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위기 시골학교를 14:1 경쟁률 인기학교로
성공적 공교육 모델 만든 전북 군산 회현중 이항근 교장
▲ 교육토크콘서트에서 자신의 교육철학을 말하는 이항근 교장폐교위기까지 갔던 시골의 한 작은 학교를 전국적인 인기학교로 만든 주인공 이항근 교장. 학부모 기자단 초정 교육콘서트에서 자신의 교육철학을 말하고 있다. ⓒ 장희용
'교장·교육정책가'자리 왔지만, 모두 거절... 다시 평교사로
지난 24일 군산에선 특별한 학부모 모임이 있었다. 8월 말로 4년간의 군산 회현중학교 교장 임기를 끝 마치고 군산 동산중 수학교사로 돌아가는 이항근 교장과 함께 하는 교육토크 콘서트가 바로 그것이다.
이항근 회현중학교 교장은 지난 2008년 군산 회현중학교의 내부형 공모 교장으로 임기를 시작해 폐교위기에 놓여있던 이 학교를 불과 3년 만에 성공적인 공교육의 산실로 탈바꿈시켰다.
이 교장은 회현중 당시 교과 과정을 대대적으로 손 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진로 탐색 교육을 실시하고, 학년별로 연극과 직접 농사를 지어보는 생태농업, 문화탐방 수업도 실시했다. 희망자에 한해 오후 7시~9시까지 영어와 수학 심화학습도 실시했다. 이렇듯 이 교장의 교육철학과 교사의 적극적인 참여, 동창회 등 지역의 후원 등이 성과를 거두면서 폐교위기의 작은 시골학교가 일약 전국적 명문학교로 거듭난 것이다.
이날 학부모의 관심 역시 폐교 위기에 몰린 회현중학교를 어떻게 성공적인 학교로 탈바꿈을 시킬 수 있었나. 그리고 이 같은 성공 모델을 보통 학교에도 적용시킬 수 없나에 집중됐다.
교장이나 교육 정책 전문가보다는 현장에 오래 남아서 아이들과 호흡하며 좀 더 바른 방향으로 끌어주고 싶다는 이항근 교장.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의 지침으로 삼고자 하는 이항근 교장의 교육철학을 토크콘서트를 통해 들어봤다.
회현중을 통해 군산 공교육의 성공모델을 제시한 이항근 교장. 여러 군데서 '교장으로 와 달라, 교육정책가로 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다 거절하고 다시 일선 평교사로 돌아간다.
개학하는 날 '야! 학교 간다'고 반기는 학교 만들고 싶었다
▲ 회현중을 인기학교로 만든 비결은 뭘까?이항근 교장은 선생님들이 진정한 스승으로서 교사 본연의 존재감을 되찾고자 하는 열의와, 아이들을 존중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자 변화의 시작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 장희용
학부모:
만나보고 싶었어요. 8월말로 임기를 마치고 평교사로 돌아간다고 들었는데 평교사를 고집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항근 교장: 여러 군데에서 교장으로 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평교사로 일할 계획입니다. 평교사는 원래 내가 있던 자리였고, 일선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과 호흡하고 그들의 감정을 읽어 내는 것이 교육현장에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부모: 2008년 처음 회현중학교 부임당시 학교 분위기나, 학생들의 상황은 어땠나요.
이항근 교장: 보통 학교와 마찬가지로 이곳의 아이들도 지쳐 있었고 지역사회의 따뜻함이 사라졌다고나 할까. 특별한 비전이 부족했고, 아이들은 무기력에 빠져 있는 상태였어요. 물론 시골 아이들이라 착하고 순박했지만 고립되고 너무도 조용한 학교였어요. 3년 동안 학교의 유리창이 한 번도 깨진 일이 없었을 정도였죠 (웃음).
학부모: 교장선생님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노력을 하셨나요.
