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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급 몇몇에 끌려가 안타깝다, 성장통으로 여겨"

[인터뷰] 이병하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 "진보정당은 있어야"

등록|2012.09.12 11:49 수정|2012.09.12 11:49
"요즘 뒷골이 당겨서 죽겠다."

탈당 사태가 이어지고 있던 11일 저녁 늦게 만난 이병하(52)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내뱉은 첫말이다. 강기갑 전 대표에 이어 '진보정치의 맏형'으로 불리던 권영길 전 의원까지 탈당했다. 이 위원장은 "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기에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해 저녁 늦게 만났다.

이 위원장은 공무원 출신이다. 경남도청 공무원으로 일하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위원장 등을 지내다 해직되었다. 경남진보연합 대표 등을 맡아 있던 그는 옛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과 분당되는 어수선한 상황일 때 '구원투수'처럼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을 맡았다.

우선 탈당 현황부터 궁금했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에서 4․11총선 뒤부터 이날까지 정확하게 탈당계를 낸 당원(진성)은 970명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 지지철회'를 했던 8월 14일 이후 탈당했던 427명까지 포함한 수치다.

탈당만 있었던 게 아니다. 입당도 있었다. 261명이 통합진보당에 들어왔다는 것. 이 위원장은 "당직자들도 입당해달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지경인데, 입당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굉장히 경이로웠다"고 말했다.

"저는 하도 의아해서 입당원서를 본 적이 있다. 사유는 정말 순수하더라. '그래도 진보정당은 있어야 한다'거나 '너무 시달리고 힘들어서 입당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이것이 희망이다. 우리가 잘못했더라도, 진보정당이 없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고, 걱정해 주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이성적인 접근보다 지도급 몇몇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것 안타깝다"

다음은 이병하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 이병하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 ⓒ 윤성효

- 현재 탈당사태에 대한 심정은?
"정치적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는 이 당 저 당도 할 수 있고, 탈당도 창당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를 하고자 하는 분들이 자기의 정치적 의지와 뜻대로 관철되지 않는다고 해서 탈당하거나 새로운 정당을 만들 수 있나. 현재 당 사태에 대해, 언론이나 당 안팎에서 이러저러한 말을 한다. 이성적인 접근보다는 지도급에 있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끌려가는 것이 안타깝다."

- 주로 옛 국민참여당 쪽 당원들이 탈당한다는데.
"오늘도 탈당하는 몇몇 사람들이 전화를 해왔더라. 죄송하다고 하더라. 그들은 위원장이나 경남도당에 불만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닌데, 어쩔 수 없이 탈당계를 낼 수 밖에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도 같이 안타깝다고 했다. 탈당하더라도 지역에서는 뜻을 같이 하고, 진보정책을 알려내고, 노동자와 농민 서민을 위해 더 일해야 할 것이다. 중앙당 사태로 지역에까지 갈라져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

- 숫자로 보면 어느 정도인지.
"통합 때 옛 국민참여당 쪽에서 경남에서만 800여 명이 합류했다. 지금 보면 총선 뒤 970명 정도 탈당했다. 국참당에서 들어왔던 당원 70% 정도는 탈당했고, 30% 정도는 남아있다고 본다. 그 사람들은 이전에 '개혁당' '열린우리당' '국참당'에 이어 통합진보당을 해온 분들이다. 계속 다른 정당을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는 것이다. 소수정당을 자꾸 만든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 하더라."

- 탈당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생각은?
"언젠가는 만나야 한다. 몇 달 있다가 정책적으로 연대할 수도 있다. 서로 마음이 상하지 말고 진보운동을 하자고 했다. 나중에 더 반갑게 맞이할 때도 있을 것이다. 탈당 전화를 받으면 뒷골이 당긴다. 이 당의 모태가 됐던 옛 민주노동당에서 옛날에 지도급 인사들이 탈당하겠다고 했을 때 더 먹먹했다. 진보정당의 역사에서, 어떠한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통합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있어서 했던 것이다.

그분들의 탈당을 보면서 더 안타깝다. 도로 민주노동당을 하더라도 같이해야 하는데 말이다. 그냥 진보정당은 안 되는 것이라고 해서 내팽개치는 것처럼 느껴질 때 마음이 아프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분들도 정치를 하게 되는 이상, 나중에 '좌파정당'이든 '진보정당'이든, '야권'이든 같은 선상에서 일을 해야 한다. 자기들이 지고지순한 가치를 가진 것처럼 선동하고, 또 많은 당원들이 정신을 못 잡을 정도로 해놓고 나가는 것이 더 안타깝다."

