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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지배 하는데 왜 자꾸 깃발 꽂으려 하나"

[이털남 189회]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록|2012.09.27 21:47 수정|2012.09.27 21:47
동북아를 둘러싼 영토 분쟁이 불거지면서 한중일 3국의 갈등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센카쿠 열도(중국명 : 댜오위다오)를 두고 양국간의 민족감정이 매우 악화되었고,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을 시작으로 한일 관계는 다시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갈등 양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각국의 민족주의 정서가 국민들 사이에서 고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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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카쿠 진입한 대만에 물대포로 대응하는 일본25일(현지시간) 대만 어선이 영토 분쟁 중인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 열도) 인근에 접근하자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왼쪽)이 물대포를 쏘며 영해 진입을 막고 있다. 이날 대만측 역시 물대포로 대응한 뒤 항구로 돌아갔다. ⓒ 연합뉴스


27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한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한중일 3국의 영토분쟁 격화에 대해 "주기적 반복 현상"이라며 "일본 내 보수적인 정치인들이 민족주의에 호소하고 그것이 한국과 중국의 민족주의를 자극하여 갈등이 일본에서부터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독도의 경우 일본은 10년 전만 해도 국민이 다케시마 문제를 잘 모른다고 했다"며 "한일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일본 지식인들은 한국이 실효지배를 하고 있으니 조용하게 두면 되는데 이걸 두고 왜 마찰을 빚느냐고 한다"고 말했다. 마찰이 생기면 생길수록 더 많은 일본사람들이 알게 되고 우파정치인들은 그걸 정치적으로 남용할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될 것을 한일 관계는 더 악화가 되면서 독도문제는 더 부각이 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게 문 교수의 주장이다.

반면 문 교수는 "중국의 경우 입장이 조금 다르다"며 "청일 전쟁 승리로 대만을 식민지화하면서 흡수 합병한 것이 조어도(댜오위다오)이기 때문에 사실 중국 땅인데 일본 패전 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대만과 중국이 항의하지 않아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독도 때와는 반대로 일본이 오히려 조용한 외교를 한 상황이 바로 센카쿠 열도에서의 모습이었다는 것.

"한중일 3국은 과거 역사 때문에 서로 모순적인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어 문 교수는 한중 갈등을 빚고 있는 이어도 문제를 예로 들었다. "우리 배타적 경제 수역 내에 있는 이어도를 자꾸 우리 땅이라고 하니까 중국 네티즌들이 무슨 하자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닌지, 자꾸 문제제기하고 그래서 중국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것 아니냐"며 "실리 위주로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으면 되는 곳에 왜 자꾸 깃발을 꽂으려고 해서 문제를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이상 전쟁을 하지 않으면 땅을 빼앗아 갈 수가 없으니 민족주의적인 명분도 좋지만, 이젠 어느 정도 대범하게 실리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한편 문 교수는 "한중일 3국은 과거 역사 때문에 서로 모순적인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한쪽으론 굴종의 역사의 기억 때문에 갈등하면서도 한쪽으로는 경제 협력 등 연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협력의 범위를 어떻게 넓혀가고 갈등을 어떻게 좁혀나가는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유럽 연합은 장 모네나 로버트 슈만 같은 이상주의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한중일 관계에서 민족주의를 벗어나 이상적이고도 현실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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