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가 공무원을 울리는구나
[강원도 지역축제] 메기부터 가제, 다슬기, 소나기까지... 울고웃기는 에피소드
▲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 지난해 CNN에서 세계7대불가사의로 소개했다. ⓒ 신광태
강원도에는 지역축제가 유독 많은 편이다. 2004년도 강원도 18개 시·군에서 개최되는 축제는 74개에 불과했으나, 2012년 현재 161개로 늘었다. 강원도는 전국 세 번째로 축제를 많이 여는 자치단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축제가 늘었을까? 민선시대 이후 축제 개최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자치단체장들의 치적을 세우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지역 정서와 맞지 않는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강원도에 사는 기자는 축제에 얽힌 재미있고 엉뚱한 에피소드를 모아봤다.
중공군 이후 사람 대규모 방문, 이 동네의 비밀은?
2013년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는 1월 5일부터 1월 27일까지 23일간 열리기로 확정됐다. 2003년도에 시작돼 10회째를 맞은 산천어축제는 겨울축제로는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최우수 축제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산천어가 살지도 않는 동네에서 축제를 연다는 사실에 생태계 파괴 우려 등 반대의견도 많았다.
화천군은 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86%, 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6%. 나머지는 8%가 농지나 상가로 형성되어 있다. 이렇게 농지가 적으니 농업으로 승부를 할 수도 없다. 또 전국에서 유일하다 할 정도로 화천군의 진입로는 2차선 국도가 전부이다. 고속도로나 철로도 없다. 상황이 이러니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이 있을 리 없다.
이런 조건에서 '청정을 자원화하자'라는 구호로 시작한 게 산천어축제이다. 즉 산천어를 통해 화천을 전국 최고 청정지역으로 알려 적은 농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잘 팔아보자는 게 축제의 취지였다.
정갑철 화천군수(현 3선 화천군수)는 강물을 막고 축제를 준비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축제를 열려면 식당이나 상가 등지에서 입점을 해야 하는데 축제장 입점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었다. 첩첩산골인 화천, 그것도 추운 한겨울에 관광객이 오면 얼마나 오겠느냐는 것이 그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관광객 22만 명이 축제장을 찾았다. 한겨울 이렇다 할 즐길 거리가 없는 상황에서 얼음낚시는 관광객의 관심을 모을 것이라는 예감이 적중했다. 축제 첫해엔 서로 입점하지 않겠다는 상인들이 이듬해 2회 산천어축제 때는 서로 입점하겠다고 나섰다. 그 탓에 맛 콘테스트를 거쳐 입점시키는 일도 생겼다.
"한국전쟁 때 중공군이 내려온 이후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화천을 찾은 것 같아요."
축제시작 4년째인 2006년부터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화천을 찾자 연세 드신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 산천어 맨손잡기, 물에 들어가는 사람보다 구경꾼들이 더 즐겁다. ⓒ 신광태
"우리 집은 축제기간에 3000만 원 손해를 봤어요."
"아니 다른 가게들은 모두 상당한 매출을 올렸는데, 어쩌다가 손해를 보셨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동종 옆집은 1억3000만 원을 벌었는데, 본인은 1억 원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란다. 참 이상한 계산법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산천어축제 기간 동안 화천읍내 상가들은 많은 매출을 올린다. 과거 1년을 노력해야 겨우 기록할 매출을 20여 일 축제 기간 동안 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상가는 오전에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평상시처럼 식재료를 적게 준비해 겪는 '불상사'다.
공무원이 가재 잡기에 나선 사연
그렇다면 다른 지자체의 축제를 한 번 살펴보자.
○○자치단체에서 청정의 상징인 가재축제를 기획한 적이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가재가 있어야 축제를 열 텐데, 축제가 예정된 계곡에는 가재가 없었다. 다른 곳에서 가재를 잡아 그곳에 푸는 방법밖에 없었다.
결국 자치단체는 공무원들을 동원해 축제에 쓰일 가재 잡이에 나섰다. 그러자 언론과 환경단체들이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가재가 살수 없는 곳에 가재를 '이사'시키는 것도 문제였지만, 공무원들이 가재 잡이에 나선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는 논리였다.
또 △△군에서는 몇 년 전 다슬기 축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다슬기도 잡고 지역의 이미지도 널리 알린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그곳 또한 다슬기가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축제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자치단체 관계자는 많은 양의 다슬기를 사다가 계곡에 풀었다. 축제를 열 준비도 모두 마쳤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축제 전날 밤, 갑자기 많은 양의 소나기가 내리는 바람에 풀어놓은 다슬기가 모조리 떠내려 갔다. 결국 축제는 취소됐다.
◇◇군에서는 메기축제를 하기로 했다. 남부지역 메기양식장에서 낚시가 가능한지 실험을 했다. 메기들의 입질이 들어왔다. 축제 성공이 예상됐다. 많은 양의 메기를 구입한 뒤 얼음 속에 투입해 축제를 열었다.
그런데 웬걸. 메기들이 입질을 전혀 하지 않았다. 메기는 얼음 속 찬물에서는 먹이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당자가 몰랐던 거다. 남부지방과의 기온차이를 생각하지 않고 메기를 들여와 얼음 속에 투입한 게 문제였다. 메기의 활동 유도를 위해 얼음판을 두들기고 흔들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처음 시도한 메기축제는 실패로 끝났다.
축제 성공, 주민과 관의 화합이 관건
▲ 토마토 반지찾기화천 토마토축제, 토마토에 금반지를 넣어서 그 토마토를 찾는 것이 하이라이트. 축제기간 2일동안 2억원 어치가 넘는 토마토가 판매된다. ⓒ 신광태
오는 10월 3일부터 7일까지 강원도 양양에서는 송이축제가 열리고, 정선에서는 아리랑제(10월 1일~10월 4일), 속초에서는 설악 문화제(10월 5일~10월 14일), 춘천에서는 소양강 문화제(10월 5일~10월 7일), 강릉에서는 주문진 오징어축제(10월 11일~10월 14일), 횡성에서는 한우축제(10월 17일~10월 21일)가 열린다. 이 이외도 강원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10월 한 달 동안 상당히 많은 축제가 계획되어 있다. 가히 축제 천국이다.
그러나 축제를 추진하면서 관공서 위주로 진행하면 경직되고 결국 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고 주민들에게만 맡기면 '바가지요금' 등 상업주의로 흘러 관광객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축제 운영은 주민에게 맡기고 관에서는 계획수립, 예산지원 등 측면에서 지원을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축제가 개최되는 강원도. 축제로 주민이 단합하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며, 무엇보다 관광객이 즐거운 그런 강원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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