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를 보기 위해 이곳까지 왔나?
[스웨덴, 현대와 실용이 공존한다. ⑬] 스웨덴 중남부
스칸드라인을 타고 헬싱보리로
헬싱괴르(Helsingør)는 코펜하겐이 있는 시앨란트 섬의 동북쪽 끝에 있는 항구도시다. 헬싱괴르 가는 길은 왕복 8차선으로 시원하게 뚫려 있다. 45분쯤 달리자 스웨덴으로 넘어가는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에 닿는다. 덴마크의 헬싱괴르에서 스웨덴의 헬싱보리(Helsingborg)까지 운행하는 배 이름은 스칸드라인(Scandlines)이다.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이 1시 53분인데 2시 배가 있단다. 우리 버스 기사와 인솔자가 서둘러 표를 끊고 수속을 한다. 다행히 시간에 맞춰 배를 탈 수 있었다. 두 도시는 서로 마주 보이는 곳에 있으며 배로 2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날씨도 어찌나 변덕스러운지 그 사이 비가 온다. 따뜻한 공기가 바닷물과 부딪치면서 구름을 만들었나 보다.
나는 잠시 바깥으로 나가 지나온 헬싱괴르와 앞으로 갈 헬싱보리를 쳐다본다. 헬싱보리는 덴마크에서 스웨덴으로 들어가는 관문과도 같은 도시다. 인구 92,000명의 중소도시로 공업도시이기도 하다. 2000년 덴마크와 스웨덴을 잇는 다리가 코펜하겐과 말뫼 사이에 놓이면서 항구도시로서의 입지가 위축되었다. 그것은 이 다리를 통해 항공교통과 도로교통이 원활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헬싱보리 항구에 가까워지니 등대도 보이고 방파제도 보인다. 방파제에는 갈매기, 가마우지, 오리 등 여러 종류의 새들이 쉬고 있다. 새 중에 가마우지가 있다는 것은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고 바다가 청정하다는 증거다. 배가 항구에 닿기 전에 우리는 다시 버스에 탄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에서 나온 버스는 잠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이내 시외로 빠져 나간다.
어째 E4고속도로를 안 타고 E20고속도로를 타는 거지?
그런데 도로의 표지판을 보니 스톡홀름이 아니고 괴테보리(Göteborg)와 오슬로가 나온다. 아니 그럼 노르웨이의 오슬로로 되돌아간다는 말인가? 그럴 리는 없고, 궁금해서 인솔자에게 물어본다. 인솔자도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지도를 보니 스톡홀름으로 가려면 E4고속도로를 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E20고속도로를 타고 있다.
잠시 후 할름스타드를 지나 괴테보리 방향으로 계속 달려간다. 2시간 20분쯤 달리자 괴테보리가 나온다. 괴테보리는 헬싱보리에서 217㎞ 떨어진 도시로 인구가 52만이나 되는 대도시다. 괴테보리는 스웨덴 제2의 도시일 뿐 아니라 볼보(Volvo)자동차 본사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선지 도시 외곽에 놀이공원이 잘 갖춰져 있다.
