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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쓰러졌는데... 왜 119 대신 트럭 불렀나"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사망 관련... 대책위 "병원 이동시엔 숨 쉬어, 산재 은폐"

등록|2012.09.20 18:10 수정|2012.09.20 18:10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가 지난 17일 아침 출근 후 쓰려졌으나 회사 측이 119에 신고하지 않고 트럭으로 병원에 데려갔으나 숨졌다는 기사와 관련 (관련기사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옷 갈아 입다 사망>, 고인이 트럭으로 병원에 이동할 당시에는 숨을 쉬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의 산재은폐가 심각한 수준이며 올해 상반기 현대중공업 정규직노동자와 노동인권센터가 산재은폐 2건을 노동부에 고발, 1건에 대해 과태료 1000만 원이 부과된 사실도 드러났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0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이번 사망 사고가 산재를 은폐하려다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유가족들이 회사 측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19에 신고하지 않고 트럭에 실은 이유는?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오전 7시 황아무개씨를 발견한 업체는 119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1톤 트럭을 가져와 트럭 뒷좌석에 싣고 인근 울산대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8시 2분경 사망했다"며 "동료들의 진술에 의하면 트럭에 싣는 동안에도 고인은 숨을 쉬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노총은 "사망 다음날 고인의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부검을 실시한 결과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심장질환은 신속한 응급조치가 생명인데도 적절한 응급조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이미 현대중공업에서 다치거나 아픈 노동자를 트럭에 싣고 후송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지금까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원인은 119 응급차를 불렀을 때, 이미 발생한 사고를 은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용접반장으로 오전 5시 30분에 출근해 저녁 9시경에 퇴근하는 장시간 노동을 일상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무권리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왔다"며 "하청업체 S사가 쓰러진 노동자의 생명보호보다 사고 사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배문석 정책국장은 "그동안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산재은폐 사례를 여러 차례 고발해 왔지만, 이번처럼 산재은폐는 계속되고 있다"며 "원청의 눈치를 보는 하청업체는 구급차도 부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병원까지 가는 동안 심폐 소생술을 받지 못해 살 수도 있었던 고인은 죽음을 맞은 것"이라며 "유족의 비통함을 넘어 우리에게는 분노가 치미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 119신고로 응급조치 않은데 강하게 반발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을 접한 유족들은 119 응급차를 부르지 않고 트럭에 싣고 병원으로 후송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초기 응급조치를 제대로 하고 119구급차를 불렀다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고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현재 유가족들은 원·하청이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책위와 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회사에서 쓰러진 노동자를 적절한 응급조치도 없이 짐짝처럼 트럭에 실어 후송했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며 "아무리 하청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지만, 시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에서도 노동자의 목숨이 차별받는다는 것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들은 다치거나 아파도 산재를 할 수 없고 울며 '겨자먹기'로 개인치료를 하거나 산재보다 못한 공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의 산재은폐문제는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이러한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사측이 공개사과할 것과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산재인정과 산재은폐 근절을 요구했다.

한편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중공업 정규직노동자 2명과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노동인권센터가 현대중공업 산재은폐 2건을 노동부에 고발해 1건에 대해 과태료 1000만 원이 부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7월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하청노조)가 10여 건의 하청업체 산재은폐를 노동부에 고발했고, 이중 4건의 산재은폐를 고발당한 업체에 1520만 원 과태료가 부과됐다.

대책위는 "이런 사실 외에도 현재 산재은폐 고발사건에 대해 울산고용노동지청이 사고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중공업 하청노조에 따르면 황아무개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기기까지 함께 했던 동료들은 사망과 관련한 경찰 조사에서 "고인이 트럭에서는 숨을 쉬고 있었다"는 진술조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인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심장은 뛰었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는 등의 당시 상황을 유족들이 병원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고인의 죽음이 너무 안타깝다"며 "갑자기 사람이 쓰러지는 긴급상황에서는 급히 병원으로 옮기는 것은 본능적인 판단이며, 위급한 상황에서 119에 신고하는 등 절차를 밟을 경황이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울산대병원은 현대중공업 정문만 통과하며 닿는 곳이라 급히 환자를 옮기는 과정에서 하청업체가 그렇게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런 상식적인 판단을 두고 마치 은폐하려 한 것처럼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왜곡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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