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5년 악몽, 되풀이 않을 후보는 누구?
[2012대선 사실검증] '절반 고지서' 대 '저소득층 장학금'...어느 쪽 선택할까
▲ 지난해 9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사거리에서 경찰들이 도로 점거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을 강제연행하자, 한 학생이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울부짖고 있다. ⓒ 유성호
대학생들이 등록금 투쟁으로 인상 폭을 줄이기는 하지만 등록금을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 흔히들 '대학은 교수와 직원들에겐 평생 직장이지만, 학생들은 어차피 졸업하면 끝이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건 지 5년이 흘렀지만, 그 공약에 희망을 가졌던 많은 대학생들은 반값은커녕 등록금에 등골이 휜 채 이미 졸업을 해 취업난에 허덕인다. 대통령은 '퇴임하면 끝'이라 정부의 등록금 인하 노력도 미미하다.
이번 대선에도 마찬가지일까? 이미 '반값등록금'은 20대만을 향한 공약이 아닌 상황이다. 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50~60대와 곧 자녀 등록금 걱정을 해야 할 40대에게도 등록금 인하 공약은 지지 후보를 고를 때 핵심 사안이 돼버렸다. 누구도 헛공약을 내밀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주요 대선 후보 중 등록금 인하 정책이 가장 명확하게 나와 있는 쪽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다. 반면 가장 예산이 적게 들 것으로 보이는 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쪽이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았지만, 대학 개혁에 대한 방향성은 분명하다.
[문재인] 재정지원으로 등록금 내리고 대학 운영 감시 강화
민주당의 반값등록금 공약은 한명숙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소속 의원 전원이 서명해 국회에 제출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안과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나와 있다. 요약하면, 정부가 대학에 자금을 지원해 등록금 고지서상 등록금 액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에서 일정 비율을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는 지방재정교부금처럼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만들어 대학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학에 돈을 대는 만큼 대학 운영에 대한 고삐를 쥔다. 교부금을 신청하는 대학은 교육과학기술부와 '보통교부금 협약'을 체결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각 대학은 교부금의 사용내역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 보고할 의무 및 회계감사에 관한 사항, 법인전입금의 규모 등을 정부에 보고하게 된다. 정부는 경영 부실, 재단전입금 전입 부실 등을 이유로 교부금 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
교부금을 신청하는 대학은 등록금상한제를 준수할 의무를 진다. 정부가 매년 등록금 표준액을 정해 이 금액의 1.2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등록금 상한액을 공표하고, 이를 중앙등록금책정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했다. 중앙등록금책정위원회는 관계 공무원, 고등교육 전문가, 학부모 대표, 학생 대표, 회계 전문가로 구성한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이 정한 고등교육교부금은 구체적으로는 내국세의 일정비율(2013년 6%, 2014년 6.5%, 2015년 7%, 2016년 7.5%, 2017년 8.4%)을 고등교육교부금으로 편성해 고등교육 재원으로 쓰자는 것이다. 2017년까지 내국세 대비 고등교육교부금 비율을 8.4%까지 늘리고, 이후엔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투자를 OECD평균인 'GDP의 1%'를 기준으로 교부세율을 보정하도록 했다.
이 법안에 따라 당장 2013년 고등교육교부금 액수를 계산해보면, 내국세 예상액 179조4000억 원 중 6%인 10조7000억 원이다. 민주당은 이 중에서 4~5조 원이 현재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을 대체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이 지출하는 비용을 국가가 보조해 등록금 고지서에 찍히는 액수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이 고등교육교부금을 받아쓰면서 등록금 인하는 최소화할 가능성이 있어 실제 '반값등록금' 실현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민주당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교육부장관이 매년 등록금 표준액을 정하도록 했다. 동시에 등록금 표준액의 1.2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등록금 상한액을 정해 공표하고, 이를 중앙등록금책정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했다. 중앙등록금책정위원회는 관계 공무원, 고등교육 전문가, 학부모 대표, 학생 대표, 회계 전문가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 같은 방책에도 현재도 각종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부 대학이 회계자료 등의 제출을 거부하면서 교부금을 받지 않겠다고 나서면, 해당 대학 학생들에 대한 등록금 인하 효과는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반값등록금특위 관계자는 "등록금상한제도 각 대학이 교부금을 신청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할 요인이 될 것이고,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요구가 대학측에 큰 압박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내년 소득하위 20% 전액 장학금, 지급 대상 단계적 확대
▲ 18대 대통령선거를 100일 앞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반값등록금 국민본부 소속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반값등록금을 실현을 염원하며 108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현재까지 명확한 등록금 인하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내용은 '국가장학금 소득별 차등지급'으로, 지난 연말부터 새누리당이 마련해온 반값등록금 대책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현재 새누리당 정책위가 추진하는 '반값등록금' 대책의 목표는 2014년까지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는 것. 지난달 23일 박근혜 후보가 대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러분의 등록금 부담을 분명하게, 반드시 반으로 낮추겠다는 것은 여러분에게 확실하게 약속드릴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그의 등록금 인하 대책의 초점은 '국민이 부담하는 전체 등록금의 부담을 반으로 줄이는 것'에 맞춰져 있다.
현재 학생들이 대학에 납부하는 등록금 총액은 14조 원인데, 여기서 실제 학생들이 부담하는 총액을 7조 원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줄어드는 7조 원 중에서 1조 원은 대학의 재정·회계 투명화와 경영개선 등으로 등록금 자체를 내리고, 나머지 6조 원은 기존 장학제도에 새로이 3조 원 정도의 국가장학금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새누리당은 2014년까지 이 안을 현실화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득 하위 20%까지는 등록금 전액 지원, 하위 20~40%는 등록금 75% 지원, 하위 40~60%는 등록금 절반, 하위 60~80%는 등록금 25%를 지원한다는 안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현재 확실히 추진하고 있는 것은 소득 하위 20%에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것까지이고, 더 높은 소득구간에 대한 등록금 지원은 아직 더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확실한 것은 소득 하위 20%까지는 성적에 상관없이 각자 내야할 등록금 액수를 전액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2013년부터 하위 20% 전액 국가장학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누리당은 국가장학금 예산 6250억 원 증액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부 예산안에서는 5000억 원만 반영됐고 나머지 1250억 원이 예산안 심사에서 다시 추가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개인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경우,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새누리당은 '등록금을 많이 내린 학교에 정부 재정지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된 건 없다.
[안철수] 구체적 대책 '논의 중'... 재정지원·대학개혁·사회적 감시 강조
현재까지 대학등록금 대책이 가장 불투명한 쪽은 안철수 무소속 후보다. 출마선언이 늦은 만큼, 안 후보의 정책네트워크 포럼 '내일'이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 중이고 정책공약은 안 원장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후보는 지난 7월 출간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교육복지에 대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내용은 '대학개혁'과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통해 등록금을 낮추자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국가장학금 지급과는 결이 다르고, 문재인 후보의 고등교육교부금과는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안 후보는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도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안 후보는 "당장은 반값은 어렵더라도 적정한 수준으로 낮춰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단계적으로 늘리면서 대학들의 지출구조를 개선해 등록금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사회적 감시'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사학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해서 회계를 투명하게 하고 재단전입금을 늘리는 등 재단의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며 "기득권이 되어버린 일부 사학재단의 운영이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적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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