괴테보리를 지난 우리 버스는 E6고속도로를 타고 계속 북쪽으로 달린다. 그리고 중간 스토라 회가의 휴게소에서 잠시 쉰다. 이곳은 주유소가 있고, 맥도날드가 있다. 스웨덴의 휴게소에는 맥도날드가 있는 게 특징이다. 2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탄다. 그제서야 인솔자가 우리가 저녁을 먹게 될 카를스타드(Karlstad)와 잠을 자게 될 필립스타드(Filipstad)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칼스타드에는 '만나 레스토랑'이라는 한국인 식당이 있는데 그곳에서 제대로 된 연어 회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까지 가는 이유가 레스토랑 사장이 스칸디나비아 여행상품을 총괄하기 때문이란다. 더욱이 우리가 오늘 묵을 호텔도 필립스타드에서 50㎞는 떨어진 시골에 있다는 게 아닌가. 마음이 편치는 않다. 이렇게 돌아감으로 해서 2시간 정도는 더 걸리기 때문이다. E4고속도로를 탔다면 오늘 중으로 스톡홀름에 도착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버스는 이제 우데발라를 지나 배네르스보리(Vänersborg)에서 E45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배네르스보리는 배네른 호숫가에 있는 도시 또는 성이라는 뜻이다. 이제부터 길은 배네른 호수를 따라 이어진다. 경치가 참 좋다. 호수가 지루해질 때쯤 호숫가로 빌레루드(Billerud)라는 큰 펄프․제지공장이 보인다. 이 공장은 그룸스에 있는데 주위에서 목재를 구하고 그것을 운반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카를스타드까지는 20㎞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칼스타드 만나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우리가 저녁을 먹을 '만나 레스토랑'은 카를스타드 외곽에 있었다. 3층짜리 건물로 정원 옆 주방에는 Manna Koreansk Japansk Restaurang이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그러고 보니 만나라는 이름도 만나(meet)와 맛나(delicious)의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더욱 반가운 것은 태극문양과 태극기였다. 레스토랑 앞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마 이 태극기를 보기 위해 6시간 이상을 달려 이곳까지 왔나보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차분하고 좋다. 시계를 보니 9시가 다 되었다. 식당에는 이미 불을 밝혔고 곧 이어 음식이 나온다. 여름이라 해가 늦게 지니 망정이지 평상시 같으면 저녁 늦게 준다고 난리가 났을 거다. 일본식으로 연어 회 도시락이 나오는데 아주 깔끔해 보인다. 주황색을 띠고 있으면서도 살 사이로 하얀 기름기가 박혀있는 최고급 연어 회다.
나는 연어 회 한 점을 간장에 찍어 입에 넣는다. 흔한 말로 입에 살살 녹는다. 역시 음식은 본고장에 와서 먹어야 한다. 연어는 산란기 직전 바다에서 잡은 것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연어에는 아미노산과 글루타민산이 많이 들어있어 산뜻하고 깔끔한 맛이 있다. 또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혈관질환을 예방해 준다고 한다. 나는 밥과 반찬 그리고 연어 회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시원한 장국으로 마무리를 한다.
오늘 이곳으로 오면서 길을 지나치게 돌아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좀 상하기도 했지만 이 음식 하나로 마음이 풀어졌다. 나오면서 나는 주인에게 정말 맛있다는 인사를 건넨다. 그도 맛있다는 내 말에 진정으로 감사를 표한다. 뚜렷한 문화유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연경관이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닌 이곳 카를스타드에서 음식점과 여행업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적응력이다.
지구촌 곳곳에 이처럼 한국을 알리는 사람들이 있고 한국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자랑스럽고 고맙다. 이번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우리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경제, 음식, 문화에 이어 이제는 생활방식이나 철학 같은 것까지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는 때가 오길 기대해 본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필립스타드로 향한다. 벌써 어둠이 내려 차가 가는 방향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도를 보니 63번 지방도를 따라 동북쪽으로 50㎞는 가야 한다. 호텔에 도착하니 밤 10시 30분이다. 호텔 앞에 작은 호수가 있다고 하는데, 내일 아침에 보기로 하고 방으로 들어가 짐을 푼다. 스웨덴에서 하룻밤을 잔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일은 스톡홀름에 가기 전 히앨마렌(Hjälmaren) 호숫가에 있는 외레브로(Örebro)성을 구경할 것이다.
외레브로 성과 신문 이야기
아침에 일어나 호텔을 나오는데 주인집 여자가 아기를 안고 있다. 그 녀석 얼마나 예쁘던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나는 녀석을 안고 몇 번 어르며 귀여워해준다. 녀석도 기분이 좋은지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한적한 시골에 있는 호텔이어서 가족끼리 운영을 하다 보니 이렇게 애까지 안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
필립스타드를 떠나 1시간 20분쯤 달리자 외레브로에 도착한다. 외레브로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200㎞, 스웨덴 제2도시 괴테보리로부터는 300㎞쯤 떨어져 있다. 우리는 이제 외레브로 성(Örebro slott)을 찾아간다. 성은 완벽하게 해자를 둘러 섬처럼 만들어져 있다. 이 해자는 스바르톤(Svartån) 강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외레브로 성은 13세기 중엽 세워졌으며 14세기에 확장되었고 16세기 말경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으로 되어 있다. 1764년 이래 외레브로 성주의 거주지가 되었고, 1935년부터 국가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 성은 4층으로 되어 있고, 그 위에 다락방 형태의 방이 지붕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사방에 네 개의 탑이 있는데 로코코 양식의 일단을 보여준다.
