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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얼굴에 쏴도 되나?" - "빗맞은 것"

[현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 조현오 전 경찰청장, 무리한 진압 부인

등록|2012.09.20 18:37 수정|2012.09.20 21:58

▲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지난 2009년 7월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노사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을 알고도 경찰력을 투입해 강제진압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것은 거짓말"이라며 부인했다. ⓒ 남소연


▲ 심상정 무소속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관련 청문회에서 2009년 당시 쌍용차 진압과정에서 대테러용 장비인 테이저건(전기총) 사용에 대해 "사람 얼굴에 쏴도 되는 겁니까"라고 추궁하고 있다. ⓒ 유성호


"테이저건을 쐈습니까, 안 쐈습니까?"
"쐈습니다."
"사람 얼굴에 쏴도 되는 겁니까?"
"빗맞은 겁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당시 경찰 진압과정에서 대터러용 장비인 테이저건(전기총) 사용과 관련한 질의에 답했다. 그의 말에 야당의원들과 청문회를 보러온 방청객들 사이에서 한숨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책상을 내리치기도 했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노조의 옥쇄파업 당시 경기경찰청장이었던 조 전 청장은 폭력적인 강제진압을 직접 지휘한 인물이다. 특히 인체에 치명적인 최루액을 기준보다 짙은 농도로 사용하고 테이저건까지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거기다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진압에 들어갔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조 전 청장이 청와대에 잘 보이려고 항명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조 전 청장은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노사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을 알고도 경찰력을 투입해 강제 진압했다'는 <한겨레> 보도에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경찰이 작전을 하려 했던 날 한 사람의 정리해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노조가)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며 "제 양심을 걸고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이러한 내용을 묻는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 질의 도중 "사실을 왜곡해 거짓으로 경찰활동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정의에도 반하는 것이고 국가정체성 유지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다가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지난 2009년 7월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노사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을 알고도 경찰력을 투입해 강제진압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것은 거짓말"이라며 부인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우 지부장(맨 오른쪽)이 답변하는 조 전 청장을 쳐다보고 있다. ⓒ 남소연


이날 <한겨레>는 경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당시 경찰은 노사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물리적 충돌을 일으킬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 때문에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이 파업 현장에 절대로 경찰력을 투입하지 말 것을 조 전 청장에게 수차례 경고했고 (조 전 청장이) 하도 말을 안 들어 경찰력을 투입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조 전 청장은 이날 당시 강제진압 결정 과정과 관련해서도 의원들과 충돌했다.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강희락 전 청장이 반대했지만 조 전 청장이 청와대를 찾아가 강제진압을 관철시켰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실제로 조 전 청장은 청와대를 찾아가 "강 청장이 작전하지 말라고 한 걸 설득해달라고 했다"며 "이후에 강 전 청장이 명령을 번복해 진압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심상정 의원은 "강희락 전 청장이 투입하지 말라고 했는데 조 전 청장이 청와대에 직접보고해 강 전 청장을 찍어 눌러 한 시간 만에 명령을 번복하게 만든 것 아니냐"며 "지방청장이 경찰청장의 의견을 묵살할 수 있냐. 심각한 위계질서 문란이고 항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이명박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항명하고 노동자를 상대로 진압장비 실험을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전 청장은 이후에도 "강희락 청장이 특공대 투입을 반대한 적 없다, 테이저건 사용을 반대한 것"이라고 말해, "강 청장이 투입을 반대해 청와대에 설득해 달라고 했다"는 자기 말을 뒤집어 의원들의 지적을 받았다.

은수미 "국정감사 실시해야"... 새누리당 반대

▲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관련 청문회에서 "쌍용차 사건은 한마디로 기획부도, 회계조작으로 인한 부당 정리해고와 사회적 타살”이라며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를 상대로 쌍용차의 법정관리 결정 과정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 남소연


이날 오후 청문회에서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의 근거가 조작됐다는 의원들의 질의가 계속됐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쌍용차의 구조조정 당시 다른 기업들도 많이 어려웠지만 쌍용차처럼 자신들의 손상차손을 늘려 재무제표를 낮추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기업이 정리해고 자체를 위해서 일부러 회계를 부실하게 만들어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은수미 의원은 "오늘 쌍용자동차 사측이 회생법을 어겼다는 게 분명해졌다. 청문회에서 밝혀진 회계 조작 부분은 단순히 청문회에서 끝날 문제는 아니"라며 "여당도 같은 문제의식이 있는 만큼 여야가 합의해 국정조사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으면 고발해 법적 조치를 받으면 된다"며 사실상 국정감사 제안을 일축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쌍용차 정리해고 이후 해고자와 그의 가족 22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회사 측과 해고노동자들의 시각이 어긋나는 모습을 보였다. 사측은 죽음에 애도는 표했지만 어떠한 책임감도 표현하지 않았다.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는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연이은 죽음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유감스럽고 죄송스럽고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망한 분들의 명예를 생각해서 말하기 어렵지만 그분들 중에는 정리해고와 관계없이 사망한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관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청문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이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사람이 여러 가지 감정으로 힘들 수 있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감정이 억울함이다, 억울함이 해소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이를 풀지 못해서 헤매다가 목숨을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고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심리치유센터 '와락'에서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정 박사는 "파업 이후 어디서부터 나왔는지 모르지만 해고노동자들에게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였다"며 "식구들을 부양해야 하는데 이들을 받아주는 곳이 없다, 쌍용차 해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다시 또 해고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 땅 어디서도 발붙이고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돼 삶의 끈을 놓아버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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