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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주민 "한전의 대화 제의는 꼼수"

한전, 24일부터 공사 중단... 주민대책위 "공사 중간 기한, 법적 조치 취하" 요구

등록|2012.09.25 13:38 수정|2012.09.25 13:38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대화 제의를 한 가운데, 주민들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면피용 제스처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4일 한국전력공사는 농번기와 추석을 앞두고 이날부터 공사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한전은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대책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사전 실무회의'를 열 것을 제의했다. 한전은 주민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고소·고발 취하 문제도 논의해서 풀자고 밝혔다.

▲ '765kv 송전탑 반대 밀양대책위원회'는 밀양시청 앞에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다. ⓒ 윤성효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5, 6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가져가기 위해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공사'를 벌이고 있다. 밀양에만 총 69기의 송전탑이 들어서는데, 밀양 4개면(산외·부북·단장·상동면)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려 현장 농성 등을 벌이고 있다.

밀양 송전탑 사태는 국회 지식경제위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한전(시공사) 측으로부터 고소·고발과 손해배상청구를 당한 주민은 200명이 넘는다.

지난 5일 국회 지식경제위 현안보고 때 김중겸 한전 사장은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지식경제위 강창일 위원장은 "공사를 중단하고 대화에 임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국회 지식경제위는 한전에 대한 국정감사를 오는 10월 17일 열 예정이다. 한전은 공사 중단의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고 있다.

주민대책위 "한전은 꼼수 쓰지 말고 진정성 보여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4개면 주민대책위원회'(아래 밀양송전탑대책위)는 25일 낸 자료를 통해 "우리도 대화를 간절히 원한다. 그렇다면 한전은 꼼수를 쓰지 말고 진정성을 보여라"고 촉구했다.

밀양송전탑대책위는 "이미 '공사중단'과 '법적 조치 취하'의 두 가지 선결조건을 밝힌 바 있다"며 "송전탑 문제의 전반을 허심탄회하게 직접 대화하기 바라며, 이 대화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전 측의 대화 노력을 보여주기 위한 요식행위로 그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소 두 달 이상의 공사 중지를 통하여 그동안 갈등조정위원회, 제도개선위원회에서 실질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던 쟁점들을 충분히 다룰 시간이 필요하지만 한전은 공사 중단의 구체적인 기한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 측이 법적조치를 취하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밀양송전탑대책위는 "법적 조치 취하에 무슨 대화와 타협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느냐"며 "한전은 사실상 법적 조치를 취하하지 않겠다는 의사이며, 대화의 선결조건이 아니라 협상의 무기로 사용하겠다는 것으로밖에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전 측의 공사중단과 대화제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 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일시적인 제스처에 불과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밀양송전탑대책위는 "구체적인 공사 중단의 기한을 밝힐 것"과 "주민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즉각 취하할 것", "마을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한전 부산경남개발처 현장협상팀의 활동을 중단하고 협상 창구를 일원화할 것"을 요구했다.

한전은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밀양 송전선로 건설대책위원회'를 운영해 쟁점사항 해결과 대화 추진에 나서고 있다. 한전 측은 "주민대책위에 대화를 하자고 진정성 있게 제의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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