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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분석] '곽노현 유죄'... 대법원은 왜?

박명기, 1년6월 및 추징금 2억원... 강경선, 무죄 취지 파기환송

등록|2012.09.27 14:22 수정|2012.09.27 14:22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27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돼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잔여 형기를 복역해야 하고, 또 선관위에서 보전 받은 선거비용 35억2000만 원도 반납하게 됐다.

곽 교육감은 2010년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뒤에 상대 후보로 나왔다 사퇴한 박명기 교수에게 2억 원을 건넨 혐의로 작년 9월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 1월 1심에서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고 석방돼 교육감직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지난 4월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구속에 따른 교육감직 수행의 차질과 상고심에서의 방어권 보장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됨에 따라 검찰의 형 집행에 따라 수감돼 남은 형기인 8개월을 복역하게 됐다.

한편, 곽 교육감은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에 사후매수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가 기각되자 올해 1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여서, 지난달에는 대법원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이후에 대법원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010년 6월 서울시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중도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 원을 건넨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27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후보자 사퇴 후 그 대가를 목적으로 금전을 제공하거나 받는 행위를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고, 사실관계를 종합할 때 피고인 곽노현과 피고인 박명기는 서울시 교육감 후보자 사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거나 받을 목적으로 2억 원을 주고받아 위 규정을 위반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박명기 교수에 대해서도 징역 1년6월 및 추징금 2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전달한 혐의로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던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에 대해서는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위배 여부

재판부는 "후보자 매수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는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보수 또는 보상을 목적으로, 후보자였던 사람에게 금전·물품 등의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는 행위와 후보자였던 사람이 위와 같은 이익이나 직의 제공을 수수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처벌 대상을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후보자였던 사람에게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는 행위'와 '후보자였던 사람이 이를 수수하는 행위'에 한정하고 있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위 규정의 적용대상자와 구체적으로 금지되는 행위의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으며, 나아가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이 위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집행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따라서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과잉금지원칙의 위배 여부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이 후보자가 사퇴하기 전에 이루어지는 사전 이익제공·수수 등의 행위뿐만 아니라 후보자를 사퇴한 후 그에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후 이익제공·수수 등의 행위도 처벌하는 것은, 선거에 관한 정치·사회·문화·경제적 여건과 현실, 과거의 선거문화와 풍토, 선거의 공정성 확보와 선거부정 방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불가매수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선거부정행위로서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법자의 결단에 따른 조치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의 행위가 후보자 사퇴 또는 선거일 후에 행해짐에 따라 설령 사퇴행위 또는 당해 선거 결과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선거제도라는 관점에서 보면 위 행위는 엄연히 선거의 공정과 피선거권 행사의 불가매수성을 훼손하는 선거부정에 해당하므로, 이를 처벌하는 것은 위 규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므로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정치적·경제적 행동의 자유 등에 관한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 등의 위배 여부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가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후 이익제공·수수 등의 행위에 대해 사전 이익제공·수수 등의 행위와 마찬가지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법정형을 정한 것은, 입법자가 사전 이익제공·수수행위 못지않게 사후 이익제공·수수행위 또한 중대한 선거부정행위로서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는 결단을 내린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위 조항의 법정형은 상당한 재량의 범위를 인정하고 있어, 법관은 위 규정이 적용되는 구체적 사건에서 여러 가지 양형의 조건을 참작해 합리적이고 적정한 양형을 할 수 있으며, 나아가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할 수 있는 여지도 남아 있다"며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법정형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현저히 잃고 있다거나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함으로써 헌법상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의 죄는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후보자였던 사람에게 재산상의 이익 등을 제공하거나 후보자였던 사람이 위와 같은 재산상의 이익 등을 수수함으로써 곧 성립하고, 후보자 사퇴가 있기 전에 제공자와 수수자 사이에 재산상의 이익 제공에 관한 사전합의가 이루어지거나 이익제공 등의 행위가 당해 선거의 투표 종료 이전에 행해져야만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 곽노현이 박명기에게 경제적 부조를 할 만한 특별한 친분관계에 있지 않았던 점, 박명기가 곽노현을 지지하며 후보자를 사퇴한 것이 곽노현의 교육감 당선에 유리하게 작용한 점, 곽노현은 박명기에게 2억 원의 거액을 제공하기로 결정했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지인과 인척 등으로부터 상당한 액수를 차용한 점 등을 종합하면 곽노현은 박명기가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 즉 보수 또는 보상을 지급할 목적을 가지고 2억 원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 곽노현에게 피고인 박명기를 위해 경제적 부조를 한다거나 자신의 원활한 교육감직 수행을 위해 그 장애요소를 없앤다는 동기가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동기는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한다는 주된 목적에 부수된 정도에 불과해 위와 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명기 교수, 사퇴 보상받을 목적으로 곽노현에 금품 요구"

박명기 교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은 곽노현이 교육감에 당선된 후 곽노현 측에 후보단일화 조건 합의 이행을 수차례 요구한 점, 곽노현은 금전지급 합의에 관해 보고받거나 이를 승인한 적이 없다는 말을 듣고도 금전 제공 요구를 계속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박명기는 자신이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 즉 보수 또는 보상을 받을 목적을 가지고 곽노현에게 금품의 제공을 요구해 2억 원을 수수했다고 판단된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2억 원 전달한 강경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재판부는 "강경선은 금전지급 합의는 물론 서울시 교육감 선거 또는 곽노현을 위한 선거운동에 관여한 바 없고, 강경선은 곽노현이 부탁한 대로 박명기를 만나 요구사항을 확인한 결과 박명기가 채무초과상태에 빠져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 금전적 도움을 원하고 있다는 사정을 듣게 된 점, 강경선은 곽노현이 2억 원을 마련하는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다만 자금을 전달해 주기만 한 점 등에 비춰보면, 강경선에게 곽노현이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으로 박명기에게 2억 원을 제공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강경선은 금전지급 합의에 대해 곽노현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인식했고, 이에 곽노현이 부탁한 대로 박명기의 오해와 원망을 풀어주고 이를 통해 곽노현의 원활한 교육감직 수행에 도움을 주고자 박명기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알린다는 취지에서 곽노현에게 금전 제공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강경선이 2억 원의 제공이 후보자 사퇴에 대한 대가임을 인식했다고 판단하고, 이를 기초로 강경선이 곽노현과 공모해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2억 원을 제공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으니, 원심 판결에는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2호의 목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따라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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