성을 한 바퀴 돌다가 우리는 '네리케의 모든 것(Nerikes Allehands)'이라는 신문사 건물을 만난다. '네리케의 모든 것'은 외레브로 지방 최대의 지방 일간신문사로서, 역사가 170년 가까이 되고 발행부수도 57,000부나 된다. 이 신문사의 건물은 북유럽의 고딕식 건물로 성의 해자에 비쳐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신문사는 2007년에 이슬람교 창시자 무하마드를 개에 비유하는 그림을 게재해서 더 유명해졌다.
당시 라르스 빅스(Lars Viks)라는 작가가 전시회에 개의 몸뚱이를 한 무하마드 그림을 출품했는데, 그것을 이 신문이 실었고, 이란과 파키스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신문사를 찾아와 사과를 요구하는 데모를 한 것이다. 그러나 빅스도 물러서지 않았다. "나의 이미지는 예술이다. 나는 외국인을 혐오하지 않는다. 나는 이슬람에도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며, 이슬람을 모독할 생각이 전혀 없었음을 강조했다. 사태는 표현의 자유와 종교적인 신성의 충돌이라는 커다란 이슈로 발전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스웨덴 수상이 나서 "스웨덴은 무슬림이든 기독교도건 유신론자건 무신론자건 상호 존중해야 하는 나라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도 지켜나가야 한다. 신문에 발표된 것에 대해 어떤 정치적 결정도 내릴 수 없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곧 이어 울프 요한슨 편집인이 신문 게재로 인해 무슬림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이미지를 신문에 싫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 스칸드라인 선착장 가는 길 ⓒ 이상기
헬싱괴르(Helsingør)는 코펜하겐이 있는 시앨란트 섬의 동북쪽 끝에 있는 항구도시다. 헬싱괴르 가는 길은 왕복 8차선으로 시원하게 뚫려 있다. 45분쯤 달리자 스웨덴으로 넘어가는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에 닿는다. 덴마크의 헬싱괴르에서 스웨덴의 헬싱보리(Helsingborg)까지 운행하는 배 이름은 스칸드라인(Scandlines)이다.
▲ 헬싱보리 ⓒ 이상기
나는 잠시 바깥으로 나가 지나온 헬싱괴르와 앞으로 갈 헬싱보리를 쳐다본다. 헬싱보리는 덴마크에서 스웨덴으로 들어가는 관문과도 같은 도시다. 인구 92,000명의 중소도시로 공업도시이기도 하다. 2000년 덴마크와 스웨덴을 잇는 다리가 코펜하겐과 말뫼 사이에 놓이면서 항구도시로서의 입지가 위축되었다. 그것은 이 다리를 통해 항공교통과 도로교통이 원활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헬싱보리 항구에 가까워지니 등대도 보이고 방파제도 보인다. 방파제에는 갈매기, 가마우지, 오리 등 여러 종류의 새들이 쉬고 있다. 새 중에 가마우지가 있다는 것은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고 바다가 청정하다는 증거다. 배가 항구에 닿기 전에 우리는 다시 버스에 탄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에서 나온 버스는 잠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이내 시외로 빠져 나간다.
어째 E4고속도로를 안 타고 E20고속도로를 타는 거지?
▲ 괴테보리 ⓒ 이상기
그런데 도로의 표지판을 보니 스톡홀름이 아니고 괴테보리(Göteborg)와 오슬로가 나온다. 아니 그럼 노르웨이의 오슬로로 되돌아간다는 말인가? 그럴 리는 없고, 궁금해서 인솔자에게 물어본다. 인솔자도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지도를 보니 스톡홀름으로 가려면 E4고속도로를 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E20고속도로를 타고 있다.
