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사진 찍는 기분 어떠냐구? 암실토 안 해"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 섬마을 안도에서 봉사활동 펼쳐
▲ 18일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가 1박 2일 일정으로 여수시 남면 안도로 낙도봉사를 떠났다. ⓒ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다. 이럴 때는 시원한 바다가 있는 섬이 최고의 피서지다. 남해안 푸른 바닷물에 발 담그고 여름을 보내면 '더위사냥' 끝이다.
어느덧 더위도 내리막이다. 늦더위의 기승이 아직 사그러들지 않는 이때 피서보다 낙도봉사를 통해 늦은 여름철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회장 이민식) 회원들이다.
나의 고향은 섬이다. 섬은 매일 매일 외롭다. 사람이 그립기 때문이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마음을 열면 모든 것을 퍼주어도 모자랄 정도로 너그럽다. 착하고 순박함을 담고 사는 이들. 바로 섬사람들의 마음이다.
섬마을 안도로 떠난 봉사활동
▲ 18일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가 1박 2일 일정으로 여수시 남면 안도로 낙도봉사를 떠났다. ⓒ 심명남
오늘(18일)은 섬으로 봉사활동을 떠나는 날이다. 1박 2일 우리가 떠난 곳은 여수시 남면 안도다.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와 안도는 연도교가 설치된 이후 한 섬이 되었다. 이번 행사는 연합회가 2달 전부터 준비한 섬 지역 봉사활동의 일환이다.
이번 행사의 취지는 여수시 남면 안도의 아름다운 수중세계를 보존하고 그곳에서 삶의 터전을 함께하는 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이다. 또한 여수엑스포가 끝나고 그동안 엑스포의 성공개최를 위해 매진했던 연합회원들이 하계휴양을 통해 화합과 친선 도모를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억수같이 비가 내렸다. 마치 동이로 쏟아붓는 느낌이다. 출항이 어려울 것 같더니 이내 비가 그쳤다. 의료봉사팀을 싣고 가기로 한 후배는 새벽부터 출항준비에 마음이 급하다. 소호항에선 2척의 배가 떴다. 또한 회원들은 돌산 신기항에서 첫배를 탔다.
봉사활동에 참가한 인원은 40여 명이다. 오늘 펼친 봉사활동에는 의료·미용·영정사진팀 그리고 다이버로 구성된 수중봉사팀이 함께 합류했다. 안도에 도착하자 주민들이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내 안도리사무소와 체력단련실에서 봉사활동이 시작되었다.
▲ 여수모아치과 오창주 원장과 의료진이 안도리사무소에서 치과진료를 하고 있다. ⓒ 심명남
의료봉사팀에는 여수모아치과 오창주 원장과 의료진이 함께했다. 충치치료, 틀니수리, 스케일링과 함께 치료가 시작되었다. 이곳 섬에도 보건소가 있지만 전문적인 이빨 치료가 어렵다. 주민들이 시간을 내어 뭍으로 나가지 않으면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섬주민들에게 인기를 끈 이유다.
지구촌사랑나눔회에서 해외봉사를 해 온 오 원장은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을 비롯 아프리카인 탄자니아와 나이지리아 등을 매년 1년에 한두 번씩 외국으로 의료 봉사를 다닌단다.
섬마을 의료봉사 소감을 묻자 "섬 지역에도 보건소와 의료선이 있어 우리나라는 굉장히 선진화 된 편이다"라며 "섬에 오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데 일률적으로 국가 보건소에서 방문 진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발치도 해줬는데 지금은 약 처방 등의 문제가 있어 발치를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 미용봉사에 참가한 신홍심(우)씨와 채순자씨가 섬주민들에게 머리를 깍고 있다. ⓒ 심명남
미용봉사 역시 주민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인기를 끌었다. 봉사에 참가한 미용사는 2명이다. 신홍심(49세)씨는 미용봉사에 오계된 계기를 묻자 "지인을 통해 봉사에 참가하게 되었다"며 "이곳 주민들이 머리를 하려면 여수까지 가는데 시간이 걸린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좋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어르신들 영정사진 찍어 드립니다
옆방에는 영정사진 팀의 재롱소리가 들린다. 사진팀은 연세 드신 어르신들을 웃기느라 정신이 없다. 유지수 이사는 사진을 찍고 돌아가면 액자를 만들어야 하니 일거리가 제일 많다.
"살짝 웃으세요. 눈 좀 크게 떠보세요. 앞을 보고 고개 살짝만 들어주세요."
▲ 영정사진팀에 참가한 손정애 부회장이 사진을 찍기 전 할머니에게 옷고름을 매고 있다. ⓒ 심명남
섬에 사는 어르신들은 자식들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수의는 준비해 놓아도 막상 갑자기 돌아가시면 영정사진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급히 그린 초상화가 장례식장에 자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정사진을 찍는 심정을 이곳 주민 주학심(86세)씨에게 들어봤다.
"영정사진 찍는다고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 사진 찍으니까 그냥 느낌이 좋아. 암실토 안 해. 사진이 좀 잘나왔으면 좋겠는데. 한번 태어나면 갈 거니까…. 자식들이 영정사진 찍으라고 그런 말은 안 혀. 가족사진 찍을 때 독사진은 찍어놨는디 기왕 찍는 김에 좀 잘 나왔으면 쓰긋소."
▲ 여수스킨스쿠버연합회원들이 안도 두멍안 포구에서 수중정화 활동을 실시히고 있다. ⓒ 심명남
또한 다이버들의 수중정화가 시작되었다. 어촌계 지도선의 도움으로 두멍안이라 불리는 내만 포구에서 다이버들이 수중정화를 실시했다. 두멍안에 다이버가 수중 정화를 펼친 경우는 처음있는 일이다. 두멍안에는 오래된 어구와 폐타이어 그리고 떨어져 나간 닻을 건져 올렸다.
아침부터 시작된 봉사활동이 정오를 넘겼다.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점심은 안도 주민들이 제공했다. 황금민박 주인 아주머니는 이곳에서 나는 자연산 해산물을 식탁에 올렸다. 음식은 안도 스타일로 푸짐하다. 봉사의 즐거움 마냥 밥맛도 '짱'이다.
이내 동고지로 넘어가 민박집에 여장을 풀었다. 그렇게 안도에서 하룻밤은 깊어 간다. 회원들은 밤새 맑디맑은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술잔을 기울였다. 문득 하늘의 별을 보며 꿈을 키웠던 시절이 생각난다. 한 일행의 노랫소리에 어느새 꿈 많은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로 되돌아간다. 시간이 잠시 멈추었으면 좋겠다. 한여름 밤 추억이 영원히 기억 될 수 있게. 외딴 섬마을의 밤은 이렇게 깊어만 간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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