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쌍용차 사태 22명 죽음 앞에 '왈칵'
[현장] '힐링' 행보 나선 문재인, 쌍용자동차 심리치유센터 '와락' 방문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1일 오전 경기도 평택에 소재한 와락센터를 방문해 쌍용차 해고자 가족들의 억울한 사연을 듣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일주일 사이, 누군가 자살시도를 했다는 얘기를 세 번 들었어요. 3년 전과 조금도 변한 게 없어요. 여전히 우리는 죽음과 삶 사이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족의 말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휴지를 뽑아들 수밖에 없었다. 22명의 안타까운 죽음에 그치지 않고 여전히 삶을 끊어내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현실에 문 후보도 결국 눈물을 흘린 것이다.
문 후보는 21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와락 센터'를 방문했다. '와락'은 2009년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 이후 심리적·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해고자와 가족들,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힐링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그가 쌍용차 가족들을 '힐링'하기 위해 와락센터를 방문한 것이다. 하루 전인 20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관련 청문회가 열려 3년 만에 국회가 '쌍용차 문제'를 다룬 것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울음바다 된 '와락' 방문현장... "대통령 되셔서 우리 억울함 풀어달라"
센터 방문은 시작부터 눈물바람이었다. 문 후보를 만난 쌍용자동차 가족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부터 흘렸다. 문 후보는 눈물 흘리는 가족의 손을 잡고 "얘기하기 전에 눈물부터 나시네요"라며 "들으러 왔다, 가슴에 담아왔던 얘기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 말은 도리어 기폭제가 됐다. 문 후보 곁에 앉아있던 10여 명의 쌍용차 가족들은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신혜경씨는 "어제 청문회를 보는데 더 화가 났다"며 "잘못했다, 미안하다 말 한마디면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함봉득 쌍용자동차 기술연구소 대의원대표는 "22명이 죽을 때까지 정부는 뭐했나"라며 "조현오 경찰청장을 어떻게든 구속 시켜 죽은 22명 동지들의 한을 풀어달라, 이명박 정권에 대해 분명한 심판을 해달라"며 울먹였다.
이성호 쌍용차 무급휴직자 대표는 "쌍용차 사태 때 (공권력을 투입한) 주범이 이명박 대통령이다, 문 후보님이 대통령이 되셔서 우리의 원을 풀어달라"며 "회사는 청문회에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걸 풀 수 있는 건 대통령 밖에 없다"며 문제 해결을 부탁했다. 이 대표는 "쌍용차 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혀서 해고되고, 손해배상 가압류가 들어와 사회생활 자체를 할 수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해고자는 "나도 퇴직금에 가압류가 들어와서 정말 고통스럽다"며 "문 후보가 잘 되셔서 이런 상황을 풀어줬으면 좋겠다, 하루빨리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1일 오전 경기도 평택에 소재한 와락센터를 방문해 쌍용차 해고자 가족들을 껴안으며 위로하고 있다. ⓒ 남소연
문 후보는 "무급 휴직자를 1년 안에 복직시키기로 했던 약속도 못 지키면 회사가 나서서 취업 알선이라도 해줘야지, 압류를 걸어서 취업을 못하게 하면 두 번 죽이는 거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문 후보가 두 번째로 눈물을 닦아낸 순간이다.
권지영 와락센터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쌍용차 문제 진실이 뭔지 밝혀주시리라 믿는다"며 "3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에서 쌍용차 얘기가 진행돼 기대감에 차있지만, 이게 충족되지 못하면 심리적 마지노선이 깨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권 센터장은 "우리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나라에 살고 싶다"고 말했다.
문재인 "쌍용자동차 문제 내 과제, 다음 정부에서 꼭 해결하겠다"
문 후보는 "경찰력 투입은 어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스스로 밝혔듯, 청와대와 협의해 투입했다"며 "결국 청와대가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때 정리해고를 꼭 해야만 할 상황이었나 의문이 제기된다"며 "복직합의를 지키지 않는 것도 경영이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제시하지만 그마저도 신빙성이 없다"고 사측에도 문제제기를 했다.
문 후보는 "어제 청문회를 토대로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 정부에서 해결이 안 되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해결하겠다, (나의)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해고당한 분들, 가족들이 이제는 더 이상 죽지말자는 결의라도 해야겠다"며 "이제 조금씩 희망이 보이니, 꿋꿋하게 버티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금 똑 부러진 방안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21일 오전 경기도 평택에 소재한 와락센터를 방문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쌍용차 해고자 가족들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인 난타를 함께 배우고 있다. ⓒ 남소연
간담회를 마친 후, 문 후보는 센터 내에서 시행 중인 음악치료 프로그램인 '난타'를 직접 해보기도 했다. 나란히 북 앞에 선 쌍용자 해고자 가족들과 문 후보는 그제야 활짝 웃었다.
문 후보가 어색한 동작으로 연신 헛방질을 하는 것을 두고 진선미 대변인은 "후보가 시간차 공격을 하고 있다"며 "후보가 (난타를) 하는 걸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치유가 된다"고 웃었다.
상처받은 사람들끼리 치유하자는 의미로 '와락'이라 이름지었다는 권 센터장의 말에 문 후보는 가족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주었다. 그는 "내가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안고 갈테니 여러분은 다 풀고 치유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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