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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에서 이외수 작가와 대면하다

[56일간의 백두대간 여행 2] 2012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 참가

등록|2012.08.28 13:58 수정|2012.12.18 22:07
 

이외수 작가와 필자이외수 작가님의 패션 감각은 남달랐다. 파란색 바지가 상당히 눈에 띄었다. 필자의 파란색 티셔츠와 묘하게 매치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당시 내 자전거에는 태극기와 함께 영국 국기인, 유니온잭이 걸려있었는데 한국 대표팀의 2012년 런던 올림픽 선전을 기원하며서 달아본 것이다. ⓒ 곽동운


2012년 6월 14일 목요일.

드디어 나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 시작됐다. 첫 목적지는 강원도 화천이었다. 여름은 축제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6월이라 좀 이르긴 했지만, 당시 강원도 화천에서는 <2012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이라는 문화 행사가 개최되었다.

평화와 안보?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상 '평화'와 '안보'는 서로 접합 점을 찾을 수 없는 각 세력들이, 대표적으로 부르짖는 '프로파간다(어떤 것의 존재나 효능 또는 주장 따위를 남에게 설명하여 동의를 구하는 일이나 활동. 주로 사상이나 교의 따위의 선전을 이른다.)'처럼 보인다. 소위 진보와 보수, 각 진영에서 그 낱말들을 중심으로 구심점을 삼아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고 피력한다는 것이다.

물과 기름처럼 쉽게 섞일 것 같지 않은 두 명칭을 내걸고 문화행사를 한다고 했으니 나도 처음에는 의심부터 품었다. 더군다나 문학축전 메인 행사는 <2012세계평화안보 백일장>이었는 데, 통상적인 백일장 행사는 반 나절 치기로 족하지 않던가? 그런데 2박 3일 동안 행사가 진행된다고 하니, 그것 또한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것들 사짜 아니야?'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 홈페이지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을 알리는 홈페이지 ⓒ 곽동운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니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은 그저 그런 행사가 아닌, 꽤 의미 있는 행사였다. DMZ을 끼고 있는 최전방 강원도 화천이라면 평화와 안보가 공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결정적으로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은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이 주도적으로 기획을 하셨다고 한다. 그렇다. 난 '이외수'라는 이름 석자를 믿고 화천으로 나아갔다. 백일장 최고 상금이 천만 원인 터라 잘하면 여행비용 충당은 물론 유럽 여행까지 '한방에' 해결될 수도 있었다.

또 나는 자전거로 화천까지 왔고,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의 초반부를 문학축전에서 보낸 만큼 적어도 지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것을 두고 1타 3피라고 해야 할까?

<2012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은 6월 15일(금요일)부터 2박 3일간 '평화의 종' 공원과 붕어섬 일원에서 진행됐다. 강원도 화천은 산천어 축제로 유명한 곳이다. 산천어 축제는 한겨울에 진행되는 대표적인 얼음낚시 축제인데 군부대로 둘러싸인 화천의 이미지를 좀 더 활기차고 밝게 바꾸어 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붕어섬은 화천 읍내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야외무대 및 편의시설이 있어 산천어 축제의 부대행사도 이 곳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가만히 보니 붕어섬은 서울의 선유도 공원 정도의 규모였다. 그런데 거기에 야외공연장, 공원, 운동시설, 수상레포츠, 주차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강원도 화천을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산보 삼아 붕어섬을 탐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북한강의 시원한 풍광을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소풍을 즐기거나 데이트를 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실제로 인근 군부대에서 외박을 나온 군인 아저씨들과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분들이 붕어섬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많이 포착됐다.

붕어섬북한강을 뒷배경하여 붕어섬에서 한 컷 찍어봤다. 이렇듯 붕어섬은 상당히 좋은 출사지인 듯싶다. ⓒ 곽동운


그런 붕어섬에서 3일을 캠핑했다. 지갑이 얇은 관계로 숙소를 잡는 것은 내게 사치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2박 3일을 펜션이나 민박집에서 보냈다면 바로 여행 예산이 바닥났을 것이다.

한편, 화천은 군부대가 몰려 있어 주말에는 외박 나오는 군인들 때문에 숙소 구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문학 축전에는 500명의 예비문학인과 그 가족들이 참관하는 터라 가뜩이나 수용력이 한정된 화천의 숙소 문제를 더욱더 가중시켰을 것이다. 나도 그런 의문이 들어 행사 스태프들이나 군청 관계자분들에게 관련 사항을 문의해 보았다.

나의 '민원'이 잘 받아들여졌던 것일까? 원래 붕어섬은 야영과 취사가 금지된 곳이지만, 나는 행사 기간 내내 캠핑을 하고 밥을 지어 먹었다. 북한강의 시원한 풍광을 바라보며 낭만의 섬, 붕어섬에서 캠핑을 하는 그 맛이란!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나를 무척 부러워하실지 모른다. 아담하고 예쁜 붕어섬에서 '합법적'으로 캠핑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부러워하실 거 없다. 6월 중순이었지만, 붕어섬의 밤은 무척이나 추웠다. 새벽에는 얼어 죽는 줄 알았다.

