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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기습 행보에 민주당은 '멘붕'

봉하마을 방문 두고 반응 제각각... 문재인 측도 속내 복잡

등록|2012.08.21 16:45 수정|2012.08.21 16:45

▲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 남소연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가 된 지 하루 만에 고 노무현 대통령 묘소 참배에 나선 박근혜 후보의 파격 행보에 민주통합당이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예상치 못한 박 후보의 기습 공격에 당 지도부의 반응과 대변인 논평의 내용이 엇갈렸고 각 대선주자 캠프의 반응도 온도차가 뚜렷했다.

이날 아침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 소식이 알려진 후 가장 먼저 나온 민주당의 반응은 '환영'이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후보가 국립현충원에서 김대중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봉하마을을 방문해서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다는 보도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환영, 대변인은 "정치 쇼" 비판

하지만 잠시 후 나온 당 대변인 논평은 뉘앙스가 완전히 달랐다.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에 대해 "보여주기식 대선행보", "정치 쇼"라고 맹비난했다.

정성호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와 정치검찰에 의해 돌아가셨다"며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로서 진정한 사과와 반성 없는 전격적 방문은 보여주기식 대선행보에 불과하며 유가족에 대한 결례"라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박 후보가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2004년 연극 '환생경제'에서 노 대통령에게 경제를 망친 인간이라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온갖 욕설로 모욕을 줬고 박 후보는 박장대소했다"며 "민생경제를 망친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서 당시 모욕 준 일에 대해 가슴에 손을 얹고 참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참모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문재인 후보 캠프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공식적으로는 "의미 있는 일"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캠프 인사들의 속내는 복잡했다.

진선미 캠프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재임 중 추구했던 상대를 인정하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아직도 진실이 규명되지 않고 의혹으로 남아 있는 많은 문제들의 해결에 박 후보가 전향적인 실천 의자와 노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속내 복잡한 문재인 캠프... "일방적인 봉하마을 방문, 예의에 어긋나"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 ⓒ 성낙선

반면 이목희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단순히 노 전 대통령 묘역에 가는 게 사회통합을 위한 행보가 되겠느냐"며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참여정부에 있었던 사람들이 고통을 당했다, 봉하마을을 가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것으로 과거와 진정한 화해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박 후보의 행보가 중도층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5·16이나 10월 유신에 대한 태도 등에서 일관성 있는 변화가 있지 않으면 일회성 묘역 참배로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후보 캠프에서는 또 박 후보의 일방적인 봉하마을 방문 통보가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문재인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국민 누구나 노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할 수 있지만 사전에 아무런 협의 없이 봉하마을을 방문해 권양숙 여사까지 만나려고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캠프도 비판 논평을 냈다. 김유정 대변인은 "참으로 늦었지만 민주정부의 두 분 대통령께 예를 갖추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면서도 "진정성도 없이 국민의 마음을 얻어 보려고 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후보가 과거에 대한 아무런 반성과 사죄 없이 그릇된 역사인식을 가지고 미래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김두관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박 후보가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라며 "다만 박 후보의 방문이 정치적 퍼포먼스가 아니라 진심 어린 반성과 화해의 몸짓이기를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새누리당·민주당 대변인 사이에도 공방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에 앞서 21일 오후 2시경 몇몇 시민들이 '독재자' 스탈린의 딸의 발언을 담은 현수막을 묘역 입구에 내걸었다. ⓒ 윤성효


새누리당과 민주당 대변인 사이에 입씨름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 전 사과하라는 민주당의 요구에 새누리당이 트집 잡기라고 대응한 게 발단이었다.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대해 통보가 없었다든가, 사과부터 하라는 등의 트집을 잡고 있다"며 "전직 대통령 묘역은 특정 정파의 배타적 관리 구역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방문해 참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변인은 또 "민주당은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할 후보에 대한 트집잡기부터 나서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김현 민주당 대변인이 발끈했다. 김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의 공과를 계승하는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인 박 후보가 참배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이명박 정권과 정치검찰의 잘못을 사과하는 것은 너무도 상식적인 일"이라며 "이를 두고 새누리당이 박근혜 후보를 트집 잡는다는 것은 궤변"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오늘 참배를 통해 국민통합 이미지는 얻고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책임은 거부하겠다는 자의적이고 이율배반적인 박 후보의 태도를 국민이 납득할리 만무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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