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중고제품 팔아 이웃 돕는 목사님
혼자 사는 어르신위해, 부모 없는 아이 위해 쌀 파는 목사
그를 처음 만난 건 우리 회사에서였다. 파랑색 조끼를 걸치고 수레를 들고 나타난 그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신문사다 보니 지난 신문이 항상 있는 법. 그는 매주 목요일 오후 1시경 어김없이 우리 회사를 찾는다. 다시 찾을 때마다 빈손인 법이 없었다. 빵이며 음료수를 건네며 감사함을 표했다. 폐지 팔아 얼마나 남긴다고… 게다가 깨끗이 정리해줘 감사한 사람은 오히려 우린데…. 몇 차례 정중한 거절에도 그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간식거리를 챙겨오셨다. 처음엔 그저 '폐지 줍는 사람'이거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를 특별하게 본 건 '이웃사랑을 실천하자'는 문구를 발견하고부터다. 그가 입는 파랑색 조끼에, 간식물품에 그 문구는 항상 보였다. 뭔가 범상치 않은 분이라 생각한 건 7월 말. 폐지를 담고 홀연히 떠나려는 그를 붙잡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르신~ 폐지 팔아 좋은 곳을 쓰시는 것 같은데…맞으시죠?"
대답대신 엷은 미소를 건넨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랜 설득 끝에 인터뷰를 응해주셨다.
"이런 일들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거절했는데 기자양반 얘기를 듣고 있으니 할 말이 많아지더군요. 사실 요즘 상황이 많이 안 좋거든요. 작년까지만 해도 수입이 쏠쏠해 적잖게 많은 이웃들을 도와줬는데 올해 들어 찾지 못하는 가정이 많아 졌습니다. 요즘 모든지 대형업체가 장악하고 있잖아요. 폐지, 중고용품 상황도 마찬가지예요. 저 같이 소규모로 하는 곳은 하루 종일 발품 팔아도 쓸 만한 게 나오지 않아요. 게다가 도움을 주는 곳도 알아보면 정말로 어려운 이웃이 아닌 적도 있고요. 요즘은 중고물품 찾는 것도, 어려운 이웃을 찾는 것도 둘 다 힘든 실정이에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인터뷰가 이어졌다. 한참 얘기 끝에 뒤늦게 성함을 여쭤봤다. 그의 성함은 조석고(69세)씨. 내년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너무도 정정하게 폐지·중고용품 수거 일을 한다.
"일이 고되고 힘들지 않으세요." 단박에 이 질문이 나왔다.
"왜 힘들지 않겠어요. 그래도 제게 주어진 길이라 생각하고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출근시간, 퇴근시간 따로 없이 그는 그를 부르는 곳, 그리고 폐지·중고용품이 많은 곳을 찾아 헤맨다. 그것도 혼자서.
2008년 3월, 그가 설립한 '참네이웃사랑나눔실천운동본부'. 처음엔 몇몇 분들이 함께 도와줬지만 지금 남은 건, 그 혼자다. 20년 넘게 목회생활은 한 그는 4년 전, 그가 믿는 하나님의 부름에 따라 자비를 떨어 참네이웃사랑나눔실천운동본부를 설립했다. 헌책 및 신문, 헌옷, 고철, 중고제품 등을 수거해 이걸 판 돈으로 정부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분들을 돕는 것이 이 운동본부의 존재 목적이다.
"처음엔 어려운 분들을 찾으러 양로원도 가고, 고아원도 가고, 영아원도 가고 그랬어요. 계속 도움의 손길을 뻗다보니 주변에 가족관계상 정부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어려운 곤궁에 처한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이런 분들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해 혼자 사는 어르신들과 부모 없는 아이들을 위해 쌀을 전달했지요. 그런데 그중엔 저를 속이는 사람도 몇몇 있더라고요. 이런 일들을 하면서 느낀 건, 진짜 어려운 이웃들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
이 일을 하기 위해 봉고차까지 마련한 그는 차 외부에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세요'라는 문구를 작성해 군산 곳곳에 돌아다닌다. 어쩔 땐 든든한 이웃을 만나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또 어쩔 땐 불신한 이웃을 만나 마음의 큰 상처를 입기도 한다.
"예전에 전화를 받았는데 그러더군요. '거기 정말로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데 맞나요?' 이 얘기를 듣는데 참 허탈했어요. 봉사자들이 많아야 업무분담을 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데 모든 걸 혼자하다 보니 발생한 불신일 수도 있고요. 고물가는 내리고, 기름 값은 오르는 상황에서 요즘 허탈한 심경이 여러 번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래도 '목사님, 저희 쌀 떨어졌어요'라는 전화를 받으면 그날 하루는 정말 열심히 돌아다닐 수밖에 없어요. 그게 제가 사는 이유니깐요."
한 여름 찌는 듯 한 무더위 속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녀 번 수입은 고작 2~3만원. 그래도 그에게서 구김살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웃는 모양 따라 잡힌 주름이 그걸 증명해 보이고 있다. 폐지 줍는 일을 하기에 더 건강할 수밖에 없다는 그는 오늘도 군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웃을 도울만한 물건을 찾고 있다.
