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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47%' 포기한 롬니, 과감하거나 무식하거나

[해외리포트] 대부분이 공화당 강세 지역... 롬니, 과연 무당파 지지 얻을까

등록|2012.09.19 20:45 수정|2012.09.20 13:30
"무조건 (오바마) 대통령을 찍을 사람은 47%다. 괜찮다. 이 47%는 정부에 의지하며, 자신이 피해자라 믿고 정부가 자기를 돌봐 줄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또, 마땅히 의료보험과 음식, 집 등등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내가 할 일은 그런 사람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결코 그들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삶을 돌보라고 설득하지 못한다."

▲ <마더 존스(Mother Jones)>의 메인 화면 ⓒ Mother Jones

지난 5월 17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인 미트 롬니는 거물 투자자이자 난잡한 누드 파티로 언론의 도마에 올랐던 마크 레더 집에서 좌석 하나당 5만 불(한화로 약 5600만 원)의 가격이 매겨진 정치자금 파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평소 유세장이나 언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솔직한 태도와 거침없는 언변으로 자신의 선거 전략과 외교 정책 등을 소수 백만장자 지지자에게 설명했다. 이 모습은 한 참석자가 휴대폰으로 몰래 찍어서 유튜브에 올렸다.

이후 이 동영상을 눈여겨본 지미 카터 4세(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는 이 촬영자를 수소문해서 리버럴 성향의 잡지인 <마더 존스(Mother Jones)>로 촬영분 전체를 보내 공개하도록 설득한다.

<마더 존스>는 17일 오후 1시경부터 동영상 편집본과 녹취록을 조금씩 공개하기 시작하여 다음날 오후에 총 41분짜리 동영상 전체를 공개했다. 동영상이 제작된 5월 17일은 롬니가 공화당의 대선주자로 사실상 확정된 시기였다.

대통령 선거가 50일도 안 남은 지금, 롬니는 오바마에게 점점 뒤처져

어느 대통령 후보든 선거 유세 동안 좋은 날과 나쁜 날이 있겠지만, 롬니에게 지난 몇 주간은 악재의 연속이었다.

▲ <허핑턴 포스트>에 마련된 'We are the 47 Percent(우리는 47 퍼센트다)' 페이지. ⓒ 출처: 유투브


가령, 공화당 전국 전당대회에서 주인공이어야 할 롬니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빈 의자를 놓고 '즉흥연기'를 펼친 영화배우 클린턴 이스트우드였다. 이어 바로 다음 주에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려 오바마 대통령을 띄우는데 큰 성공을 거두었다.

곧이어 리비아와 이집트에서 반미 시위가 열렸다. 그러나 롬니는 미국 대사의 죽음에 대해 사실관계조차도 모르는 대응을 급하게 내놓아, 공화당 내부와 온건 보수주의자들로부터 큰 염려와 비판을 들었다. 게다가 정치 전문지인 <폴리티코>를 필두로 미국의 언론사들은 롬니 캠프 내부의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전 공화당 하원의원이자 < MSNBC >의 진행자인 조 스카보로가 "우리가 기억하는 한 대선주자에게 일어난 일 중 가장 최악"이라 할 수 있는, 이번 동영상 사건이 벌어졌다.

대통령 선거가 50일도 안 남은 지금, 롬니는 오바마에게 점점 더 뒤처지기 시작했다. 또한, 반등의 동력을 마련해보기도 전에 더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에 처했다.

17일 <마더 존스>가 문제의 동영상을 공개하기 시작하자, 같은 날 밤 롬니는 예정에도 없던 기자회견을 캘리포니아에서 열었다. 기자들은 당연히 롬니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열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롬니는 5월 행사에서 자신이 "품위 있게 얘기하지 못했다"며, "물론 개인들은 자신의 삶에 책임질 것이며, 나는 선거 유세를 통해 사람들이 더 많은 책임을 지도록, 다시 고용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고 말했다. 자신이 했던 발언을 재확인한 셈이다.

롬니의 "47%" 발언이 일파만파가 된 18일에도 그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정부가 점점 더 큰 역할을 하고, 부를 재분배하는 정부 중심의 사회로 나가는 것은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부에 의존하고 부의 재분배가 정부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나는 그 사람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고 말해 그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렇다면 롬니는 소득세를 내지 않는, 미국 인구의 반에 가까운 "47%"를 포기하고 어떻게 대통령으로 당선되겠다는 전략일까?

동영상에서 롬니는 "내가 해야 할 일은, 생각이 있고 때로는 감정에 따라 이쪽 또는 저쪽으로 표를 던지는 5~10%에 달하는 무당파 유권자를 설득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 18일 밤, <레이트 쇼>에 출현한 오바마 대통령. ⓒ 출처: 유투브


"소득세 안 내는 이들은 일도 안하고 의존적이며 책임감도 없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을 강조하는 대신 그에 따른 개인의 책임을 엄하게 묻는다. 이들에게 정부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을 제한하는 존재로, 정부가 커질수록 자유와 선택권이 위협받는다고 믿는다. 그런 이유에서 이들은 모든 개인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오바마 케어'(의료 개혁안)를 반대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사회 보장제도가 오히려 이들의 자립을 막고 남의 도움에 의지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미국의 대표적 보수논객인 조지 윌은 "지금 미국 인구의 과반수가 정부 보조 프로그램의 수혜자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7명 중 1명이 푸드 스탬프를 받는다니... 이 도박, 아니 민주당의 전술은 이 나라 국민의 정부 의존율을 계속 끌어올려 50~60%까지 만들 셈이다, 그래서 그들이 언제나 승리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려 한다"는 주장을 펼 정도다.