평화토크왼쪽부터 공연기획자 탁현민, 작가 이외수, 개그맨 전유성씨다. ⓒ 곽동운


첫째 날인 15일에는 사전 행사로 '평화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공연기획자 탁현민씨가 사회를 맡았는데 오프닝 멘트로 이런 말을 했었다.

"이외수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외수한테 빚진 사람들은 다 화천으로 와라!"

그렇게 이외수 선생님에게 빚진 사람들이 많았는지 16일에 있은 '평화의 종 콘서트'에는 김제동, 김C, YB 등 국내의 유명 뮤지션과 방송인이 출현하여 축제의 밤을 불태웠다. 달리 보면 이것이 소설가 이외수의 힘인 것 같다. 강원도 화천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서 문학을 테마로 하여 축제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하지 않았던가?

문학축전의 최고 하이라이트인 '세계평화안보백일장'은 화천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평화의 종 공원 일대에서 진행됐다. 평화의 종 공원은 2009년도에 평화의 댐 바로 옆에 만들어진 공원으로, 그 곳 중심부에는 평화의 종이 걸려있었다.

평화의 종은 높이 4.7미터에 무게가 무려 35톤에 달하는 거대한 종으로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에서 보내온 탄피를 녹여 만든 무척 특별한 종이다. 현재도 전쟁과 분쟁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지구촌을 위해 그 평화의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백일장을 치르고 있을 때 종을 치니까 그건 별로였다. 전날 붕어섬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잤던 터라 집중이 안 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땡~'하고 종을 치니, 어쩌란 말인가!

우여곡절 끝에 나는 원고를 제출했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하지만 1등이 아니더라도 2,3등 정도만 되도 여행비가 빠지고도 남으니, 한편으로는 느긋해 있었다.

백일장이 '꽝' 됐어도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은 계속해야...

평화의 종평화의 종은 세계 분쟁지역에서 보내온 탄피를 녹여 만든 종이다. ⓒ 곽동운


'2등 상금이 기백만 원 정도 되니까, 남은 여행을 좀 풍족하게 보낼 수 있겠군! 시간되면 정선에 있는 카지노에서 한판 땡기고 가야겠어! 푸하하!'

개뿔, 땡기길 뭘 땡겨! 결과는 꽝이었다. 붕어섬에서 벌벌 떨며 버텼던 지난 시간이 너무나 허무해졌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승복을 해야지. 재미나게 화천 구경도 하고 했으니, 그렇게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던 십 몇 년 전의 약속을 깨고 다시 와서 화천과 재회를 하지 않았던가!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사실 난 강원도 화천에서 군대생활을 했다. 그래서 아웃도어를 하면서도 화천 쪽은 계속 누락을 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화천을 다시 발견하게 된 것이다. 화천도 나름대로 아웃도어 천국이었던 것이다. 아참, 공연기획자 탁현민씨도 화천에서 군대 생활했다고 한다.

그렇게 <2012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은 마무리 됐다. 하지만 처음 시작되는 행사라 그런지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수상자들에게 미리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는지 상을 수여받는 사람들의 표정이 무척 덤덤했다. 하물며 천 만 원의 상금을 받는 1등 당첨자의 모습은 덤덤하다 못해 무척 차분해보였다. 명색히 수상식이라면  '와!'라는 함성과 '어머 어떡해'라는 놀라움이 교차해야 하는데, <세계평화안보 백일장>의 수상식은 긴장감은커녕 허무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김C와 뜨거운 남자평화의 종 콘서트에 오프닝을 맡았던 밴드 뜨거운 감자. 뜨거운 감자에서 김C는 기타 겸 리드보컬이다. ⓒ 곽동운


입선자들이 수상식장에 나타나지 않을 것을 우려한 주최측이 미리 수상자들에게 연락을 취한 것 같은데, 다음 대회부터는 그런 편법을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본인은 백일장에 떨어졌다는 충격과 수상식에서 받은 허무감 때문에 화천에서 하룻밤을 더 지내고 말았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게 컸기에 그냥 화천에서 하루를 더 보내며 체력을 회복할 생각이었다.

북한강가의 캠핑장숙박 시설이 부족한 화천에서는 이렇게 군청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 있었다. 붕어섬의 맞은편에 있는 캠핑장인데 군청에서 운영하는 터라 비용이 무료였다. 그날 캠핑장에는 나 혼자였다. 무척 쓸쓸하고 추운 밤이었다. ⓒ 곽동운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동시에 게재합니다. http://blog.daum.net/artp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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