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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만 네 번 다닌 74세 교생선생님

전북 군산 오윤원 할아버지 "육체 늙었다고, 정신까진 늙진 않는다"

등록|2012.09.20 18:17 수정|2012.09.20 18:17
"내 젊음의 빈 노트에 무엇을 그려야 할까~.♪ 내 젊음의 빈 노트에 무엇을 써야만 하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우리들 사랑의 이야기.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우리들의 모든 인생 이야기. 내 젊음의 빈 노트에 무엇을 채워야 하나~.♬"

익히 들어봤음직한 노래가사. 젊은이에게 줄곧 불리는 이 노래가 오윤원(74세·군산시 월명동) 할아버지의 노래방 '18번'이다. 사실 할아버지라는 호칭도 실례일 수 있다. 젊음의 노트에 무얼 채워야 할지 모르는 그는 언제나 자신이 젊다고 자칭하기 때문이다.

그의 첫 인상은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바바리코트에 분홍색 넥타이. 짙은 갈색의 중절모는 젊은 신사 같았다. 이 의상을 보고 누가 74세 어르신이라 하겠는가. 의상만으로도 그의 젊은 감각과 평소 생활을 알 수 있었다.

오윤원씨노령에도 배움과 봉사를 생활화하는 오윤원씨. 74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패션감각이 남다르다 ⓒ 박영미


"암, 젊게 살아야죠. 전 제가 늙었다고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아직도 제가 멋있다고 생각해요. 누구 말대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겁니다. 인생에 있어 정년퇴임이란 게 뭐 있겠어요. 마음이 젊다고 생각하니 옷, 노래, 생각 등이 밝고 경쾌해지는 것 같아요."

젊은 대학생을 자칭하는 그는 올해 군산 서해대학 실용음악과를 나와 교생실습까지 끝마쳤다. 지난 6월 18일부터 7일 13일까지 군산영광중학교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쳤다. 서해대학에서만 세 번째 전공공부를 했다. 2007년 케어사회복지과, 2009년 부동산컨설팅과를 입학하고, 2011년 실용음악과까지 섭렵했다.

대학생활을 하며 취득한 자격증도 수두룩하다. 사회복지사 2급, 케어복지사 2급, 보육교사 2급, 레크리에이션 2급, 웃음치료사 1급, 유아지도자1급 등 어느 하나 소홀함 없이 배움에 충실했다. 그러면서 그의 나이 70세 때는 소리 내기도 어렵다는 색소폰에 도전했다. 2년 정도를 매일 같이 배우고 연습한 결과, 이제는 어느 봉사처를 가도 기립박수를 받을 만큼의 연주 실력을 갖추게 됐다.

대학전공만 4번째2007년 케어사회복지과를 전공하고 졸업사진을 찍은 오윤원씨. ⓒ 박영미


"배움이란 뭐랄까 하나의 도전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무한한 도전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를 받아드려야 하지요. 배움은 제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또 제가 죽을 때까지 실천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진짜(?) 젊은 시절도 배움의 연속선상이었다. 계명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교육대학원까지 마친 그는 국가의 부름에 따라 군에 가게 됐다. 군에서도 장교 출신으로 월남전까지 참전한 그는 10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신학대학원을 다시 다녔다. 1972년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생활을 하게 된 그는 기독교학교인 영광여자고등학교의 교목 제의를 받고, 이곳에서 22년간 교목이자, 영어교사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교사생활을 마치고, 다시 학생 신분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가진 재능을 지역사회활동과 봉사활동으로 활용했다. 군산초등학교, 늘빛지역아동센터, 1318 해피존, 유레카지역아동센터, 임마누엘지역아동센터, 군산노인종합복지관 등지에서 노소(老少) 관계없이 영어를 가르쳤다. 또 색소폰 연주, 웃음치료사 등의 재능을 활용해 봉사활동을 하게 된 그는 요양원, 병원, 축제 행사 등 그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음악과 웃음을 선물했다.

색소폰으로 봉사활동하는 오윤원씨폐활량이 좋아야 불 수 있다는 색소폰.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 박영미


"봉사를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봉사는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받는 거란 걸. 봉사는 한마디로 저에게 '행복'입니다. 제가 가진 재능으로 누군가를 웃고 감동받게 만든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지 모릅니다."

그는 앞으로도 '배움'과 '봉사'를 하나로 보고 더 많은 것들을 '젊음의 노트'에 채워나갈 것이다. 그는 말한다. 육체가 늙었다고, 정신까지 늙진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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