- 강기갑 전 대표가 사퇴하고 탈당했는데.
"단식으로 병원에 가기 하루 전날 서울에 가서 만났다. 일대 일로 대화도 많이 했다. 서로 조금은 원망스러움, 안타까움, 미안함이 있었다. 이전에 대표실에 가면 혼자 계신 것을 본 적이 있어, 외롭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산울산경남 위원장들과 회의하거나 성명서를 내는 것과 인간적으로는 가깝게 지내자고 했던 적이 있다. 강 전 대표는 대표가 되면 당의 여러 난맥상이 일사천리로 정상화될 것으로 여겼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능력 부족과 자괴감 같은 게 들었던 모양이다. 좋은 정당을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안 된 것에 대해 부덕함이랄까 한계 같은 것을 느낀 것 같다. 그날 만났을 때 사퇴와 탈당을 하고 농사지으러 가겠다는 말쓸을 하시더라. 사실상 정계은퇴로 받아들였다. 물도 마시지 않으면서 단식하고 있는데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었다."

- 권영길 전 의원도 탈당했는데.
"옛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 통합할 때부터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분이다. 노무현 정권 때 노동자를 탄압했는데 국참당을 진보정당으로 볼 수 없다는 게 하나의 이유였다. 그 분 뜻대로 통합을 막아내지 못한 것이었고, 사실상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다고 했으며, 하지 않았다. 4․11총선 이전에 탈당하려고 했는데 지역 총선 후보들이 찾아가서 만류했던 것이고, 지금까지 왔던 것이다.

권 전 의원으로서는 참으로 한이 맺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지난 총선 때 '창원성산' 후보 문제로 논란이 있을 때, 찾아가서 '3선'에 도전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그때 권 전 의원은 '평등평화통일운동'의 시민운동을 할 것이라고 하셨다. 먼 미래를 보고 계신 것을 알고, 그같은 제안을 드린 것이 오히려 미안했다. 진보정당 역사에 훌륭한 정치지도자로 남아야 하고, 후배들은 그런 선배를 모실 수 있어야 하는데, 탈당하게 되어 안타깝다."

- 당이 왜 이렇게 됐다고 보는지?
"몇몇 지도급 인사들이 통합을 하면 총선에서 시너지 효과도 있고 하면서 원내교섭단체 이상의 국회의원 당선이 될 것으로 보고, 의욕이 강했다. 제도적으로 절차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부족했다. 단지 누가 의원이 될 수 있다는, 의석수 계산만 하면서 급작스럽게 통합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도급 인사들이 내세운 사람들이 다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일부 부실함도 감싸 안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당의 허약한 운영시스템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해왔던 것이다. 기존 당권을 잡았던 사람들의 안일함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당내 패권 쥔 사람들 반성하고, 시스템을 제도권 정당에 맞게 잘 정비해야"

▲ 이병하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 ⓒ 윤성효


- 통합진보당이 난맥상을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지?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잘만 극복해 나가면 더 잘 될 것이라 본다. 당 안에서 패권을 쥔 사람들이 반성하고, 당 시스템을 제도권 정당에 맞게 잘 정비해야 한다. 새로움을 맞을 성장통이 될 수 있다. 희망을 가져보자는 말을 하고 싶다. 제대로 된 지도부가 꾸려져서 차고 앉아서 일을 해나가면 된다. '혁신' '환골탈태'라는 말을 하는데, 새롭게 해서 나선다면 큰 성장통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말인지.
"당이 없어질 수는 없다. 오는 16일 대의원대회다. 일부에서는 당명을 바꾸자는 소리도 한다. 도로 민주노동당으로 하자는 말도 있다. 이전에 통합할 때 3주체(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일부)는 4․11총선이 끝나고 나면 '혁신위'를 꾸려 당명부터 포함해서 전체를 새롭게 하기로 합의를 했던 것이다. 사실은 처음에 합의했던 대로 가도 별로 문제가 없다. 탈당으로 3주체의 합의정신이 사라진 셈이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이 혁신하고 재창당하든지 하면 된다. '재창당기구'를 두어서 하나하나 해나가면 된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 재창당이 힘들겠지만, 우선 당명부터 바꾸고 하면서 말이다."

-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어떻게 할 것인지?
"진성당원만 4000명이 남아 있다. 민생대장정을 해서 다시 추슬러 나가자는 목소리가 강하다. 중앙당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지만, 경남도당은 당원들과 함께 활로를 찾아야 한다. 지역에는 많은 광역․기초의원들이 있다. 지방의원 가운데 탈당자는 없는 것으로 안다. 많은 당원들이 중앙에 매몰되어 언제까지 무기력하게 있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무기력하다고 불만을 표출하면서 탈당계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활로를 찾아 더 열심히 하자는 것이다."

- 곧 대통령 선거이고 경상남도지사 보궐선거인데.
"대선에도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경남에서는 도지사 보궐선거에다 진주(광역)와 하동(기초)에서 지방의원 보궐선거가 있다. 후보를 발굴해 내고,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모습을 도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다른 차원에서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무슨 후보를 내느냐고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거도 되지 않고 돈만 버릴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조용히 고개 숙이고 잠잠해질 때까지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은 선거에 후보를 내야 존재감이 있다. 당선이 목적이지만, 아니더라도 진보정책을 알리고 상대 후보를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옛 민주노동당은 '보호자없는병원사업' 등 많은 정책을 제안했고 상당수가 반영됐다. 오는 13일 경남도당 대의원대회를 하는데, 환골탈태하고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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