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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에 대북정책 미래 없다

[진단과 과제] 김정은 체제와 대북정책의 미래(하) '담대한 융합'을 제안하며

등록|2012.09.24 16:34 수정|2012.09.24 16:34

▲ 지난 7월 평양의 능라유원지 준공식에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모습. ⓒ 연합뉴스


나는 앞선 두 편의 글(개혁개방에 나선 북한? 착각과 현실 사이, 핵무기 있으니 이젠 경제개발?... 북한의 '착각')을 통해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경제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선군정치의 완성을 칭송하면서 선경(先經)정치로의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김정은 체제는 핵무기 보유를 이러한 전환을 가능케 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간주할 것이며, 이에 따라 김정은의 노선을 '핵보유-경제발전 병행 노선'이라고 이름 붙였다.

북한의 이러한 노선에는 경제회생의 절박성과 '남방개방' 시도의 절망감이 교차·반영되어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체제의 정당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민생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정은 체제는 경제발전을 위해 군부의 과도한 영향력 통제 및 내각의 위상 강화, 경제개선 조치 시행,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한 '북방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시에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20여년간의 남방개방, 즉 대남, 대미, 대일 관계 개선 시도가 일단 물거품이 되었다는 점에서 핵보유의 동기 역시 더욱 강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한-미-일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가시적이고 근본적이며 불가역적으로 철회되지 않는 한 핵무기를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와중에 북한이 대외 관계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남방'에서 '북방'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으로도 한-미-일 남방 3국과의 관계 개선 여부는 극히 불투명한 반면에, 중국의 부상과 동북 3성 개발 전략, 러시아의 동방정책 등으로 인해 북방개방의 기대효과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 대북정책의 딜레마

만약 북한이 핵보유를 전제로 개혁개방 노선을 추구할 경우 김정은의 북한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이는 차기 정부 대북정책의 가장 큰 숙제이자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 추진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고 또 협력해야 할 일이며 한국경제의 재도약과 해양-대륙 경제 연계를 가능케 하는 '블루오션'이다.

그러나 그것이 핵보유를 전제로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접근 방식과 유연성의 차이는 있었지만 한반도 비핵화는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대북정책의 전제이자 목표였다. 동시에 김영삼과 이명박 정부에서 명백히 확인되었듯이 '선핵폐기' 노선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남북관계의 후퇴만 가져올 뿐이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김대중-노무현의 대북포용정책의 계승·발전을 역설하고 있는 민주개혁 진영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수락 연설에서도 잘 나타난 것처럼, 야권은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을 대북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내세우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북핵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누락된 반면에 남북경제연합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지를 갖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북핵 문제가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속성이 있고, 경제공동체 건설을 포함한 남북관계 발전이 엄청난 기회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정책 방향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북핵 해결에 가시적인 성과나 전망이 없는 상태에서는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와 초당적인 협력, 그리고 원활한 한미공조를 구축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 보수 진영은 또 다시 '퍼주기론'을 들고 나올 것이고, 미국 역시 대북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한반도 비핵화로 삼고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발전에 부정적일 공산이 크다.

특히 한국 차기 정부의 남북경협 활성화 시도는 미국 주도의 대북 경제제재와 상당한 긴장관계가 있다. 미국이 강력한 전략물자통제체제를 지렛대로 삼아 남북경협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은 개성공단 사업에서 이미 입증된 바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지지와 협력 없이는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이 불가능하고,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비핵화 해법에 강해져야 한다.

▲ 야권의 대선 후보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 ⓒ 권우성/남소연


문제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대북정책 방향으로는 북핵 해결의 일대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북핵 해결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국이 말한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안보 우려 해소에 비해 경제적 지원과 협력은 부차적인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는 "튼튼한 안보의 바탕"을 대북정책의 전제로 깔고 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출마 선언에서 "평화체제는 역시 안보와 균형을 맞출 때 실현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 출마자로서 안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튼튼한 안보"를 대규모의 전력 증강과 한미동맹 강화라는 낡은 틀에서 사고할수록 북핵 문제 해결은 더욱 멀어진다. 더 많은 관심과 소통과 토론을 통해 안보정책을 재정립해야 할 까닭이다.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담대한 융합'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안보도 튼튼히 하고 북핵 해결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며 남북경제공동체 실현 및 한반도가 태평양과 유라시아를 잇는 중심축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유력한 방법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담대한 융합'에 있다고 본다. 즉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시간적인 선후 관계나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융합적 관점에서 접근해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하나는 한미동맹과 북한(혹은 북중동맹) 사이의 적대와 불신 관계가 바닥을 치고 평화와 신뢰 관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변곡점'을 찾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반면 북한은 한-미 양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할 의지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달성의 관건은 상호간 불신의 악순환을 신뢰의 선순환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 찾기와 실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거꾸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한미동맹의 대북적대정책 철회 의지를 가시적이고도 동시적인 이행을 통해 획기적인 신뢰 구축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남-북-미-중 4자 사이의 '최고 수준의 진정성 교환'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여러 의제들과 상호간의 요구들이 얽히고설킨 협상 구도에서 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절묘한 '실 고르기'를 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 속에 있다"는 말이 상기시키듯, 문제를 풀려고 하는 의지는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합의 실패나 이행 미비로 꺾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러한 경향은 전략적 불신이 강한 국가들 사이의 협상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는 "디테일 속에 있는 악마들"을 제거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도 대담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융합적 해법의 핵심적인 골자는 이렇다. 북한은 핵폐기의 시한과 방식에 동의하고 '과도기적 지위'로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한다. 이는 북한이 핵폐기 의사를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내용에 해당된다. 이와 동시에 남-북-미-중 4개국은 정전협정을 대체할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 제재를 해제한다. 이 역시 한미동맹이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평화관계로 대체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최고치에 해당된다.

융합의 백미는 비핵화를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의 핵심 조항에 담는 데 있다. 북한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핵무기와 핵물질을 폐기하겠다는 공약을 평화협정에 담으면, 비핵화와 평화협정은 한 몸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본' 평화협정을 제안한 이유는 이렇다.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결 선언, 상호 주권 존중, 상호 불가침 협약, 한반도 비핵화 등 중대하고도 원칙적인 합의는 기본 협정에 담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고려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북방한계선(NLL), 유엔사령부 및 주한미군, 군비통제 등 구체적이고도 까다로운 문제는 추후 과제로 넘겨 부속합의서 형태로 합의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협상안은 "평화협정 체결이 비핵화에 추동력을 부여할 것"이라고 주장해온 북한으로서도 충분히 고려해볼 법할 것이다. 또한 북핵 폐기가 준비된다면 평화협정을 체결할 의사가 있다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과도 친화성이 강하다. 무엇보다도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초당적 협력을 높이면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튼튼히 하고 새로운 한반도와 동북아 시대를 열 수 있는 유력한 접근법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차기 정부는 가능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2013년은 한반도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이자 북한이 NPT에서 탈퇴해 핵문제가 본격 대두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과 참여를 환기시킬 수 있는 '시간적 기회'이다. 또한 2013년은 6자회담 모든 참가국들에서 새로운 정부가 등장하는 해이다. 피로감과 비관주의를 극복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정치적 기회'인 셈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blog.ohmynews.com/wooksik)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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