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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연기장이' 이병헌, "진정한 리더란?"

[인터뷰①] 뼛속까지 '연기장이' 이병헌이 바라보는 <광해>

등록|2012.09.11 11:09 수정|2012.09.11 11:09

▲ 영화<광해>에서 광해 및 하선 1인2역을 맡아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병헌이 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매력적인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막바지 홍보일정에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영화 개봉일(13일)을 앞두고 2주간 인터뷰며 무대인사며 소화하는 일정은 톱 배우 이병헌이라도 능사는 아닐 것이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 <레드2> 촬영 일정으로 <광해: 왕이된 남자>(이하 '광해') 개봉 직전 출국을 해야 했기에 그만큼 빡빡한 일정이었다. 제대로 된 식사보단 최근엔 틈틈이 김밥을 먹으며 지냈다지만 이병헌의 근육은 '화가 나 있었다' 진짜 프로란 이런 걸까.

영화에 대한 그만의 애정이 느껴졌다. 언론 시사를 통해 호평을 받은 탓도 있겠지만 스스로 첫 사극에 그것도 1인 2역이었으니 특별할만했다.

물어보니 역시나 전주 이씨였다. 뼈대 있는 왕손의 혈족에 비하자면 인터뷰어는 인천 이씨다. 그에게 <광해>에 등장하는 허균과 한 핏줄이라며 족보를 들이댔다. 약 400년을 거쳐 만난 광해군과 허균의 조합이라며 설레발도 칠 뻔도 했지만 꾹 참았다. 뼈대 있는 가문은 함부로 경거망동 하는 게 아니니까.

인간 이병헌은? 근엄한 광해보단 익살맞고 생동감 있는 하선

이병헌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준비하면서 나름 역사 공부를 했단다. 그가 바라본 조선 광해군 시대는 '슬픈 역사'였다. 조선시대 연산군과 함께 폭군으로 기록된 반쪽 자리 왕이었지만 그의 정치와 외교력은 후대를 통해 재조명되는 부분도 있었다.

"기록상 폭군인데 또 훌륭한 업적이 있었어요. 뭔가 이중적이지 않나요? 영화에서 광해가 몸을 피해 있는 동안 그와 닮은 하선(이병헌의 또 다른 역)이 15일 동안 궁에서 펼친 일이 실제 역사에서 광해군의 업적이에요. 두 인물을 합친 게 실제 광해인 거죠. 영화에선 오히려 광해를 할 땐 폭군적인 면을 강조했고, 하선은 그 안에서 뛰어놀게끔 했어요."

평소의 이병헌은 광해보단 하선에 가깝다고 했다. 그의 장난기 어린 유쾌한 모습에서 사람들에게 해학을 안겼던 광대 하선이 떠오를 법 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를 아는 지인들은 하선보단 광해를 연기할 때 더 멋있었다고 했단다.    

▲ 영화<광해>에서 광해 및 하선 1인2역을 맡아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병헌. 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매력적인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광해>는 리더에 대한 영화...판타지와 현실의 공존에서 오는 묘한 쾌감

배우 이병헌이 생각하는 <광해>는 리더에 대한 영화였다.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있고 궁궐에선 온갖 중상모략이 판쳤던 상황. 정치와 사회가 수상할 때 리더의 생각과 행동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어떤 면에선 이 영화를 판타지라고 봐요. 하선이 왕 행세를 했던 그 15일간이 판타지죠. 그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 역시 감정을 이입하면서 이상적인 왕을 보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이상이 현실과 다르다는 것 역시 영화는 보여줘요. 당시 조선시대를 보면서 우린 현실을 뒤바꾸는 통쾌한 혁명을 원하겠지만 그렇게 바꾸는 건 역사왜곡이겠죠.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놓칠 수 없는 건 바람직한 리더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점 같아요. 조 내관(장광 분)이 하선에게 하는 말이 정확하다고 생각해요. 조 내관이 왕이라면 누군가를 사적인 감정으로 불쌍히 여기거나 그것 때문에 흔들리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하잖아요. 조 내관 이야기가 현명한 거라면 하선은 왕이 돼서는 안 되는 인물이에요.

하선이 가지고 있는 좋은 가치와 생각도 중요하지만 때론 빠른 판단과 소를 희생하더라도 결정을 하는 결단력도 필요한 게 리더에요. 영화를 보면서 씁쓸하기도 하겠지만 광해가 분명 하선의 행적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 자신에 대한 깨달음이 있을 겁니다. 현재의 부끄러운 모습, 예전의 자신의 다짐과 이상을 기억하겠죠. 관객 분들이 이 장면에서 그런 리더의 모습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마음, 수치스러워할 줄 아는 마음 역시 이병헌이 생각하는 리더의 모습이었다. 반성이 있다면 분명 이후의 모습은 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이런 리더의 모습은 이병헌이 <광해>를 바라보는 관점이자 중요한 포인트였다.

▲ 영화<광해>에서 광해 및 하선 1인2역을 맡아 열연을 한 배우 이병헌이 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매력적인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 영화<광해>에서 광해 및 하선 1인2역을 맡아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병헌. 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매력적인 모습으로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데뷔 이후 연기 인생 21년..."매너리즘에 빠지지 말자고 다짐한다"

배우 이병헌은 연기 외길이다. 21년간 그는 비교적 기복 없는 탄탄한 연기로 대중들에게도 인정받아왔다. 연기에 있어서 큰 신뢰감이 있는 배우로 자리매김 한 것. 이번 <광해>를 두고 보인 그의 1인 2역은 지금까지 보인 이병헌의 연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수 있을 법했다.

데뷔 초와는 달리 이병헌은 근 5년간 액션과 판타지적인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번지점프를 하다> <달콤한 인생>같은 인간적인 면모가 물씬 풍기는 캐릭터는 최근 들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충분히 그에 대한 욕구가 있을 텐데, 앞으로 대중들에게 보일 작품 또한 <레드2> <지.아이.조2> 등 액션과 SF 성격이 강한 영화들 일색이다.

"기본적으로 어떤 새로운 걸 도전해보자라고 다짐하고 그런 건 없어요. 다만, 막연하긴 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자', '익숙해지지 말자'라는 생각은 있어요. 이게 같은 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새로운 도전이기 보단 제자리걸음을 하기 싫다는 느낌이랄까.

예를 들면 제가 연기를 계속 해온 만큼 화내는 연기, 슬퍼하는 연기, 사랑에 빠지는 연기 등 여러 연기를 했을 거잖아요? 매 작품에 그런 감정은 나오지만 그럴 때마다 같은 느낌으로 연기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순전히 그 작품, 그 캐릭터에 빠졌을 때 나오는 감정으로 하죠.

진정성 있게 나를 카메라 앞에 풀어놓으면 지금까지 내가 보지 못했던 감정이나 표정이 나올 때가 있어요. 물론 기술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죠. 서로 다른 영화인데 감정이 비슷하게 보일 때가 있는데 '기술적으로 연기 한 건가?' 생각들 때가 매너리즘에 빠진 때같아요. 그럴 때면 사실 힘들어요."

겉으로 보이는 굵직한 변신보다 배우로서 세밀한 발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걸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특정 캐릭터나 장르의 시나리오를 선택하지도 않는단다. 작품 안에서 노는 느낌.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나오고 한바탕 잘 놀았다고 생각이 들 때가 이병헌 스스로가 가장 만족스러운 때란다. 그는 뼛속까지 '연기장이'였다.

▲ 영화<광해>에서 광해 및 하선 1인2역을 맡아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병헌이 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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