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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부산은 골목에 스며들어 있다

용두산 미술전시관 기획 김홍희 사진전 <골목 : 시간의 통로>

등록|2012.09.03 21:13 수정|2012.09.03 21:13

▲ 문현동#2 30.48X43.18cm 디지털 흑백 프린트 2009 ⓒ 정민규


부산에 살다보면 특히 여름을 즈음해서 문의전화를 종종 받곤 한다. "어디가 좋냐"는 만만치 않은 주관식 문제는 답이 없어서 더 어렵다. 객관식이라면 찍기라도 할 텐데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내놓는다고 내놓는 나름의 모범답안은 '산복도로'였다. 흔한 해운대도 아니고, 익숙한 광안리도 아니어서 주절주절 부가 설명을 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곤 했다.

진짜 좋긴 한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는 이 '부산스러운' 장소는 역설적이게도 지극히 평범한 부산의 골목길이다. 산복도로를 타고 바다를 향해 미끄러져 내려간 수백, 수천 개의 골목에는 살아 있는 부산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 범일동 #3 30.48X43.18cm 디지털 흑백 프린트 2009 ⓒ 김홍희


골목들을 둘러보기 권하는 이유는 골목에 도시의 맨얼굴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말쑥한 도시의 고층빌딩군의 '화장발'에 열광해도 그 민낯을 숨길 수 는 없다. 뉴욕 맨해튼과 도쿄 시부야, 부산 해운대의 고층빌딩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골목에는 복제할 수 없는 도시의 DNA가 있다.

실핏줄마저 드러나는 도시의 민낯. 그 숨겨진 1인치에는 고부라진 길을 따라 수많은 이야기들도 찰랑거린다. 정수리만큼 오는 담은 넘나드는 이야기의 경계가 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골목은 가장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지구의 이야기 창고이기도 하다.

부산은 그 중 골목이 유난히 주목받는 도시다. 전쟁은 피난민들로 도시를 채워나갔고 평지에서 밀린 소시민의 삶은 하늘에 닿을 기세로 산을 타고 올라갔다. 지금도 빼곡한 7부 능선의 산복도로 집들 사이로 버스가 지나다니고 사람들이 오간다.

▲ 일광 광산마을#2 30.48X43.18cm 디지털 흑백 프린트 2009 ⓒ 김홍희


용두산미술전시관에서 열리는 <골목 : 시간의 통로> 사진전에는 꾸며지지 않은 부산의 골목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작가 김홍희의 시선이 머문 골목은 애착이라 불러도 좋고 치열이라 읽어도 좋다. 동시에 이번 전시는 2009년부터 부산MBC를 통해 지역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는 <포토에세이-골목>의 확장판이기도 하다.

36점의 사진에는 비슷하되 절대 같지 않은 소박한 멋이 담겨 있다. 꾸욱 눌러 짜면 부산스러운 짭조름한 즙이 새어나올 것 같은 그의 사진에는 부산이 담겨 있다. 화려함을 찾는다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지만 익숙함과 정겨움을 찾고자 한다면 권유한다.

오는 9일까지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 내 용두산미술전시관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만나볼 수 있다. 관람료는 기분 좋은 '무료'.
덧붙이는 글 문의전화 051)740-4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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