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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근무 사라지는 현대차... 울산 밤문화가 바뀐다?

내년 3월부터 주간근무 시작... 여가생활·가족 관계·주변 상권에 변화 예고

등록|2012.09.07 18:49 수정|2012.12.27 12:08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김모씨(42)는 요즘 내년부터 생길 여유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6일자 <경향신문> '밤샘노동 없앤 현대차, 노동자들 생활이 달라진다' 기사의 일부다. 현대차가 밤샘노동을 없애고 내년 3월부터 주간2교대제를 시행한다. 주간 1, 2조가 각각 8시간과 9시간을 일을 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일주일간 오전 6시 40분에 출근해 오후 3시 20분까지 8시간 근무를 하게 되고, 다음 주는 오후 3시 2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 10분까지 9시간을 일하는 되는 것.

특히 현대차의 주간2교대제로 자동차 부품업체는 물론 타 제조업체도 밤샘근무가 없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밤샘근무 사라지는 현대차... "어쨌든 야근 근무가 없어져 좋다"

▲ 현대차 밤샘 노동을 없애고 내년 3월부터 주간2교대제를 시행한다. 사진은 지난 2월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그렇다면 밤샘근무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당사자들과 주변의 반응은 어떨까? 

현대차 울산공장의 주간연속 2교대제는 정규직, 비정규직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또한 그동안 현대차 울산공장이 있는 북구 양정동, 염포동 지역과 거주자가 많은 명촌지역의 상가는 퇴근 후 현대차 직원 단체손님이 매출에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들은 모두 주간2교대제 시행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우선 비정규직의 경우 근무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으면서도 심야 근무가 없어지는 것을 반겼다. 한 비정규직노동자는 "정규직은 노조 힘이 세고 단결력도 좋아, 앞으로 노동 강도는 세지겠지만 근무시간이 줄어드는데 따른 임금 보전을 일정부분 받지 않겠나"라며 "하지만 비정규직의 경우 임금 보전이 될지 의문"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이행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비정규직은 "어쨌든 야간 근무가 없어져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 정규직 노동자는 "가정에서의 삶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폭행 사건 같은 일들이 불거질 때면 야간에 일하면서 불안해 하는 동료들이 많았다"면서 "이제 그런 걱정을 덜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겼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차 노동자들의 업무환경을 분석해온 현장조직은 주간2교대제가 노동자들의 가정에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수십 년간 지속되어온 주야간 맞교대가 갑자기 바뀌어 가족 간의 갈등요인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주야 맞교대를 하는 대부분 제조업체들이 비슷한 형태지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경우 일주일은 오전 8시에 출근해 잔업을 포함해 오후 8시경 퇴근했다. 또 다음 주는 오후 9시 출근해서 밤새 근무한 후 다음 날 오전 8시쯤 퇴근 하는 생활을 유지해왔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경우 주간만 근무하는 직원을 제외하면 정규직·비정규직 합해 3만여명이 이런 근무를 해왔다. 자동차 부품업체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아내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제2민주노조 하부영 교육실장은 "수십 년을 맞교대에 적응해온 아내들의 입장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3월부터 주간2교대제가 시행되면 아내들은 일주일은 오전 6시 정도에 식사준비를 해야 하고, 일주일은 새벽 1시까지 남편을 기다려야 한다.

그는 "그동안 남편의 주야간 근무로 부부간의 대화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앞으로 오후 3시에 퇴근하는 남편과 하루 종일 맞닥뜨려야 하는 아내의 입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내들이 그동안 지켜오던 자신의 일상이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 지난 2월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이에 대해 정규직인 박영찬(50)씨는 "주간 2교대제가 되면 아무래도 아내들이 남편 뒷바라지 하는데 시간을 더 쏟아야하니 힘들 수 있다"며 "가족간 갈등 유무는 그동안 가정을 어떻게 꾸려왔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의 근무 형태 변경은 주변 상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울산 양정동과 명촌 일대 상인들은 우려와 함께 업종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양정동에서 20년 째 호프집을 운영해온 한 상인은 "이곳에는 퇴근 후 동료들끼리 한 잔 하는 풍토가 일반적이었다"며 "하지만 오후 3시쯤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가지 않겠나. 앞으로 매출이 걱정이다"고 말했다.

한 상인은 업종 변환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일찍 퇴근하면 그동안 못했던 가족과의 외식이 부쩍 늘어날 것"이라며 "외식업 쪽으로 가게를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울산 지역 음주 문화 변화 예고?

그동안 울산YWCA 등 여성계는 현대차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신흥도시인 북구 명촌을 음주문화 요주의 지역으로 지정해 개선을 촉구해 왔다. 지난 몇 년 사이 명촌이 울산 최대의 유흥지역으로 변한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여성계는 현대차 노동자들을 고객으로 유치하려는 업주들의 상술을 배경으로 지목했었다.

이런 점에 비춰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주간2교대제가 지역의 음주문화를 상당히 개선하고 노동자들의 여가생활 증대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부영 실장은 "그동안 현대차 노동자나 제조업체 노동자 상당수가 주야간 근무에 따른 스트레스를 퇴근 후 음주로 풀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주간2교대제로 오후 3시, 새벽 1시 퇴근하면 이같은 음주문화는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 "앞으로 현대차 노동자들은 자기만의 새로운 취미활동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즐겨 찾던 주점과 음식점이 쇠퇴하는 반면 여가 산업이 크게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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