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진 문재인 대세론... 광주·전남이 대세 가른다
[분석] 과반 무너진 득표율, 결선행 가능성 고개
▲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 나선 문재인 후보가 2일 인천지역 순회경선에서 홍영표 의원과 얘기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은 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 ⓒ 남소연
6전 6승 무패.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문 후보는 2일 열린 인천 지역 경선에서도 1위를 기록해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다.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수도권의 첫 관문인 인천에서 문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50.09%(5928표)로 과반을 넘었다. 26.56%(3143표)를 얻은 2위 손학규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대세론은 순항하고 있지만 문제는 강도다. 문 후보는 1일 열린 전북 지역 경선에서 1위는 했지만 득표율은 37.54%에 그쳐 누적 득표율에서 처음으로 과반이 무너졌다. 각 후보들에게 골고루 표를 나눠주는 전북 특유의 선택 때문이었다.
전북은 2002년 대선 경선에서 당시 이 지역 출신으로 하위권이었던 정동영 후보에게 2위를 안겨 경선 완주를 가능하게 했다. 이번에도 다른 지역에서는 최하위로 처졌던 정세균 후보에게 1만1556표(26.53%)를 몰아주는 등 '정세균 지키기'에 나섰다. 손학규 후보에게도 1만193표(23.4%)를 나눠주는 등 표 분산이 이뤄져 손 후보는 누적 득표율에서 문 후보와의 격차를 19.98%p까지 좁혔다.
2위에 20%p 차 앞섰지만... 결선 투표 가능성은 부담
문 후보는 인천에서 다시 과반을 득표해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누적 득표율은 46.15%(5만221표)에 그쳐 50% 선을 다시 넘는 데는 실패했다. 2위를 큰 격차로 앞서고 있는 성적에도 불구하고 결선 투표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것은 문재인 후보에게 부담이다. 1,2위 후보간의 결선 없이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행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이날 인천 경선이 끝난 후 결선 투표 가능성성을 묻는 질문에 "뭐... 허허"라며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문재인 후보 측도 "오는 6일 광주·전남의 경선 결과를 봐야 결선 투표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 나선 손학규-김두관 후보가 2일 인천지역 순회경선에 나란히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비문재인(비문) 후보들은 문 후보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두관 후보와 격차를 11%p까지 벌리며 2위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손 후보는 '친노(노무현)대 비노'로 경선 구도를 가져가면서 비노 진영의 표 결집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문 후보의 과반 득표를 막고 결선 투표에서 마지막 역전 기회를 잡겠다는 것이다.
3위를 달리는 김두관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경남 경선에서 부진 만회가 급선무다. 누적 득표율에서 4위 정세균 후보에게 1.41%차로 쫓기고 있는 김 후보가 경남에서도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결선 투표행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다.
김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지역 여론조사상으로는 우리 측과 문 후보 측이 1~2위 다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며 "경남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2위로 올라설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의 선택... 문재인, 친노 반감이 부담
이에 따라 오는 6일 열리는 광주·전남의 경선 결과가 결선 투표 여부와 향후 경선 구도를 정할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광주·전남의 선거인단은 총 13만9274명(광주 7만4337명, 전남 6만4937명)으로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규모다. 또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가 광주·전남의 지지를 기반으로 이인제 대세론을 깨는 등 역대 대선후보 경선에서 광주·전남의 간택을 받은 후보가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정치적 상징성도 크다. 특히 호남의 민심은 '본선 경쟁력'을 면밀히 따지는 전략적 투표를 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 지역의 경선 결과가 수도권에 주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대세론'을 타는 문 후보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대북송금 특검과 민주당 분당, '부산 정권' 발언 등으로 '친노무현'(친노) 세력에 대한 이 지역의 반감이 부담이다. 2위를 달리는 손학규 후보의 의도대로 경선 구도가 '친노 대 비노'로 짜이면 고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문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광주·전남 지역민들이 민주당이 하루빨리 하나로 통합되기를 바라고 본선에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결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손학규 후보 측은 전북과 전남의 민심은 다를 것이라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손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에 애정이 가장 많은 광주·전남에서 이번 대선 경선의 불공정성, 또 낮은 투표율 등의 문제점들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을 바로 잡겠다는 심리가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2일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인천 순회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1위로 발표되자, 경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비문후보 지지자들이 격렬하게 항의하며 문재인 후보의 지지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김두관 후보 측은 농민회 등 밑바닥 조직의 힘을 바탕으로 광주·전남에서 반전의 기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전북에서의 선전으로 경선 레이스를 끌고갈 힘을 얻은 정세균 후보도 전통적 지지층의 지지를 끌어낸다는 계산이다.
결선 투표, 문재인 광주·전남에서 50% 넘느냐에 달렸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지금까지 결과를 보면 결선투표 가능성은 반반으로 보인다, 향후 광주·전남 경선 결과가 결선 투표로 가느냐 여부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경선룰 파문이 경선 결과에 영향을 줄 텐데, 현재 문재인 책임론은 언급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남의 선택을 받지 않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 후보 입장에서 광주·전남 경선에서 1위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비문 후보들이) 광주·전남에서 문 후보의 득표율을 50% 이하로 끌어내리지 못할 경우, 문 후보가 경남·부산·수도권에서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결선투표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광주·전남의 투표율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선의 투표율은 초반 불공정 시비에 따른 잡음, 문재인 후보의 독주에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첫 경선지였던 제주의 투표율이 55.3%에 그쳐 저조한 출발을 했고 울산(64.3%), 강원(61.3%)에서 반짝 상승 기미가 있었지만 충북( 56.3%)에서의 다시 주저앉았다. 게다가 전북에서는 45.5%까지 떨어졌고 인천에서도 47.9%에 그쳤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광주·전남의 투표율 마저 50%대에 머물거나 그 아래로 내려간다면 경선 방식에 대한 시비가 다시 불붙을 수 있다. 이미 인천 지역 경선에서 비문 후보 지지자들과 대의원들이 낮은 투표율과 경선 방식에 대한 불만은 노골적으로 터뜨리면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뻔 했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광주·전남에서 투표율이 50% 정도에 머문다고 하면 대의원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당원들과 대의원들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예측 불가능한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 2일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인천 순회경선에서 50.09%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문재인 후보가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 후보, 이해찬 대표, 손학규 후보, 김두관 후보.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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