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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죽기살기로 핀다

모퉁이 화실의 김인구 화가

등록|2012.08.24 11:06 수정|2012.08.24 11:06

▲ 구석진 곳에 소박한 모습으로 자리한 모퉁이화실 ⓒ 이안수


올해 초, 동네의 순댓국집을 갔다가 그 집의 벽에 걸린 금언들을 적은 손글씨 작품들을 보았습니다. 그 작가의 이름은 김인구이고, 프로방스에서 '모퉁이화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모퉁이화실'이라는 말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작고 소박할 듯한….

저는 그 모퉁이 화실이 정말 모퉁이에 있는 지, 얼마나 작은 지 그리고 얼마나 소박한 지 저의 어림짐작과 견주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방스에 갔을 때, 일부러 찾아갔습니다. 모퉁이가 아닌 막다른 곳이었습니다. 작고 소박하겠다는 짐작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 버려진 쇳조각들을 모아 생긴 그대로의 모습으로 모퉁이라는 글자를 만든 모퉁이 화실의 안내기둥 ⓒ 이안수


저는 화가가 없는 화실 앞을 두리번거리다 되돌아가길 올 1월과 4월, 두 차례였습니다. 오늘, 처가 오랜 만에 서울에서 왔습니다. 이른 저녁을 순댓국으로 해결했습니다. 다시 프로방스에 들렸습니다. 모퉁이를 돌자 막다른 곳에 화실이 있고 바로 그 앞에서 등 굽혀 작업하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이 화실의 주인이 분명했습니다.

- 화실 주인이세요?
"네, 김인구입니다."

- 요, 아래 순댓국집에 갔다가 선생님의 손글씨들을 보고 이곳에 들린 적이 있었습니다.
"아, 선생님의 글을 본적이 있어요. 모퉁이 화실을 언급한……."

- 이 작업은 무엇이에요?
"아, 참숯으로 커피 볶는 집의 간판입니다."

- 손글씨 작업 외에 그림 작업도 하지요?
"그럼요. 올 가을에 개인전을 할 예정입니다."

- 어떤 주제로 작업하시나요?
"'꽃이 피는 까닭'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 그럼 그 까닭에 대한 답을 얻으셨나요?
"저는 꽃을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꽃을 피우는 꽃의 입장에서 꽃을 생각해 본 것입니다. 식물들은 꽃을 피울 때 죽기 살기로 피운답니다. 정원사들은 식물이 꽃을 피운 뒤 열매를 맺으면 곧 열매를 잘라버립니다. 그러면 그 식물은 다시 죽기 살기로 꽃을 피웁니다. 식물은 열매를 맺어 확산과 팽창을 도모하고 싶은 거지요."

- 꽃집에서도 식물의 꽃을 피울 때, 한동안 물을 주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흠뻑 물을 주면 바로 꽃을 피운데요. 죽음의 위기에 대를 이어야겠다는 유전자의 코딩이 작동한 거겠지요. 그럼 그 답을 어떻게 작품으로 승화하나요?
"유화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칼라 유리를 붙여서 깨거나 캔 유리를 붙이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에너지의 확산과 팽창을 표현하기는 유리가 적격이거든요."

▲ 캔버스에 유화로 그림을 그린다음 위해 색유리를 깨어 붙이는 방식으로 확산과 팽창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활용한다는 모퉁이화실의 김인구화가 ⓒ 이안수


김 작가님은 화실의 내부도 보여주었습니다. 넓지 않은 화실에는 작가의 체취가 가득했습니다.

▲ 두 평 남짓한 화실 ⓒ 이안수


- 이곳에서 작업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3년째입니다. 잠은 지하에서 자구요."

- 유화로만 작업하세요?
"오브제 작업하기도 해요. 나무, 쇠, 유리의 세 가지를 사용합니다."

▲ 화실입구의, 오토바이크를 분해해 만든 정크아트(Junk Art). ⓒ 이안수


프로방스에서 11년째 전무인, 제게 28년 째 밥을 사는 막역한 선배인 김두하 전무님을 그곳에서 뵈었습니다. 이번에도 한 잔의 커피와 커피 보다 더욱 따뜻한 마음을 퍼주었습니다. 모퉁이 화실을 되돌아 나오는 머리 위에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이 김인구 화가의 손글씨로 쓰여 걸려 있었습니다.

▲ 김인구 화가의 손글씨로 쓰인 마종기시인의 '우화의 강' ⓒ 이안수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죽기살기로 피워야할 것은 꽃뿐이 아님을 우리는 압니다.

▲ 28년의 사귐, 물길이 트인 사이라고 할 만한가.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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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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