그렇다면 롬니의 말은 사실일까? 소득세를 안 내는 미국 납세자의 47%는 일도 하지 않는 의존적이고 책임감이 없으며, 무엇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바마를 찍을" 사람들인가?

유명 보수 논객인 데이비드 프럼은 이들 "47%" 중 20%는 노년 유권자라고 지적한다. 또, "노인들은 그 수입이 사회보장 연금이기 때문에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에즈라 클레인은 "47%" 중 61%는 지급 급여세를 내고 있으며, 이는 이들이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지적한다. 소득세는 물론, 직업이 없어서 지급 급여세도 내지 않는 이들은 "47%" 중 18.1%이며, 이들 중 반 이상은 노인이고, 나머지 3분의 1은 1년 소득이 2만 불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클레인은 또한 "47%"의 대부분은 플로리다와 뉴멕시코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공화당에 표를 던졌던 지역에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롬니가 말하는 "47%"의 사람들이 사는 주가 그에게 줄 선거인단은 95명이나 되지만, 오바마는 5명을 얻을 뿐이다. (참고로 미국에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한다.)

▲ 소득세를 내지 않는 않는 사람들 대부분이 공화당 강세 지역, 특히 'Deep South'라는 남부 주에 집중해 있음을 알 수 있는 < Tax Foundation >의 2008년 납세 상황 조사 결과. 붉은 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소득세 면제자가 가장 많은 주 10위까지. 푸른 색은 소득세 면제자가 가장 적은 주 10위. ⓒ 허핑턴 포스트


1년 전, 조지 H.W.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정책 참모를 지냈던 브루스 바트렛은 <뉴욕 타임즈>에 합법적으로 소득세를 내지 않는 미국인들의 면면을 드러낸 바 있다. 여기서 그는 47%(46.4%: 2011년 납세결과 기준) 까지 소득세 면제율이 늘어난 이유가 공화당의 세제 정책 때문에 생긴 결과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세금 정책 센터의 2011년 납세상황을 보면, 연 소득이 53만 불(약 5억8천만 원) 이상에서 220만 불(약 24억 원)에 달하는 부자들 중 2만 4천여 명이, 220만 불 이상 소득자 중 3천 명이 소득세를 면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세제법의 '구멍'을 잘 이용한 경우다.

그렇다면 무당파 5~10%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되겠다는 롬니의 전략은 현실적일까?

<내셔널 저널>의 짐 텐 커슬리는 롬니가 이 유권자층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퓨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들어 무당파 5명 중 3명은 정부가 국민의 먹거리와 잠자리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또한, 같은 수만큼의 무당파 유권자들이 정부가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사람들을 돌봐주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18일, 롬니는 여성 유권자의 마음을 잡고, 현재 동영상에 집중된 국면을 전환해보고자 텔레비전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보수주의 논객과 정치인들을 제외하고, 모든 진영의 기자와 논객들은 롬니를 계속 비판 중이다.

- 이번 사건이 롬니에겐 "최악의 암흑의 시간이다." - <워싱턴 포스트>의 크리스 클리자
- 이 비디오가 "완벽한 재앙"이며 "롬니의 대권도전을 망쳤다." - <블룸버그>의 조쉬 바로
- "비디오에 대한 롬니의 설명은 비디오 내용보다 더 나쁜 것 같다."- <폴리티코>의 로저 시몬스, 트위터에서
- "미트 롬니는 유권자들 앞에서와 문을 닫고 안 보이는 뒤에서 다른 얘기를 해왔다." - < CNN > 짐 아코스타
- (롬니가 무시하는 사람들의 많은 이들이 사실은 공화당 지지자들이라며) "자신이 의지하고 있는 유권자층을 모욕하고 있다."- <내셔널 저널>의 론 브라운스테인
- "롬니의 발언이 거만하고 멍청하다... 소득세를 내지 않는 47%의 미국인들 중 많은 이가 노인들이고 현역 군인들이다. 롬니는 그에게 반대하는 민주당 지지자들 뿐 아니라 그에게 표를 줄 의향이 있는 수천만 명의 사람들에게도 모욕을 줬다." – 유명 보수 논객인 <위클리 스텐다드> 윌리엄 크리스톨


그리고 <뉴욕 타임즈>의 보수 논객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 지출에서 많은 수혜를 받는 이들이 큰 정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공화당 지지자들이다. 그들은 노인이다. 그들은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는 백인 남성들이다. 그들은 의존적인 가난뱅이가 아니라 사회 보장제도의 확대로 혜택을 입는 중산층 노동자들이다."

롬니가 비난하는 미국의 "47%"는 비록 소득세는 내지 않지만, 급여 지급세 및 주정부세와 각종 지방세를 내는 사람들이다. 또한 이들 중에는 노인들이 대거 포함돼 있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정부에 의존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 2012년 공화당 전국 전당대회에서 의자를 놓고 얘기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 출처: 유투브


오바마 "대통령은 나라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


18일 밤, 오바마 대통령은 데이비드 레터맨이 진행하는 <레이트 쇼>에 출현해서 롬니의 동영상 유출 이후 이에 대한 의견을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누군가가 나에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를 피해자나 비애국자인 것처럼 암시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옳은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대선에서 47%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당시 경쟁자였던 존 메케인 상원의원을 지지했지만(실제로는 46%: 기자 주), "대통령이 된 후 배운 것은 대통령은 나라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투표일 날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비록 내게 표를 주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도 나는 들을 것이며, 그들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할 것이다"라고. 오바마는 "만약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모든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일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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