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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좋은놈' '나쁜놈'... 그럼 '이상한놈'은?

[서평] 대표 블로거 아이엠피터가 쓴 신간 <놈놈놈>

등록|2012.09.01 12:25 수정|2012.09.01 12:25

▲ 아이엠피터 임병도가 쓴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겉 표지 ⓒ 책으로여는세상

나꼼수, 박원순, 안철수의 깜짝 등장을 '2011년 현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강호의 고수는 늘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 느닷없이 정치권에 등장한 박원순은 서울시장이 되었고, 안철수는 유력한 대선후보가 되었습니다.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는 적어도 2012년 4·11총선 전까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였습니다. 그리고 2011년 블로그를 통해 인터넷 공간에 혜성처럼 등장한 또 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아이엠피터입니다. 그는 하루 평균 1만 5000명, 한 달 평균 45만 명 이상 방문하는 대한 민국 최고의 정치, 시사 블로그 운영자입니다.

전업블로거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11년 <대한민국블로그어워드>에서 개인부문 대상을 차지하였습니다. 2011~2012년 사이, 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시사 블로거가 되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그가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그동안 블로그에 써온 글들을 책으로 엮어내었습니다. 문재인, 박근혜, 이명박, 강용석, 전여옥, 김문수, 오세훈, 박원순, 나경원, 신영철, 정치검찰 등이 등장합니다. 책 제목이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임병도 저, 책으로 여는 세상 펴냄)입니다. 등장 인물만 딱 봐도 누가 좋은 놈인지, 누가 나쁜 놈인지 그리고 누가 이상한 놈인지 어렵지 않게 가려낼 수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문재인을 좋은 놈의 대표선수로 꼽고 있습니다. 아주 대놓고 문재인을 꼭 대통령 시켜야 한다고 선언하였고, 문재인을 대통령 시키자고 사람들을 선동합니다. 문재인이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한 번 요약해 보겠습니다.

아이엠피터가 말하는 '대통령 후보 문재인과 박근혜'

첫째 문재인은 소탈함에 있어서 노무현 대통령과 유유상종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사임한 뒤에도 중고 렉스턴을 타고 다녔고, 값이 싼 남성전용 미용실을 다니며,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이 잡듯이 털었지만 먼지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도덕성과 인품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를 통해 검증되었다는 것입니다.

"화려한 언변이나 정치적 카리스마는 없지만 문재인에게는 다른 정치인에게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진정성이 있다. 이것은 신뢰의 바탕이며 국민이 가장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본문 중에서)

셋째는 참여정부의 정책을 이어가고 꼭 필요한 정책을 되살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문재인의 <운명>에 나오는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는 구절은 바로 참여정부 시절에 꽃피우지 못하였던 정책들을 뜻한다는 것이지요.

넷째는 야권통합, 정권교체, 박근혜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어떤 기득권도 포기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문재인이라는 겁니다. 야권 통합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하였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부에 너무나 많이 속고 당한 국민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원하고 있었고, 국민을 배신하지 않고 원칙과 소신을 지키면서, 자신의 권력과 이익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을 찾고 있었는데, 바로 그때 문재인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본문 중에서)

다섯째 노무현 대통령이 꿈꾼 그리고 저자 아이엠피터가 꿈꾸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평가합니다.

문재인이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르면서 특전사 출신이라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저자는 유신헌법에 반대하며 학생운동에 참여하였던 문재인이 강제 징집된 까닭을 자세하게 들려줍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모두 군대를 면제 받는 이 나라에서 특전사 입대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 온 과정만 봐도 그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라는 주장입니다.

문재인이 야권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경우 연말 대선에서 맞서게 되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의 경우는 어떨까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이 꼭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박근혜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유신 독재로부터 물려 받은 '박근혜의 정치적 기반'

저자는 정치인 박근혜를 박정희와 전두환의 뒤를 잇는 인물이라고 평가합니다. 박근혜가 새누리당 다른 경선 후보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되는 과정을 예상하면서 99.9%의 지지를 받아 체육관 선거로 당선되었던 박정희와 전두환을 상기시킵니다.

그는 박근혜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정수장학회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박정희가 설립하여 전두환에 의해 박근혜에게 넘어간 정수장학회를 보면 유신독재의 '상속녀'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지태(<부산일보>와 삼화고무를 운영하던 언론인이자 기업가)가 박정희에게 빠앗긴 재산이 <부산일보> 주식 100%와 부산문화방송 주식 100%, 서울문화방송 주식 100%, 부일장학회 자산이었던 땅 10만 평이었다. 박정희는 이 모든 재산을 부일장학회로 넘겼고, 이름도 '5·16 장학회'로 바꾸었다." (본문 중에서)

"박근혜는 1982년 박정희의 '정'자와 육영수의 '수'자를 합쳐 정수장학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 까닭은 5·16이라는 단어에 독재자의 유산이라는 어감이 짙게 깔려 있어 더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정수장학회를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남의 재산을 강탈해 가서 박정희의 개인재산으로 둔갑시킨 '장물'이라고 주장합니다. 박근혜가 어떻게 발뺌을 해도 바뀔 수 없는 진실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수장학회는 태생적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운영도 엉터리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정수장학회는 장학금 한 푼 내지 않고 장학 사업으로 생색을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수장학회는 해마다 25~30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MBC가 20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부산일보>가 8억 원 가량을 지원한다." (본문 중에서)

