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막둥이는 '아빠스타일'

목사 아빠를 닮고 싶어하는 막내 아들이야기

등록|2012.09.10 10:24 수정|2012.09.10 10:31
'강남스타일', '유신스타일', '박정희 스타일'.

'00스타일'이 대세입니다. 우리 집 막둥이도 이 대세를 따르려고 합니다. 그럼, 무슨 스타일일까요? 흥미롭게 '아빠스타일'입니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 이야기해 보면 생각-지능이 아님-초등학교 2~3학년 수준입니다. 그만큼 순수하고, 깨끗합니다. 아직 아빠 앞에서 '욕'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중2 형과 중1 누나도 욕은 하지 않았네요. 얼떨결에도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을 보면 학교에서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마냥 고맙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다른 점이 바로 아빠를 닮고 싶어하는 태도입니다. 둘째는 딸이라 그런지 아빠 흉내를 잘 내지 않습니다. 큰 아이는 아들인데도 아빠 흉내를 내지 않았습니다. 막둥이는 어릴 때부터 아빠가 하는 모든 행동을 따라 했습니다.

부모가 책을 읽으면 아이들도 책을 읽고, 텔레비전을 보면 텔레비전을 본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아빠가 입는 옷은 꼭 입어야 하고, 셔츠를 입으면 셔츠를 입어야 하고, 재킷을 입으면 재킷을 입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제(9일)도 막둥이는 나섰습니다.

▲ 아빠가 입은 옷은 입고 싶고, 아빠가 맨 넥타이는 매고 싶은 막둥이 ⓒ 김동수


"아빠! 나 넥타이 매고 싶어요?" 
"넥타이? 또 넥타이야?"
"나는 아빠가 넥타이 맨 것 보면 매고 싶단 말이에요."
"엄마 보고 매달라고 해."
"넥타이는 아빠가 더 잘 매잖아요."
"아빠가 잘 맨다고."
"막둥이는 아빠 넥타이 매고, 양복 입는 모습이 그렇게도 좋아?"
"그럼요. 넥타이 맨 모습이 굉장히 멋져요."


이런 말을 들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가져온 넥타이가 자기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매고 싶다는 막둥이 말에 매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예배를 인도하겠다고 강대상에 올라갔습니다.

"우리 찬송 부르겠습니다. '새벽부터~'"
"막둥이 강대상에 올라갔네."
"아빠 내가 예배 인도하니까 잘 따라 하세요."

"이제 기도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막둥이 내려와야지."
"이제 성경 찾겠습니다. 오늘 말씀은~"
"막둥이 내려와야지."
"아빠는 조용히 하세요. 지금은 예배 시간이에요."

▲ 다른 교회보다 작고, 낮은 강대상이지만 막둥이는 머리만 보입니다. 막둥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강대상에서 '설교'를 하려고 합니다. ⓒ 김동수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옛날 같으면 큰 일이 날 일입니다. 강대상은 오직 목사만 올라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거의 없지만, 아직도 강대상을 '신성시'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막둥이는 왜 강대상에 올라가니?"
"아빠가 설교하는 것이 보기 좋아요."
"그럼 막둥이도 목사님 되고 싶어?"
"목사님이 첫 번째는 아니에요. 전에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고, 지금 가장 되고 싶은 것은 경찰이에요."
"경찰하고 목사님은 별 상관없잖아?"
"그래도 지금은 아빠가 좋아요. 설교하고, 찬송 부르는 모습이 좋아요."

목사이지만 목사답게 살지 못하는 아빠 모습이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아빠 행동 하나하나를 따라 하려는 막둥이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어떤 집은 아빠가 왕따를 당하는 데 우리 집은 가족 모두가 아빠를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 막둥이의 아빠를 향한 존경심은 아직은 변함이 없습니다.

아빠는 10년 후에도 별 변할 것이 없는데 머리가 다 자란 막둥이가 '우리 아빠 별론 데'라고 할까 봐 괜히 걱정됩니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지금보다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