잠시 후 할름스타드를 지나 괴테보리 방향으로 계속 달려간다. 2시간 20분쯤 달리자 괴테보리가 나온다. 괴테보리는 헬싱보리에서 217㎞ 떨어진 도시로 인구가 52만이나 되는 대도시다. 괴테보리는 스웨덴 제2의 도시일 뿐 아니라 볼보(Volvo)자동차 본사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선지 도시 외곽에 놀이공원이 잘 갖춰져 있다.
괴테보리를 지난 우리 버스는 E6고속도로를 타고 계속 북쪽으로 달린다. 그리고 중간 스토라 회가의 휴게소에서 잠시 쉰다. 이곳은 주유소가 있고, 맥도날드가 있다. 스웨덴의 휴게소에는 맥도날드가 있는 게 특징이다. 2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탄다. 그제서야 인솔자가 우리가 저녁을 먹게 될 카를스타드(Karlstad)와 잠을 자게 될 필립스타드(Filipstad)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 펄프 제지공장 빌레루드 ⓒ 이상기
칼스타드에는 '만나 레스토랑'이라는 한국인 식당이 있는데 그곳에서 제대로 된 연어 회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까지 가는 이유가 레스토랑 사장이 스칸디나비아 여행상품을 총괄하기 때문이란다. 더욱이 우리가 오늘 묵을 호텔도 필립스타드에서 50㎞는 떨어진 시골에 있다는 게 아닌가. 마음이 편치는 않다. 이렇게 돌아감으로 해서 2시간 정도는 더 걸리기 때문이다. E4고속도로를 탔다면 오늘 중으로 스톡홀름에 도착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버스는 이제 우데발라를 지나 배네르스보리(Vänersborg)에서 E45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배네르스보리는 배네른 호숫가에 있는 도시 또는 성이라는 뜻이다. 이제부터 길은 배네른 호수를 따라 이어진다. 경치가 참 좋다. 호수가 지루해질 때쯤 호숫가로 빌레루드(Billerud)라는 큰 펄프․제지공장이 보인다. 이 공장은 그룸스에 있는데 주위에서 목재를 구하고 그것을 운반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카를스타드까지는 20㎞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칼스타드 만나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 만나 레스토랑 ⓒ 이상기
우리가 저녁을 먹을 '만나 레스토랑'은 카를스타드 외곽에 있었다. 3층짜리 건물로 정원 옆 주방에는 Manna Koreansk Japansk Restaurang이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그러고 보니 만나라는 이름도 만나(meet)와 맛나(delicious)의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더욱 반가운 것은 태극문양과 태극기였다. 레스토랑 앞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마 이 태극기를 보기 위해 6시간 이상을 달려 이곳까지 왔나보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차분하고 좋다. 시계를 보니 9시가 다 되었다. 식당에는 이미 불을 밝혔고 곧 이어 음식이 나온다. 여름이라 해가 늦게 지니 망정이지 평상시 같으면 저녁 늦게 준다고 난리가 났을 거다. 일본식으로 연어 회 도시락이 나오는데 아주 깔끔해 보인다. 주황색을 띠고 있으면서도 살 사이로 하얀 기름기가 박혀있는 최고급 연어 회다.
▲ 연어회 도시락 ⓒ 이상기
나는 연어 회 한 점을 간장에 찍어 입에 넣는다. 흔한 말로 입에 살살 녹는다. 역시 음식은 본고장에 와서 먹어야 한다. 연어는 산란기 직전 바다에서 잡은 것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연어에는 아미노산과 글루타민산이 많이 들어있어 산뜻하고 깔끔한 맛이 있다. 또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혈관질환을 예방해 준다고 한다. 나는 밥과 반찬 그리고 연어 회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시원한 장국으로 마무리를 한다.
