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은폐 이어 제보자 색출 혈안... '막 나가는' 공정위
입찰 담합 처리하겠다 해놓고 내부문서 유출자 찾기에만 법석
▲ 김기식 의원이 지난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가 4대강 입찰 담합 조사를 대선 이후 처리할 계획을 세우는 등 처리 시점을 놓고 청와대에 사전 협의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 김시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일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4대강 입찰 담합 내부 문서의 제보자 색출에 나선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17일 오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현행법상 공익제보자 색출은 위법이다. 또한 이를 통해 제보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공정위, 직원들에게 "휴대폰 통화 기록 제출하라" 압박
문제는 지난 4일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정위 카르텔 조사과에서 만든 4대강 담합 조사 관련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김 의원이 보고서의 앞부분 2쪽을 공개하며 4대강 담합 조사를 공정위가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일부 관계자의 소환 진술에 따른 초안 수준에 불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명의 효력은 이틀뿐이었다. 지난 6일 해당 보고서 전문이 공개되고, 9일에는 조사 결과의 은폐 과정에 청와대와의 협의가 있었다는 증거가 잇달아 제기되면서 공정위는 톡톡히 망신을 샀다. 결국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나머지 4대강 입찰담합 사건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입찰담합 처리보다 먼저 나선 것은 내부제보자 색출이었다. 17일 오전, 김 의원은 "4일 내부문서가 공개된 이후 공정위원장 내부문서 유출자 색출을 위해 조사 베테랑 직원 10명으로 공정위에 특별조사팀 구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공정위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을 빌어 "김 위원장은 '문서 유출자를 반드시 처벌하겠다'며 매일 핵심 간부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4대강 사건과 관련된 전·현직 직원 20여 명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에는 말단 직원부터 상임위원까지 고루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공개한 공정위의 조사방식은 철두철미했다. 김 의원은 "직원들을 별도 조사실로 소환해 추궁하는 한편 개인 이메일 송수신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한다"며 "결백을 증명하고 싶으면 개인 휴대폰 통화 기록도 제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증언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보고서를 작성한 카르텔 총괄과의 경우, 컴퓨터 한 대를 분석하는데 최소 2일이 걸리는 디지털 포렌식 장비도 구입해 전체 컴퓨터를 정밀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보안 문제 때문에 조사 중"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이 같은 내부 움직임에 대해 "위원회 내부 보안시스템에 외부유출 흔적이 있어서 보안 관련 규정에 어긋난 것은 없는지 확인 중"이라고 해명했다. 누가 해당 보고서를 유출했는지 내부 제보자를 확인 중이라는 얘기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의 내부 제보자 색출 확인 발언 이후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들은 즉각적으로 공정위원장의 사과와 색출조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제보자 색출 자체가 위법이고, 제보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해명자료를 내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된 정보가 외부에 유출될 경우 사건처리 등에 지장이 있을 수 있어 내부 전산정보시스템에서 문서 보안장치를 설치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내부자료가 외부로 반출된 것은 심각한 보안 문제라고 생각해 감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내부자 색출이 아니라 보안 문제가 본질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개인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조회하거나 요청한 사실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일부 대상자들로부터 동의를 얻어 업무용 PC에 저장된 로그 기록을 확인했다"며 "카르텔 총괄과에 대한 조사는 3시간 정도 하고 종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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