뿐만 아니라 정수장학회는 IMF 이후 재정난이 계속되자 기구를 축소하고 구조조정을 하였으며 직원상여금도 1100%에서 600%로 감축하였는데, 박근혜 이사장은 상근직으로 바뀌어 더 많은 연봉을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박정희가 독립군을 토벌하던 만주군 장교 출신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박정희와 전두환, 전두환과 박근혜의 관계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유신독재 치하에서 전두환이 승승장구하였던 것은 박정희의 5·16쿠데타를 지지하는 육사생도들의 시위를 주도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훗날 12·12 사태를 통해 권력을 잡은 전두환은 박정희를 본 떠 정권을 장악하였고, 박정희의 총애를 받았던 전두환은 집권 이후에 박근혜에게 5·16 장학회뿐만 아니라 청와대 금고에 있던 현금 6억 1000만 원(현재 가치로 300억 원)을 넘겨주었다는 것입니다. 박근혜가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물적 토대는 전두환에 의해 마련되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박근혜의 정치적 기반 역시 유신독재로부터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박근혜 지지 기반의 원조인 '구국여성봉사단'은 1970년대 말 100만 회원을 거느린 전국 조직이었고, 훗날 새마음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꾸었을 때 쟁쟁한 재벌 회장들이 모두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1982년에는 육영재단 이사장에 취임하였고, 1989년에는 회원만 20만 명에 달하는 '근화봉사단'을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박근혜는 단순히 독재자의 딸이 아니라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거대한 정치 세력을 조직해 이끌었던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박근혜를 두고 독재자의 딸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초딩' 싸움 수준이며 오히려 그녀가 가진 정치적 배경과 거대한 지지 세력의 실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2012년 대선을 앞둔 박근혜의 행보와 새누리당 의원들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가히 '여왕의 부활'과 다름없다고 평가합니다.

한편 이 책은 임기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이명박과 그의 가족들의 국민을 기막히게 하는 꼼수와 비리 그리고 눈속임에 대하여도 파헤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전 재산 사회환원을 위해 만든 청계재단의 꼼수, 국가 재산을 개인 재산으로 돌리는, 돌리고 싶어 하는 대통령, 그리고 내곡동 사저 땅 구입 문제에 이르는 주옥같은 사연들이 있습니다.

이제 임기 6개월 남은 이명박에게서 국민의 관심이 조금씩 떠나고 있어 이 글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습니다. 대통령 퇴임 이후에 어떤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될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을 읽으시기 권합니다.

국민모독 3종 세트 '강용석-전여옥-김문수'

한편 아이엠피터가 쓴 <놈놈놈>에서는 국민모독 3종 세트로 강용석, 전여옥, 김문수를 지목하였습니다. 성희롱 사건 이후 박원순 저격수가 되어 각종 코믹 정치를 보여준 강용석, 정몽준-박근혜-이명박-국민생각으로 말을 갈아타며 권력에 편승한 박쥐같은 정치인 전여옥 그리고 변절의 대명사 기회주의 정치인의 대표 김문수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봅니다.

특히 김문수에 대해서는 이른바 남양주 소방서 전화사건에 대하여 자세히 다루고 소방관과의 전화통화 녹취록 전문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아울러 화재나 인명구조와 상관없이 2008년 6월까지 무려 93번이나 소방헬기를 타고 다닌 김문수의 행각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을 망친 남자, 서울을 노린 여자, 서울을 시민에게 돌려준 남자 편에서는 각각 오세훈, 나경원, 박원순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서울을 빚더미에 앉힌 오세훈, 서울시장을 노린 나경원의 네거티브 공세와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박원순 시장에 대해서는 반값등록금 공약의 시행, 서울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 저지 등에 대해서도 간략히 다루고 있습니다. 그는 박원순을 빗대어 '서울을 시민들에게 돌려준 남자'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사실 이명박의 헛발질과 탐욕과 비리에 관한 뉴스 사이사이에 박원순 시장의 놀라운 아이디어와 개혁적인 정책들이 있어 숨통이 트이는 국민이 얼마나 많을까요?

이 책의 마지막 장은 대한민국 법조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김병로, 최은배, 백혜련, 박은정 같은 양심적인 법조인들과 신영철, 김홍일, 이준명, 이인규 같은 권력에 굴복하고 사법부 독립을 내팽개친 판사와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하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 이른바 노건평 비자금 사건과 같은 실체도 없는 사건이 만들어진 배경에 주목합니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전업블로그, 아이엠피터

전업 기자가 아닌 1인 미디어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저자는 언론사 보다 훨씬 치열한 글쓰기로 누리꾼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1인 미디어가 인정받으려면 더 많은 데이터와 자료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온라인 세상에서 80% 정도는 검색만으로 증거 자료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언론은 취재를 하지만 1인 미디어는 찾아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블로그에 한 편의 글을 쓸 때마다 관련기사는 100여 편, 논문이나 보고서는 최소 10~30개 이상, 관련 이미지는 많게는 100여 개를 찾는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글을 쓰는 시간 보다 훨씬 긴, 하루 10시간 이상 자료를 찾고 가공하는 일에 매달린다고 합니다. 온전히 글을 제대로 써 내기 위하여 전업블로거 되기로 작정한 후 제주도로 내려가 동부 중산간 마을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두 아이가 살아갈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보통 사람들이 가진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하여 정치인을 감시하고 잘못을 꾸짖고 잘한 일을 칭찬하는 블로거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노력이 좀 더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더군요.

지난 주말 제가 속한 단체의 연수가 제주에서 열려 서귀포에서 사흘을 보냈습니다만, 꼭 한 번 만나고 싶었던 저자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 10시간을 매달리는 그의 치열한 작업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자연스러운 자리에서 그와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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