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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군과 미자양이 이렇게 변했구나

[포토에세이] 가을 빛깔을 담다

등록|2012.09.08 12:25 수정|2012.09.08 12:27

옥수수이 옥수수는 뻥튀기용으로 먹으면 좋은 옥수수라고 한다. ⓒ 김민수


도시에 살면 계절에 둔감해진다.

도시의 삶이라는 것이 본래 그리도 퍽퍽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한 만큼 계절의 변화를 전하는 소식은 없다.

오미자붉게 익은 오미자, 다섯 가지 맛을 지녔다고 하니 음미하며 먹어야 할 것 같다. ⓒ 김민수


가뭄과 태풍과 폭우를 이겨내고 기어이 가을 빛을 품은 열매들이 하나둘 결실을 맺는 계절이다.

들려오는 소식은 온통 '물가'라는 것과 관련된 소식뿐이지만, 그냥 그렇게 무심하게 계절따라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세상엔, 참 좋은 소식들도 많은데, 늘 좋은 소식만 탐하며 지낼 수는 없겠지만 너무 아픈 소식들만 들려온다.

낯선 이의 방문에 짖어 대는 개, 든든한 문지기다. ⓒ 김민수


오랜만에 하늘이 맑다.

태풍과 가늠할 수 없는 국지성호우가 오락가락 하더니만 하루 이틀 쯤은 완연히 맑은 하늘을 보여주겠다고 작정한듯 하늘이 높다.

시골길, 낯선 외지인의 방문에 집을 지키던 개가 짖어댄다.

저 소리조차도 두려움으로 들려오는 도시건만, 기척을 알려주는 소리가 오히려 고마운 시골의 풍경이다.

▲ 메밀꽃이 피어나는 계절, 달빛에 소금 흩뿌린듯 보이는 밤에 그곳에 서고 싶다. ⓒ 김민수


아, 메밀꽃 필 무렵이구나.

이 무렵에 달빛에 하얀 소금을 흩뿌린 듯한 메밀밭에 서 있어야 그래도 제대로 산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밤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물봉선보랏빛 물봉선이 햇살에 환하게 웃는다. ⓒ 김민수


물봉선의 빛이 더욱 더 선명하다.

기온차가 심할수록, 풀꽃이라도 감내해야할 무게가 깊을수록 색깔이 곱다.

감내하는 것이 무거운 인생들이, 즐겁게 그것을 감당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산책아직은 녹음이 우거진 숲길, 가을이 완연하면 울긋불긋 물든 산책길이 될 것이다. ⓒ 김민수


걷는다는 행위, 두 발로 땅을 딛고 서는 행위를 할 수 있음은 행복한 일이다.

어떤 이들은 그 행위조차도 사치일 수 있으므로. 소소한 일상들 모두가 심연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행복한 일임을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이 세상에 살아가면서 느끼고, 듣고, 볼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는 늘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난잡한 소리나 들어야 하는가? 아니면, 조간 석간 가리지 않고 마음 답답하게 하는 소식에 짓눌리며 두려워해야 할까? 세상이 그렇게 차갑고 무서운 곳일까?

아니,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의 마음을 빼앗고자 달려드는 것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모두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신발가장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신발, 그 신발의 주인은 누구일까? ⓒ 김민수


신발혼자서는 외로운 것이 사람이다. ⓒ 김민수


시골집, 그곳엔 신발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짐작하건데 나이 지긋한 두 부부가 사는 집인 듯하다.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겠지만, 혼자서는 외로운 법이다. 두 켤레가 마음 따스해지는 이유다.

고추붉은 고추가 매혹적인 빛으로 말라가고 있다. ⓒ 김민수


붉은 고추가 말라간다.

더 검붉어질 것이며, 더 가벼워질 것이다.

삶의 근거지에서 멀어진 삶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 그것이 삶의 끝이 아님을 본다.

옥수수잘 여문 옥수수가 잘 마르면 맛난 뻥튀기가 될 것이며, 긴긴 겨울 밤 주전부리로 사용될 것이다. ⓒ 김민수


저 빛은 무슨 빛이라고 해야할까?

생명의 빛이 아닐까?

긴 겨울밤 주전부리도 될 것이며, 남은 것들은 씨앗이 될 것이며, 또 누군가에게 보내질 터이지. 가을 빛, 완연한 가을은 아니지만 하나둘 그 빛을 드러내고 있다. 속내가 품은 빛깔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아름다운 자연의 빛. 다 드러내어도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는 일, 그것은 꿈에 불과한 것일까?
덧붙이는 글 백로(9월 7일)를 하루 앞둔 가을 날, 강원도에서 담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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