득증가율이 52.1%인 20대 근로자의 대출한도 증가율은 26.1% 정도다. (연리 5%, 만기 10년 이상의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기준.)

아울러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도 토지, 주택 같은 자산이 있으면 소득으로 환산해 대출 한도를 높여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시가표준액 15억 원짜리 부동산을 소유하고 임대보증금이 1억 원인 은퇴자의 대출한도는 최대 1억 원이었지만, 연 4767만 원까지 소득을 인정받게 되면 최대 1억84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다.

이밖에 금융위는 6억 원 이상 주택 구입시에만 가산항목을 적용해 50, 60%인 DTI 규제를 최대 65, 75%까지 올리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6억 원 미만 주택에는 고정금리, 비거치식, 분활상환 대출이나 신용등급에 따라 각각 5%씩 대출한도를 가산해줬다. 금융위는 이와 같은 DTI 완화 방안을 9월 중 은행권에 우선 시행하고 점차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고승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채무상환능력 이내로 빌려준다는 DTI 원칙을 유지하면서 현실에 맞게 보완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면서 "잠재적 주택 수요자들의 수입을 폭넓게 인정하도록 해 실수요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세 낼 돈으로 내 집 마련" vs. "젊은 층 빚쟁이 만들어"

하지만 이번 조치로 젊은 층의 불확실한 미래 소득까지 끌어내 주택 시장을 떠받치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실수요자가) 대출 한도가 좀 모자라면 DTI 완화해서 빌릴 수 있는 여지도 만들어 주자는 것이지 빚내라는 건 아니다"면서도 "평생 월세 살 거냐, 20~30년 월세 낼 돈으로 집을 살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라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제윤경 희망살림 대표는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없는데 막연한 미래 소득을 전제로 대출 한도를 올려주겠다는 건 젊은 층을 빚쟁이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면서 "부동산 시장 흐름도 바꿔놓지 못할뿐더러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젊은 층을 혹하게 하여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퇴자 자산 소득 인정에 대해서도 제 대표는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은 현실적으로 대출 상환이 불가능한데도 돈을 빌려주겠다는 건 결국 자산을 팔아 빚을 갚게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실효성도 없고 건설업계 압력이 아니고는 나올 수 없는 억지 논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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