이항근 교장: 저는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고 싶었어요. 방학 전날 '야! 해방이다'가 아니라 개학 하는 날 '야! 학교 간다'고 반기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어요. 학교 등교하는 날이 즐겁고, 내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고, 꿈을 갖게 하는 학생들이 돌아오는 농촌 학교,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학부모: 회현중학교에서는 특별한 교육 과정, 차별화된 교육 과정이 있다던데 소개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항근 교장: 성적보다는 성장이 목표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전 학년을 상대로 진로탐색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1학년은 진로캠프, 2학년은 진로체험, 3학년은 진로발표회 이런 식이죠.
또, 학년별로 연극(1학년), 생태농업(2학년), 문화탐방(3학년) 수업을 받게 합니다. 오후 4시 이후엔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퍼즐, 바둑, 외국어, 밴드 활동을 하고, 저녁 7시~9시엔 희망자를 모집해 수학, 영어 등 심화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또, 1주일에 1시간씩 학생들에게 자율시간을 둬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어요. 그렇다 보니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 무엇을 생각하고, 결정하는 능력이 결여돼 있습니다. 과연 그런 아이들에게서 스스로 꿈을 꾸고, 찾아가고, 이루려는 마음이 생길까요?
저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일에 대해 결정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율시간을 준 것이죠. 처음에는 어떤 아이는 누워서 자기만 하고, 어떤 아이는 학교 컴퓨터에서 게임만 하고... 하지만 믿고 기다렸죠. 아이들은 점점 자신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아이들끼리 논의라는 것도 하기 시작하더군요.
아주 특별한 모습의 변화보다는, 그런 고민 속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성찰하는 그런 시간들... 전 그 고민을 하는 그 시간을 준 것이 아이들에게 '자기 결정권'이라는 가장 큰 교육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들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서서히 입소문이 나면서 작년 입학 설명회 때에는 전국에서 500여 대의 차가 오기도 했고, 21명 모집에 297명이 몰렸습니다.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고 나중에 행복하자 말하지 않았으면..."
▲ 교육콘서트에 참가한 학부모들.이날 학부모들은 부모로서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항근 교장은 "엄마가 아이들에게 지금은 참아내고 공부를 열심해 해서 나중에 행복해지자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장희용
학부모:
그럼 회현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선 성적이 좋아야 하나요? 어떻게 높은 경쟁률 속에서 일정한 학생들을 선발하죠.
이항근 교장: 첫해에 학교생활기록부를 보면서 학생들을 선발하다보니 성적 우수학생들 위주로 입학하는 문제점이 발생했어요. 그래서 다음해부터는 학교생활기록부를 보지 말자고 했어요.
그 대신 논술 문제를 내서 사고력, 수행능력을 파악해 뽑았어요. 거기에다 자기 소개하기, 영화 감상문 제출, 동료학생의 평가 등도 첨가했어요. 말 그대로 입학사정관 비슷한 시도를 한 거죠.
올해 입학시험에는 4문제를 냈어요. 그 중에 하나가 '인류 멸망의 날이 왔다. 미래 인류를 위해 절대 손상되지 않는 금고에 무엇을 넣어 두겠나'라는 질문이었어요. 돈, 다이아몬드라고 쓴 아이들이 많은 걸 보고 물질주의에 물들어 있지 않았나 놀라기도 했어요.
학부모: 내년 2013년도 어떤 학생선발 기준을 갖고 있나요?
이항근 교장: 회현중학교에 너무 많은 학생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저희들의 고민은 탈락하는 학생들이 상처를 받는다는 거예요. 내가 뭔가 부족해서 떨어진 것 아닌가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동창회, 학부모, 선생님들의 의견을 모아 모집인원의 3배수를 선발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할까 고민 중이예요. 그렇게 하면 떨어진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학부모: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이항근 교장: 군산 동산중학교 수학교사로 일하니 만큼 학생들에게 수학을 잘 가르치는 게 숙제죠. 원래 수학을 못했던 제가 수학교사를 하고 있으니 학생들에게도 자신감을 갖고 수학공부를 할 수 있게 설득(?)할 생각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수학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학부모: 마지막으로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항근 교장: 아이들에게 지긍은 참아내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나중에 행복해지자고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에게 지므 행복하자고 말하는 엄마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지금 행복을 맛본 아이들이 나중에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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