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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의 별미는 '봉지라면', 그 맛은 환상적

[서평] 이범구 외 3인의 <가족과 함께 떠나는 유럽 배낭여행>

등록|2012.09.25 14:51 수정|2012.09.25 15:41

책겉그림〈가족과 함께 떠나는 유럽 배낭여행〉 ⓒ 한울

여행은 인생을 풍요롭게 합니다. 더 넓은 세계관을 담을 수도 있죠.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이색적인 생활방식도 품게 되죠. 지역적인 특색도 새롭게 알 수 있고, 각 나라의 문화도 새롭게 접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학생들이라고 다르진 않겠죠.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은 어떨까요? 가족여행은 평소 소원해진 관계를 한층 돈독하게 할 수 있겠죠. 직장과 가정과 학교에서 서로가 힘들고 답답했던 부분들을 함께 풀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으니 말이죠. 또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충을 비롯해 자녀들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까지도 함께 몸으로 부대끼며 애환을 나눌 수 있겠죠.

물론 가족여행은 그 시야를 여러 곳으로 둘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한 나라의 지역을 향하든 몇 개국을 향하든, 그곳의 여러 곳들을 둘러본다면 그만큼의 피로감이 더하겠죠. 더군다나 아이들이 어리다면 더 쉽게 지칠 것은 뻔하고요.

이범구 외 3인의 <가족과 함께 떠나는 유럽 배낭여행>은 그 묘책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어서 좋습니다. 가족 간에 유럽 배낭여행을 떠날 때 호텔이나 민박집은 어떻게 예약을 할지, 유레일패스를 끊는 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박물관으로 초점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미술관에 중점을 둘 것인지 등, 그 꼼꼼하고 세밀한 여행 과정들을 찬찬히 읽어볼 수 있게 합니다.

가족 배낭여행의 '묘책'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책

보통 패키지로 유럽여행을 떠날 때 15일을 기준으로 할 때 300만 원 정도가 기본이죠.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가족들은 4인 가족으로 32일 동안 무려 유럽 6개 국가를 둘러본 셈이죠. 남편과 아내, 그리고 두 딸아이까지 합해, 모두 1800만 원 정도의 경비가 들었다고 하죠. 물론 그 속에는 아내의 시계가 포함된 가격이고요. 한 달 동안 그곳들을 둘러봤다니, 어쩌면 무척이나 저렴한 여행길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여행을 그 가격에 비할 바가 되겠습니까?

사실 이들 가족이 둘러본 곳들은 익히 알고 있는 곳들입니다. 첫 번째 관문인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입니다. 비행기로 영국에 도착하여 5일을 보냈고, 유로스타를 타고 프랑스로 가서 8일을 지냈고, 유레일을 타고 스위스로 건너가서 4일간의 일정을 소화했고, 또 유레일을 타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서 2일을 지냈고, 다시금 유레일을 타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9일을 보냈고, 마지막으로 페리선을 타고 스페인으로 가서 3일을 지낸 것이죠.

무슨 일이든지 시작이 반이라고 하죠. 이들 가족들의 여행도 시작이 반임에 틀림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항공권과 유레일패스와 유로스타표 등의 교통비를 미리서 체크하여 끊어 놓는 것을 비롯해, 분실을 우려해 여권을 복사하여 따로 소지하는 것, 그리고 유럽 전체 기차 시간표와 유럽 관광책자를 챙기는 것, 그리고 몇 가지 상비약과 함께 우산과 라면과 즉석 김밥 등 가장 요긴한 것들만 챙겨 가방을 간소화 한 게 그것이죠. 트렁크와 배낭이 무겁고 또 많으면 그만큼 유레일을 타는 데 힘들다는 까닭이었죠.

물론 이들 가족은 교통비와 2개국 숙박비로 973만 원을 선결제했지만, 나머지 900만 원은 따로 입금된 체크카드 2개를 발급받아 나머지 숙박비와 먹는 비용과 관광비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커피포트를 미리 챙기진 못했지만, 여행 중에 호텔 안에서 끓여먹은 봉지라면은 그 자체로 환상적인 맛이었다고 하죠.

'소매치기 대비'... 여권은 미리 복사해 놓으세요 

걸어가다 식사를 하기로 하고 민박집 아주머니가 추천한 식당으로 가는데 주머니가 이상해 뒤를 돌아보니, 한 젊은 놈이 내 바지 주머니를 뒤져 수첩을 꺼내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뭐하는 거야! 이 XX' 했더니 흘깃 쳐다보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냥 갔다. 이탈리아에서도 당하지 않았던 소매치기를 이곳에 와서야 당하다니. 한편으로 나 같은 놈을 노린 소매치기도 참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183쪽)

단체여행도 그렇지만 가족끼리 떠난 배낭여행에서도 만날 수 있는 소매치기 집단입니다. 사실 유럽이 관광 천국이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다고는 하지만, 그만큼의 어두운 구석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겠죠. 지갑에 들어 있는 돈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긴 했겠지만 얼마나 섬뜩했을까요? 어쩌면 그런 일들 때문에라도 여권을 따로 복사해 놓는 지혜는 두고두고 본받아야 할 일일 것 같죠.

이 책을 보니 큰딸은 중학생이고, 막내딸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으니, 유럽 6개국을 한 달 넘게 돌아다닌다는 게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 때문인지 중간 중간에 지쳐서 쉰 일도 있고, 또 유레일 안에서 서서 잠든 일도 있었다고 하죠. 그 모습을 본 유럽 사람들도 다들 신기해했다고 하니,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랬을까요? 그런 딸아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요?

그것이 박물관이든 미술관이든, 아니면 또 다른 유적지든, 한두 곳만 택해서 유럽을 여행하라고 조언한 이유였을까요? 그래도 이 여행 중에 감기에 걸린 사람이 아이들이 아니라 엄마였다고 하죠. 왜 그랬을까요?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일이기도 하죠.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동안, 내 아내가 내 옆에 다가와 살며시 한 말이 있었습니다. 올해로 결혼 10주년이라는 것 말이죠.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우리 가족도 함께 여행이라도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이들 가족처럼 유럽 배낭여행은 못 가더라도, 우리 가족도 올해가 가기 전에 가까운 곳이라도 한번 다녀오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때 이들 가족처럼 우리 가족도 함께 봉지라면을 먹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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