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밀양 송전선로 '위치변경' 은폐했나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자료 입수해 공개... 한전 "2007년 이후 변경 없다"
▲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은 26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전력공사 765kv 송전탑 공사의 위치 변경 은폐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 윤성효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로 갈등이 깊은 가운데, 한국전력공사가 송전선로 변경을 하고도 그것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위원장 장영달)은 26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지식경제부·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5, 6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가져가기 위해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를 벌이고 있다. 울주~경남(창녕)에 걸쳐 총 161기의 송전탑이 건설되는데, 밀양에만 69기가 들어선다.
송전탑 위치 변경 지적을 받고 있는 지역은 밀양시 부북면 퇴로리 일대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6월 국회 현안 질의 답변서에서 "2002년 당초 한전의 예정 경과지는 '평밭마을 뒤쪽'이 아닌 '최종 승인 경과지'이며, 경과지 변경은 없었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도당은 입수한 자료를 이날 공개하면서 '위치 변경 은폐'라 주장했다. 2006년 한국전력공사가 의뢰하고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가 수행한 <경과지 선정 용역 보고서>라는 제목의 자료다.
이 용역보고서에 보면 노선이 두 개가 나와 있다. 평밭마을 뒤쪽에 있는 노선은 '당초 경과예정지'이고 마을 앞쪽에 있는 노선은 '철탑위치 변경구간'이다. '변경구간' 노선을 보면 '평밭마을'뿐만 아니라 '희곡리'(보라마을), '대촌마을', '위양마을', '운주골'까지 영향을 받도록 돼 있다.
민주당 경남도당 "마을과 더 근접한 위치로 변경... 한전이 은폐"
▲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은 26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전력공사 765kv 송전탑 공사의 위치 변경 은폐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진은 2006년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가 수행한 <경과지 선정 용역 보고서>에 들어 있는 '밀양시 부북면 퇴로리 철탑위치 변경구간' 도면이다. 이 도면에는 노선이 두 개로 표시되어 있었고, '당초 경과예정지'와 '철탑위치 변경구간'이란 글자는 기자회견 자료를 만들면서 넣은 것이다. ⓒ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민주통합당 도당은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밀양 부북면 퇴로리 구간의 경우, 당초 경과노선은 '평밭마을 뒷쪽'으로 선정됐지만, 용역과정에서 오히려 마을과 더 근접한 '평밭마을 앞쪽'으로 변경된 것"이라며 "밀양시 부북·상동면 주민들은 지난 2002년 당초 송전선 경과 예정지와는 다르게 집단주거지에 더 가까운 위치로 송전선 경과지가 변경됐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경과지 변경은 없었다"고 한 한전의 답변서에 대해, 민주통합당 도당은 "한국전력은 대관협의까지 거친 송전선로 경과 예정지를 주민의 동의 없이 변경하고 은폐해 왔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국회에도 경과지 변경사실이 없었다고 거짓으로 답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송전탑 공사 반대를 외치며 분신자살했던 고 이치우(74)씨는 밀양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에 산다. 민주통합당 도당은 "희곡마을은 분신하신 고 이치우 어르신이 거주하신 마을로, 송전탑 위치변경으로 사업 대상지에 포함되게 된 것으로 확인돼 더욱 안타깝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도당은 "한국전력이 주민과 국회에 허위답변으로 기만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 또 지금까지 한국전력이 주민들에게 강요한 '눈물 한 방울', '피 한 방울'까지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도당은 "거짓 답변으로 국회를 기만한 한국전력 책임자의 대국회 사과와 문책할 것", "무고한 주민의 생명을 앗아간 송전탑 경로 변경사실을 은폐한 것은 밀양시민과 도민에 대한 기만행위이므로 이 또한 사죄할 것", "한국전력의 경과노선 변경 은폐와 각종 의혹에 대한 국회의 진상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한시적 중단이 아닌, 전면적인 공사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송전탑 공사 반대 목소리 계속... 한전, 공사 중단하고 대화 제안
▲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은 26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전력공사 765kv 송전탑 공사의 위치 변경 은폐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진은 장영달 위원장이 회견문을 낭독하는 모습. ⓒ 윤성효
이에 대해 한국전력공사 부산경남개발처는 이날 오후 한전 밀양지사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밀양 송전탑 피해 진상 조사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형황보고 때 질의를 받고 "경과지는 확정 전에 여러 노선을 검토했고, <경과지 선정 용역 보고서>에 나와 있는 노선안은 그 가운데 하나다"며 "그러나 지식경제부의 승인고시가 난 2007년 이후에는 변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밀양 송전탑 피해 진상 조사위원회' 소속 조경태·홍의락 국회의원과 당 관계자 10여 명은 이날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을 찾아 조사 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밀양시 부북면 대항리 평밭마을,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 등 4곳에서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전력공사는 농번기와 추석을 앞두고 지난 24일부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제의한 가운데,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25일 밀양시청 앞에서 '공사 중단 집회'를 열었다. 이병하 도당위원장과 이길종 경남도의원, 박봉열 김해시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이날 "추석을 앞두고 한전이 24일부터 공사를 일시 중지한다고 밝혔지만, 밀양 주민들의 불안과 분노는 여전하다"라며 "이번 한전의 일시 중지 선언이 부정적 여론를 의식한 '생색내기용'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고 밝혔다.
또 이들은 "오는 10월 5일부터 시작되는 19대 국회 국정 감사를 앞두고 한전의 '몸 사리기'는 아닌지, 오히려 위선적인 모습으로 또 한 번 밀양 주민들을 기만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꼬았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4개면 주민대책위'는 오는 10월 6일 밀양 상동면 체육공원 잔디밭에서 "밀양 765송전탑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로맨스조와 푼돈들' 달빛 콘서트"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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