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다국적 기업들의 짬짜미에 가난한 백성만 죽어난다

[서평] 셰린 우스딘의 <의료 세계화, 자본은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등록|2012.09.03 17:51 수정|2012.09.03 17:51

▲ <의료 세계화, 자본은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겉표지 ⓒ 이후

미국의 유명한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 잘 아시지요? 그가 나이키 운동화를 신는 대가로 받는 돈이 얼마인지 아시나요? 무려 2천만 달러라고 합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게 있습니다. 그가 받는 금액이 실은 나이키 운동화를 제조하는 전 세계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을 모두 합한 것 보다 더 많다는 것이죠.

그런 제품을 생산하는 가공 지역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을까요. 중국의 수출 가공 지역에서는 2003년에만 무려 14만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합니다. 온두라스에서는 감독관이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암페타민을 주입한다고 합니다. 그 약효로 48시간 가량을 버티면서 일하도록 했다는 것이죠.

신자유쥬의 경제체제는 그렇게 값싼 노동력을 찾아 세계 곳곳을 활보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국가경제가 위험에 빠지면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이 나서서 구제금융을 실시한다고 대대적인 홍보도 하죠. 그러나 그 역시 '빛 좋은 개살구'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구제금융을 실시하는 대신에 그 나라의 공기업들을 민영화시키고, 그만큼의 정규직 노동자들도 해고하기 때문이죠.

바로 그것이 한쪽에서는 돈을 넣고 또 돈을 먹는 구조이고, 또 다른 쪽에서는 있는 돈도 다 빼앗겨 벼랑 끝에 내몰리는 형국과 같습니다. 중국과 온두라스와 인도 등지의 수출 가공 지역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그런 현실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겪고 있는 의료민영화 현실은 더욱더 비참한 실정이기도 합니다.

셰린 우스딘이 쓴 <의료 세계화, 자본은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는 그런 모습을 적나라하게 밝혀주고 있습니다. 의료기기와 의료산업이 혁명적으로 발달한 21세기의 오늘이지만, 그 이면에는 그만큼의 극심한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1997년에 '세계보건기구'가 2000년을 '모든 인류에게 건강을' 선사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지만 그 꿈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합니다.

"150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지만 사실상 '세계무역기구'를 좌우하는 건 부유한 몇몇 나라다. 한편 기업은 막대한 후원금을 정당이나 선거 후보자에게 써서 자국 정부에 압력을 넣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세계무역기구'를 움직인다. 또한 기업은 실질적인 정책 결정이 이뤄지는 '세계무역기구'의 다양한 자문 위원회를 지배한다. 기업은 현상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사람을 고용하기도 하는데 그들이 쓰는 비용을 정부가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본문 63쪽)

그야말로 세계경제와 세계보건 여건이 월등히 좋아졌음에도 여전히 가난과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는 이들이 그만큼 많은 이유를 지적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이 가동되는 동안, 인간의 건강권보다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주주의 권리가 훨씬 우선된다는 것입니다. 1%를 위한 99%의 희생, 바로 그것이죠.

"미국 기업 '파이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산족이 미처 눈치채기도 전에 그 지역 자생 식물인 후디아를 거의 훔치다시피 했다. 산족은 수세대에 걸쳐 후디아를 씹으면서 사막으로 사냥을 다녔다. 식욕 억제 기능이 있는 후디아를 씹으면 사냥꾼은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지 않는 채로 훨씬 오래 버틸 수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공공 연구 기관인 '과학산업평의회'(CSIR)와 영국에 근거지를 둔 회사 '파이토팜'(Phytopharm)은 후디아의 핵심 성분에 특허를 신청했다. '파이저'는 그 특허권을 2천1백만 달러에 사들여 북반구 사람들에게 판매할 다이어트 약을 개발했다."(본문 242쪽)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산족의 생물자원을 약탈한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다이어트 약을 개발하는 동안에도 산족은 특허 신청이나 특허 등록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하니, 얼마나 깡패 같은 집단들이었을까요? 과연 그런 일들이 미국 기업인 '파이저'만 벌이고 있는 일들일까요?

그렇듯 이 책은 의료세계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실은 세계경제 구조와 맞물린 가난과 질병과 다국적기업의 횡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세계의 의료계 현실은 경제현실과 밀착돼 있다는 뜻이겠죠.

미국과 FTA를 체결한 우리나라도 머잖아 그런 문제가 현실로 대두지 않을까요. 다른 체제들이 모두 세계화 열풍을 맞고 있는데 의료산업이라고 버틸 수 있을까요. 다국적 기업들이 정부 관료들과 손을 잡고 짬짜미하는 동안 결국 가난한 백성들만 죽어나겠죠. 생각할수록 암담할 뿐입니다. 이러한 때에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대비책인 '연대하는 비결'을 배울 수 있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의료 세계화, 자본은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셰린 우스딘 씀 | 추선영 옮김 | 2012.08 | 1만3000원)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