오늘 이곳으로 오면서 길을 지나치게 돌아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좀 상하기도 했지만 이 음식 하나로 마음이 풀어졌다. 나오면서 나는 주인에게 정말 맛있다는 인사를 건넨다. 그도 맛있다는 내 말에 진정으로 감사를 표한다. 뚜렷한 문화유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연경관이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닌 이곳 카를스타드에서 음식점과 여행업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적응력이다.
▲ 필립스타드 호텔 ⓒ 이상기
지구촌 곳곳에 이처럼 한국을 알리는 사람들이 있고 한국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자랑스럽고 고맙다. 이번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우리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경제, 음식, 문화에 이어 이제는 생활방식이나 철학 같은 것까지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는 때가 오길 기대해 본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필립스타드로 향한다. 벌써 어둠이 내려 차가 가는 방향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도를 보니 63번 지방도를 따라 동북쪽으로 50㎞는 가야 한다. 호텔에 도착하니 밤 10시 30분이다. 호텔 앞에 작은 호수가 있다고 하는데, 내일 아침에 보기로 하고 방으로 들어가 짐을 푼다. 스웨덴에서 하룻밤을 잔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일은 스톡홀름에 가기 전 히앨마렌(Hjälmaren) 호숫가에 있는 외레브로(Örebro)성을 구경할 것이다.
외레브로 성과 신문 이야기
▲ 호텔집 아기와 필자 ⓒ 이상기
아침에 일어나 호텔을 나오는데 주인집 여자가 아기를 안고 있다. 그 녀석 얼마나 예쁘던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나는 녀석을 안고 몇 번 어르며 귀여워해준다. 녀석도 기분이 좋은지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한적한 시골에 있는 호텔이어서 가족끼리 운영을 하다 보니 이렇게 애까지 안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
필립스타드를 떠나 1시간 20분쯤 달리자 외레브로에 도착한다. 외레브로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200㎞, 스웨덴 제2도시 괴테보리로부터는 300㎞쯤 떨어져 있다. 우리는 이제 외레브로 성(Örebro slott)을 찾아간다. 성은 완벽하게 해자를 둘러 섬처럼 만들어져 있다. 이 해자는 스바르톤(Svartån) 강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 외레브로 성 ⓒ 이상기
외레브로 성은 13세기 중엽 세워졌으며 14세기에 확장되었고 16세기 말경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으로 되어 있다. 1764년 이래 외레브로 성주의 거주지가 되었고, 1935년부터 국가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 성은 4층으로 되어 있고, 그 위에 다락방 형태의 방이 지붕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사방에 네 개의 탑이 있는데 로코코 양식의 일단을 보여준다.
성을 한 바퀴 돌다가 우리는 '네리케의 모든 것(Nerikes Allehands)'이라는 신문사 건물을 만난다. '네리케의 모든 것'은 외레브로 지방 최대의 지방 일간신문사로서, 역사가 170년 가까이 되고 발행부수도 57,000부나 된다. 이 신문사의 건물은 북유럽의 고딕식 건물로 성의 해자에 비쳐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신문사는 2007년에 이슬람교 창시자 무하마드를 개에 비유하는 그림을 게재해서 더 유명해졌다.
▲ 외레브로 신문사 '네리케의 모든 것' ⓒ 이상기
당시 라르스 빅스(Lars Viks)라는 작가가 전시회에 개의 몸뚱이를 한 무하마드 그림을 출품했는데, 그것을 이 신문이 실었고, 이란과 파키스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신문사를 찾아와 사과를 요구하는 데모를 한 것이다. 그러나 빅스도 물러서지 않았다. "나의 이미지는 예술이다. 나는 외국인을 혐오하지 않는다. 나는 이슬람에도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며, 이슬람을 모독할 생각이 전혀 없었음을 강조했다. 사태는 표현의 자유와 종교적인 신성의 충돌이라는 커다란 이슈로 발전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스웨덴 수상이 나서 "스웨덴은 무슬림이든 기독교도건 유신론자건 무신론자건 상호 존중해야 하는 나라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도 지켜나가야 한다. 신문에 발표된 것에 대해 어떤 정치적 결정도 내릴 수 없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곧 이어 울프 요한슨 편집인이 신문 게재로 인해 무슬림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이미지를 신문에 싫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