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안철수,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 아쉽다

누리꾼 "4·19혁명과 5·16쿠데타에 양다리는 없다"

등록|2012.09.20 15:13 수정|2012.09.20 15:13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다. 덧셈의 정치,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

지난 19일 18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신선했다. 그동안 우리 정치권은 상대편을 잘 인정하지 않았다.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여당을 공격하고 흠집내기에 바빠다. 심지어 미국 같은 경우 대통령이 취임하면 6개월 정도는 '허니문 기간'이라며 새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준비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흠결이 없으면 비판을 삼갔다. 하지만 허니문은 고사하고,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며칠 만에 '탄핵'을 꺼냈고, 취임 1년 후 탄핵을 통과시켰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는 말은 신선했다. 특히 그는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모두 한 자리에 모여, 국민들을 증인으로 선의의 정책 경쟁을 할 것을 약속하면 어떻겠습니까?"라고 제안했다. 세 후보가 정책 경쟁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자고 제안 한 것이다. 이런 제안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충분하다.

안 후보 역시 출마 선언 후 첫 행보를 여타 후보들처럼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안 후보는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세 전직 대통령 묘역도 참배했다. 문재인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과 일반병사 묘역을 참배하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문 후보는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이 일자 "가해자 측의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나도 박 전 대통령 묘역에 언제든지 참배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통합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그렇게 된다면 언제든 묘역을 찾겠다"고 했다.

문 후보가 박정희 독재정권이 저지른 민주헌정 파괴와 인권탄압에 대해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일도, 상대 후보 특히 박근혜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가 아니라 민주공화국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로서 당연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 후보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는 아쉬움이 남는다.

안철수 후보, 독재자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는 아쉬워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안 후보는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방명록에 "역사에서 배우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고 한다. 특히 안 후보는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고 떠났다. 기자들이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가 논란이 될 수 있는데도 참배를 한 이유를 물어보려고 했으나, 유민영 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을 제지했기 때문이다. "현충원에서 질의응답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오마이뉴스>는 전했다.

안 후보에게 묻고 싶다. 과연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것이 '국민통합'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승만 전 대통령은 4월 혁명으로 물러났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군사반란'을 일으켜 4월 혁명을 짓밟고, 민주헌정을 유린했다. 특히 독재자 박정희는 3선개헌과 유신쿠데타, 9차례 긴급조치를 통해 헌법을 무력화시켰다. 인혁당재건위 사건은 사법살인 결정판이었다.

사실 그동안 안 후보는 박정희 정권이 저지른 온갖 민주헌정 파괴에 대해 사실에 대해 자신의 역사인식을 정확하게 드러낸 적이 별로 없다. 19일 박 후보의 역사인식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역사관에 대해서는 아버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힘든 인간적인 고뇌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는 본인이 가진 정확한 생각을 밝히시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을 뿐이다.

민주공화국 국가지도자가 될 사람은 미래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우리 현대사에 대한 인식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유는 1948년 정부 수립 후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까지 우리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해보지 못했다. 다시는 그 같은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국가지도자가 될 사람은 세 독재자가 집권했던 그 시대에 대해 분명한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누리꾼 "4·19혁명과 5·16쿠데타에 양다리는 없다"

그러므로 안 후보가 국민통합을 이유로 이승만-박정희 두 독재자 묘역을 참배한 것은 아쉬움과 함께 비판 받을 여지가 있다. 누리꾼들도 참배에 대해 비판이 많다. 트위터리안  @odyss***는 "안철수 박정희 묘역참배 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실제 사진을 보니 씁쓸함을 어쩔 수 없다" 며 참배를 비판했다.

@archez****는 "이건 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철수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무엇인지 따져 물었다. @ibookc****는 "안철수가 이승만 박정희 묘역 참배했다는 소식을 보니 씁쓸하다. 독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참배하는 것이 통합일까? 친일파가 건재한 이유"라고 충고했다.

<뉴시스> '安 참배정치, 朴·文과 이렇게 달랐다'기사의 다음 누리꾼 'vlftm***는 "안철수 후보 4·19혁명과 5·16쿠테타 역사관이 무엇인가요? 이 두 역사에서 양다리는 없다"면서 "역사관이 무엇인가요? 중도가 역사관에서도 양다리인가? 18년 유신독재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안철수의 이런 자세가 조금은 실망"이라고 비판했다.

'돈방석'도 "또 다시 통합이란 이름으로 과거를 덮으려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우리들이 현재 살고있는 사회는 과거로 부터 이어져 오는 것 입니다. 그런데 과거의 범죄들을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덮기만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두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참배할 수 있다. 하지만 치열한 역사인식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 안 후보 첫 행보가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라는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과 안 후보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안 후보의 모든 것을 비판할 수 없다. 문재인 후보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나은 대한민국을 열어가겠다는 비전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과 함께 미래를 열어가는 안 후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