이참에 집안 정리도 할 겸, 우리네 이웃도 도울 겸 참네이웃사랑나눔실천운동본부 조석고씨를 찾으면 어떨까. 그때 "거기 폐품 가져가는 곳이죠?"라는 말 대신 "거기 좋은 일 하는 곳이죠?"라고 말하면 어떨까. 거기서부터 이웃사랑은 전달될 것이다.
▲ 폐지 줍는 목사님그의 차는 각종 폐지, 재활용품들로 가득하다 ⓒ 박영미
"어르신~ 폐지 팔아 좋은 곳을 쓰시는 것 같은데…맞으시죠?"
대답대신 엷은 미소를 건넨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랜 설득 끝에 인터뷰를 응해주셨다.
"이런 일들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거절했는데 기자양반 얘기를 듣고 있으니 할 말이 많아지더군요. 사실 요즘 상황이 많이 안 좋거든요. 작년까지만 해도 수입이 쏠쏠해 적잖게 많은 이웃들을 도와줬는데 올해 들어 찾지 못하는 가정이 많아 졌습니다. 요즘 모든지 대형업체가 장악하고 있잖아요. 폐지, 중고용품 상황도 마찬가지예요. 저 같이 소규모로 하는 곳은 하루 종일 발품 팔아도 쓸 만한 게 나오지 않아요. 게다가 도움을 주는 곳도 알아보면 정말로 어려운 이웃이 아닌 적도 있고요. 요즘은 중고물품 찾는 것도, 어려운 이웃을 찾는 것도 둘 다 힘든 실정이에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인터뷰가 이어졌다. 한참 얘기 끝에 뒤늦게 성함을 여쭤봤다. 그의 성함은 조석고(69세)씨. 내년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너무도 정정하게 폐지·중고용품 수거 일을 한다.
"일이 고되고 힘들지 않으세요." 단박에 이 질문이 나왔다.
"왜 힘들지 않겠어요. 그래도 제게 주어진 길이라 생각하고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출근시간, 퇴근시간 따로 없이 그는 그를 부르는 곳, 그리고 폐지·중고용품이 많은 곳을 찾아 헤맨다. 그것도 혼자서.
▲ 조석고씨의 차량자비를 털어 제작한 폐품수집전용 차량. 그는 이 차를 몰고 군산 곳곳 폐지, 폐품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 박영미
2008년 3월, 그가 설립한 '참네이웃사랑나눔실천운동본부'. 처음엔 몇몇 분들이 함께 도와줬지만 지금 남은 건, 그 혼자다. 20년 넘게 목회생활은 한 그는 4년 전, 그가 믿는 하나님의 부름에 따라 자비를 떨어 참네이웃사랑나눔실천운동본부를 설립했다. 헌책 및 신문, 헌옷, 고철, 중고제품 등을 수거해 이걸 판 돈으로 정부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분들을 돕는 것이 이 운동본부의 존재 목적이다.
"처음엔 어려운 분들을 찾으러 양로원도 가고, 고아원도 가고, 영아원도 가고 그랬어요. 계속 도움의 손길을 뻗다보니 주변에 가족관계상 정부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어려운 곤궁에 처한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이런 분들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해 혼자 사는 어르신들과 부모 없는 아이들을 위해 쌀을 전달했지요. 그런데 그중엔 저를 속이는 사람도 몇몇 있더라고요. 이런 일들을 하면서 느낀 건, 진짜 어려운 이웃들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
이 일을 하기 위해 봉고차까지 마련한 그는 차 외부에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세요'라는 문구를 작성해 군산 곳곳에 돌아다닌다. 어쩔 땐 든든한 이웃을 만나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또 어쩔 땐 불신한 이웃을 만나 마음의 큰 상처를 입기도 한다.
"예전에 전화를 받았는데 그러더군요. '거기 정말로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데 맞나요?' 이 얘기를 듣는데 참 허탈했어요. 봉사자들이 많아야 업무분담을 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데 모든 걸 혼자하다 보니 발생한 불신일 수도 있고요. 고물가는 내리고, 기름 값은 오르는 상황에서 요즘 허탈한 심경이 여러 번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래도 '목사님, 저희 쌀 떨어졌어요'라는 전화를 받으면 그날 하루는 정말 열심히 돌아다닐 수밖에 없어요. 그게 제가 사는 이유니깐요."
▲ 조석고씨선한 인상 만큼이나 착한 마음씨를 갖고 있는 군산의 산타크로스, 조석고씨 ⓒ 박영미
한 여름 찌는 듯 한 무더위 속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녀 번 수입은 고작 2~3만원. 그래도 그에게서 구김살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웃는 모양 따라 잡힌 주름이 그걸 증명해 보이고 있다. 폐지 줍는 일을 하기에 더 건강할 수밖에 없다는 그는 오늘도 군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웃을 도울만한 물건을 찾고 있다.
이참에 집안 정리도 할 겸, 우리네 이웃도 도울 겸 참네이웃사랑나눔실천운동본부 조석고씨를 찾으면 어떨까. 그때 "거기 폐품 가져가는 곳이죠?"라는 말 대신 "거기 좋은 일 하는 곳이죠?"라고 말하면 어떨까. 거기서부터 이웃사랑은 전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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