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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본부 찾은 새누리당 의원 "몸을 더 낮추겠다"

강기윤 국회의원, 첫 민주노총 경남본부 방문 ... 근로자복지종합센터 건립

등록|2012.08.24 13:56 수정|2012.08.24 13:56
"제가 몸을 더 낮추어야죠."

24일 오전 창원노동회관 3층. 김천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지역본부장과 악수하던 사람이 허리를 넙죽 굽히며 한 말이다. 옆에 있던 사람들도 덩달아 웃었고, 키가 큰 김 본부장도 허리를 굽힌다고 했지만 그 사람이 더 낮은 자세였다.

자세를 낮춘 사람은 새누리당 강기윤 국회의원(창원성산)이다. '진보정치 1번지'였던 창원에서 진보정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한 강 의원이 민주노총 본부를 찾은 것이다.

▲ 24일 창원노동회관을 찾은 새누리당 강기윤 국회의원이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지난 4·11총선에서 민주노총은 그의 낙선을 바라며 진보정당 후보를 지원했다. 어떻게 보면 반대편에 섰다고 할 수 있다. 또 강 의원은 중소기업 사장 출신이다. 노동자 편에 서 있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날 강 의원의 민주노총 본부 방문은 어떻게 보면 '파격'으로 비춰질 수 있고, '적의 소굴'을 찾은 것이라 할 수 있다.

▲ 24일 창원노동회관을 찾아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과 악수하던 새누리당 강기윤 국회의원이 "제가 몸을 더 낮추어야죠"라고 하면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민주노총 경남본부 건물에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방문하기는 처음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강 의원이 창원노동회관을 방문하자 간부들은 "겁이 나서 오지 못할 건데 어떻게 왔지"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민주노총 본부 방문은 강 의원 측에서 먼저 제안해 이루어졌다. 이틀 전 강 의원 측에서 전화를 걸어 방문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김천욱 본부장과 김성대 사무처장이 강 의원을 맞이했다. 본부장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가 이어졌다. 강 의원은 근로자복지종합센터 건립을 제안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근로자를 대변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창원은 근로자도시다. 그런 차원에서 민주노총을 방문해서 본부장을 만나 애로점이 무엇인지 수시로 듣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각 회사 노조 위원장들과도 대화를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동적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거론되었다. 강 의원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되어야 한다고 본다. 회사는 고용 유연성이 경직되면 어려워 비정규직을 둘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지만, 같은 일을 한다면 같은 임금을 주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창원공단 내 ㈜센트랄의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구했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이 회사에서는 3명이 해고되었는데, 경남지방·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는데도 사측은 복직시키지 않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설명을 들은 강기윤 의원은 "노동위원회의 명령이 떨어졌는데 왜 하지 않는지"라고 다시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근로자들은 먹고 사는 게 중요한데 소송을 하더라도 빨리 판결을 내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천욱 본부장은 "기업이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이 억울하게 당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구했다.

강기윤 의원은 "정당을 떠나 항시 서민과 근로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창원에서 권영길 전 의원이 그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제가 하게 되었다. 수시로 근로자들을 만나 고충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 24일 오전 창원노동회관을 찾은 새누리당 강기윤 국회의원이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등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4·11총선 때 상황에 대해, 그는 "그때는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 후보를 지지하는 역할을 했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선거 때 누구를 지지했던지 간에 국민 전체를 대변해야 한다고 본다. '아군'만 생각하고 달리면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근로자복지종합센터 건립에 대해 그는 "창원은 근로자 도시인데, 근로자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맡길 수도 있고, 체력단련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빈부격차가 정보격차로 되어서는 안 되는데, 센터에서 다양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기윤 의원은 김천욱 본부장 등과 30여 분간 대화를 나눈 뒤 나오면서 이흥석 전 민주노총 경남본부장과 마주쳤다. 이 전 본부장은 "아니,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강 의원은 "앞으로 자주 오겠다"고 인사했다.

▲ 24일 창원노동회관을 찾은 새누리당 강기윤 국회의원이 이흥석 전 민주노총 경남본부장과 마주쳐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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