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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승리의 최대 과제, 이것에 달렸다

[서평] 이건범이 엮은 <안철수가 이길 수 있다>

등록|2012.09.22 14:36 수정|2012.09.22 14:36

▲ ⓒ 정은문고

대선판세가 3자구도로 짜였습니다. 박근혜와 문재인과 안철수, 그들 세 사람 말이죠.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종 구도가 되면 양자대결로 치닫게 될 걸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문재인과 안철수 중 단일화된 그 한 사람과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로 말이죠.

그들 두 사람이 단일화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문재인은 민주통합당이라는 당 지분은 있지만 안철수에 비해 바람이 약하고, 안철수는 그런 당의 지분은 없지만 그 현상은 막강하다는 것 말이죠. 둘의 통합이 개인간의 통합 차원이 아니라는 게 어려운 점이죠. 어쩌면 민주통합당은 지금쯤 안철수를 포함시키는 대선의 판을 짜려고 궁리들을 다하고 있겠죠.

이런 때에 과연 안철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과연 그는 정당을 새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정당 없이 지지층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할 것인가? 새누리당의 보수층 전현직 의원들과 민주통합당의 전현직 의원들을 대거 끌어모을 것인가? 아니면 참신한 인물들을 새로 발굴한 것인가? 뭐,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이건범이 엮은 〈안철수가 이길 수 있다〉는 책에는 그에 대한 묘책이 들어 있는 듯합니다. 이 책은 서울대 83학번 운동권 동기들 8명이 2012년 8월 7일과 21일 두 차례나 모여서 수다를 방불케 하는 이야기마당을 펼친 걸 엮은 것입니다.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스스로 찌그러진 인생을 살고 있다는 그들 40대 후반들의 생각이라 할 수 있죠.

사실 이들이 갖고 있는 혜안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들은 〈안철수의 생각〉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안철수는 분명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예견을 했습니다. 또한, 안철수는 좌파가 아닌데도 그 밑바닥에서는 진보적인 열망이 결집해 있다고 평가하고 있죠.

그들이 그런 통찰력을 갖고 있는 게, 그중 한 사람이 안철수의 중학교 3년 선배인 까닭일까요? 그건 결코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도 안철수처럼 대중의 바람을 읽고 있는 이유이겠죠. 중산층과 하층민이 그토록 바라는 정의와 복지와 평화의 열망 말입니다. 안철수는 그와 같은 시대정신을 '공정'이라는 틀 속에서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평화의 문제야 이명박 정부에서 너무 많이 겪어 왔기 때문에 더 그런 효과가 있을 수 도 있지. 하여간 박근혜나 문재인이 내거는 시대정신과 안철수가 내거는 시대정신이 180도 다른 게 아닌데도 안철수에게 대중의 염원이 몰리는 현상, 난 이런 게 바로 중용이라고 생각해. 어떤 동일한 판단을 제시했을 때 누구 말은 양다리 걸치기로 비치고 누구 말은 모두를 위한 지혜로 비치는 경우가 있잖아. 그 차이는 사람들이 보내는 신뢰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거거든."(50쪽)

서울대 83학번 운동권 동기들의 수다 '안철수와 문재인이 하나로 뭉쳐...'

과연 그와 같은 신뢰도를 안철수는 어떻게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요? 바로 그것이 현재 국민들이 품고 있는 마음이지 않을까요? 물론 그에 대한 지침도 이 책에서 제시해 줍니다. 이른바 문국현 현상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게 그것이죠. 그도 그럴 것이 안철수는 수평적 사고를 지닌 CEO라서 충분히 열린 자세를 견지할 인물이며, 결코 150억이라는 국고지원금에 눈멀 사람도 아니기에 정당출현과는 거리감을 둘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죠.

그래도 또 다른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과연 그가 국정을 장악하고 이끌어갈 능력이 있는 지도자인가 하는 것 말이죠. 지금 안철수가 뜨긴 떴는데 주변의 인재 밭이 있느냐 하는 것 말입니다. 물론 기존의 정당에 있는 사람들이야 자신들이 나서서 달라붙고 또 국정에 참여하고 싶겠죠.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국민들이 또 다른 염증을 느끼지 않을까요?

"그 에너지를 누가 움직였느냐? 지금 보면 그게 조직이나 세력이나 정당이 아니야. 나꼼수 네 명이 수백만을 움직인 거야. 무상급식은 김상곤이 움직인거야. 2008년 광우병 촛불 이거 무슨 세력이 움직였나? 여중생들이 움직인 거야. 이런 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건데, 그런 문제의식을 가진 수많은 조그만 그룹들이 막 움직이면서 그게 어느 지점에서 만나야지. 그럼 터지는 거라고. 그게 터지면 연대니 뭐니 하는 게 바로 따라붙을 테고."(157쪽)

과연 일리 있는 말 같습니다. 무슨 산악회니, 모든 클럽이니 하는 것들이 전국적으로 들풀처럼 타오르게 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겠죠.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SNS 선거열풍이 될 테니 말이죠. 그것이야말로 안철수 승리의 최대 과제이겠죠. 그런데 이미 문재인 후보 쪽에서 그걸 준비하고 있으니 그 또한 치열한 경쟁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그들 8명의 40대 후반들은 그것도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른바 〈안철수의 생각〉에서 꼼꼼하게 밝혀놓지 않는 정책 비전 말이죠. 민주통합당이 추진하는 부자증세와는 다른 '보편증세'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 다문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과 보완책들, 더욱이 교육개혁과 관련하여 이야기 한 '중장기적인 사회의 인센티브(incentive) 시스템 개혁'을 실천할 방안들 말이죠. 물론 그것은 수권역량을 갖춘 후에 발표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죠.

"문재인 쪽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라고. '호남에 가면 안철수 50, 문재인 10으로 되어 있는데 호남에서만 안철수를 뒤집으면 문재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의 단순한 사고를 하니까 안 되는 거야."(197쪽)

이른바 11월 중에 생각하는 안철수의 세력과 민주통합당의 세력 간의 세 대결을 이야기 하는 바입니다. 그들 8명은 그런 사고야말로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비판합니다. 오히려 민주통합당이 복원해야 할 존재감은 새누리당이나 안철수가 갖지 못하고 있는 장점을 찾는 거라고 이야기하죠. 얼마나 따끔한 질책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찌됐든 이 책에 등장하는 40대 후반의 8명은 안철수와 문재인이 하나로 뭉쳐 박근혜와 진검 승부를 펼칠 것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들의 바람은 2012년의 대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염원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것보다 더 멋지고 감격스런 대선 레이스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아무쪼록 안철수 후보도 참신하게 준비하고, 문재인 후보도 더욱 멋진 경쟁력을 확보하여, 서로가 아름다운 경쟁을 통해 재밌는 대선을 주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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