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학교폭력 사실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를 보류한 경기도교육청과 일선 학교를 상대로 2차례나 기간을 연장하며 특정감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기지역 진보단체들이 이주호 교과부장관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민주노총 경기본부, 전교조 경기지부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보류 교과부 보복특감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보복특감 공대위)와 '김상곤 교육감 탄압저지와 민주적 교육자치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김상곤 공대위)는 7일 오후 경기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투쟁 방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들 단체는 이날부터 다음 달까지 일선 학교 교직원과 학부모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과부 장관 퇴진 서명운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8일부터 특정감사를 시작한 교과부는 교장과 교감에게는 인사 협박을, 교사에게는 직무유기로 형사고발을 하겠다며 교육을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장·교감엔 인사로 교사는 형사로 고발 협박...교육 짓밟아"

이어 "이번 폭력적인 보복감사를 통해 교권을 추락시키고,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학부모로부터 공교육을 외면 받게 한 주범이 교과부라는 게 명확해졌다"면서 "교과부 장관이 교육감에게 퇴진을 요구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오늘의 교육현실을 이 정권과 교과부 장관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우리는 폭력을 또 다른 폭력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누차 주장해왔다"면서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은 폭력적인 사회문화, 억압적인 학교문화, 오직 경쟁만을 추구하는 교육정책에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학교폭력 학생부 기록을 반대하는 것은 가해학생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학생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며,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기본적인 양심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교과부 장관 퇴진 투쟁과 함께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거부, 공교육 정상화와 학교폭력 근본적 원인 해결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용정 참교육학부모회 수원지회장은 "대화는 말이 통해야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과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대화의 대상이 안 될 정도로 꽉 막혀 교육을 망가뜨리고 있다"면서 "앞으로 학부모들의 힘을 모아 잘못된 문제들을 해결하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배움의 터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진영 '김상곤 탄압 공대위' 상임집행위원장은 "교과부의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는 1995년 이미 김영삼 정부시절부터 시도됐다가 3차례나 폐기됐던 정책이며, 학교폭력근절과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반인권적이고 비교육적인 정책임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민 위원장은 이어 "그런데도 교과부는 보복적인 특정감사를 통해 학교장이나 교사들을 소환하고 협박해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강요하고 있다"면서 "교육은 없고 처벌 중심으로만 가고 있는 교과부 정책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으며, 교과부 장관 퇴진 투쟁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교과부 특감단, 13일까지 감사기간 또 연장...이유 안 밝혀

한편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보류한 경기도교육청과 일선 학교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28일부터 학생부 작성 및 관리 업무에 대해 특정감사를 벌이고 있는 교과부 특감단(단장 김용만 서기관)은 당초 지난 4일 감사를 끝낼 계획이었으나 감사기간을 7일까지 1차 연장한데 이어 7일 오후 또다시 13일까지 2차 연장했다.

그러나 특감단은 경기도교육청에 감사기간을 연장한다는 공문만 보내왔을 뿐, 감사기간을 연장한데 대한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교과부 특감단이 두 번씩이나 감사기간을 연장한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과부 특감단의 2차 감사기간 연장 이유 등을 알아보기 위해 단장인 김 서기관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그는 "업무에 바쁘다"며 통화하기를 거부했다.


교과부 특감단의 감사기간 연장에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특정감사 마지막 날, 교과부는 각 학교에 직접 학생부 사본 제출을 명했다"면서 "마지막까지 학교에 대해 법령 위반 운운하며 온갖 협박을 가하는 모양새가 실망스럽다"고 비난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논평에서 "교과부는 학교에 공문을 보내면서 '교육감에게 학생부 지도·감독권이 없다'거나 '직권 취소되었으니 교육감의 조치는 효력없다'고 주장한다"며 "아전인수가 심하다"고 날을 세웠다.

경기도교육청은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 제25조를 가지고 '교육감에게 학생부 지도감독권이 없다'고 하는데, '공립·사립학교는 교육감의 지도·감독을 받는다'라는 초중등교육법 제6조에 따라 교육감은 공립·사립학교의 학사 등을 지도·감독할 권한이 있고, 학생부는 학사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교과부는 '직권 취소되었으니 효력없다'는 주장은 더 심하다"면서 "교과부는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였기 때문에 서울시학생인권조례가 효력 없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교과부의 직권취소 처분이야말로 우리 청의 취소청구소송으로 효력을 잃었다"고 맞받아쳤다.

또한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 제6조와 제7조에 따라 국립학교에만 관리·감독권이 있고 교육감 관할 학교에 대한 장학 권한도 없으면서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징계 운운 하는 것을 뒤돌아보기 바란다"며 "김상곤 교육감이 누차 말한 대로 학생부 기재 보류와 삭제 요청은 교육감의 정당한 지도·감독권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과부는 잘못된 지침으로 대한민국 교육을 후퇴시키고 전례 없는 보복성 특정감사로 학교 현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데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