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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앞두고 이런 일이... "이게 협상 자세인가"

현대차 사측 비정규직노조 농성장 철거 논란... 노조 "결사 항쟁"

등록|2012.09.14 12:00 수정|2012.09.14 12:00

▲ 9월 13일 오전 11시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농성장을 차리자 회사 관리자들이 보고 있다. 이후 노조사무실 앞에는 천막 농성장이 차려졌으나 오후 11시께 용역과 경비가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왼쪽부터) ⓒ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현대자동차 회사 측이 13일 오후 11시 10분께 울산공장 내 노조사무실 앞에 차려진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노조)의 천막 농성장을 칼로 뜯고 망가뜨린 후 차량으로 싣고 간 일이 발생했다.

앞서 비정규직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현대차 울산공장 내 정규직·비정규직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노조사무실 앞에 천막 농성장을 꾸리고 '3000명 신규 채용안 폐기, 고소고발 철회 등 6대 요구안 쟁취, 정규직 완전 쟁취'를 위한 농성에 돌입했다.

정규직화 문제를 두고 비정규직노조와 특별교섭을 앞둔 현대차는 최근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70명을 고소하고 32명에게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농성장 강제 철거 사건까지 더해져 '특별교섭'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비·용역 200여 명 동원 5분 만에 농성장 철거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농성장이 차려진 지 12시간 쯤 지나 밤이 되자 보안팀(경비)과 용역 등 200여 명과 버스 3대, 승합차 4대를 동원해 농성장을 5분 만에 훼손하고 차량으로 싣고 가버렸다. 농성장을 지키던 일부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강하게 저지했으나 철거는 진행됐다.

비정규직노조는 "대법 판결을 이행해야 하는 정규직화 특별교섭을 앞두고 농성장 강제 철거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결사항쟁 하겠다"고 밝혔다.

▲ 현대차 경비와 용역이 13일 밤 11시쯤 울산공장 내 노조사무실 앞에 차려진 비정규직노조 천막농성장을 뜯자 일부 조합원이 저지하고 있다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14일 성명을 내고 "농성장은 정규직 쟁취를 위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결의를 담은 천막"이라며 "노조사무실 앞에 있는 농성장에 한밤 중 용역과 경비 200여 명을 동원해 칼로 천막을 훼손하고 5분 만에 차량에 실어간 것이 과연 협상하는 자세인가"라고 성토했다.

이어 이들은 "한여름 불타는 태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가열찬 8월 투쟁을 전개했던 우리는 9월 또다시 투쟁을 결의하기 위해 농성에 돌입했다"며 "그러나 사측은 용역 경비 200여 명을 동원해 농성장을 무참히 침탈했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노조는 "당시 상황으로 봐서는 사측이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서 조직적 침탈을 감행한 것"이라며 "어떻게 노동조합 사무실 앞을 용역·경비, 버스, 승합차, 포터를 총동원해 침탈할 수 있는가"고 되물었다.

또한 이들은 "이것은 비정규직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앞으로는 협상을 하자면서 뒤로는 70여 명을 고소·고발하고, 10억 원을 손해배상한 사측이 본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김상록 정책부장은 "농성장 침탈 소식을 들은 조합원들은 결사항전을 결의했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측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탄압하기로 작정한 만큼 8월 결사항전을 결의한 비정규직노조와 조합원의 확고한 의지를 반드시 사측에게 다시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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