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폐지 대책이 '악성댓글 필터링'?
방통위, 28일 게시판 관리 강화 방안 발표... 진보넷 "표현의 자유 침해"
▲ 지난 8월 30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 토론회 ⓒ 김시연
방통위가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위헌 결정 대책으로 중소 인터넷 게시판 사업자에 '악성댓글 자동차단(필터링) 시스템'을 보급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진보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는 28일 오전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한 '건전한 인터넷 게시판 문화 조성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악성댓글 차단 명목으로 도입된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위헌 결정한 데 따른 '후속 대책'이다.
방통위, '악성댓글 자동차단 시스템' 보급 추진
방통위는 "실명제 폐지로 게시판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의식이 약화돼 악성댓글이 증가하고 피해 발생시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피해구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사업자 '자율 규제'를 통해 악성 댓글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악플' 게시자 처벌 수위도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방통위는 현재 일부 대형 포털에서 적용하고 있는 '악성댓글 자동차단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중소 게시판 사업자들에게 보급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포털 사업자들이 만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를 통해 임시조치 기준과 처리 방법을 정하고, 게시자와 피해자가 합의 안 된 채로 3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인터넷 게시판 관리자의 손해배상 책임과 임시 조치시 감면 조항도 명문화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후속 대책'에 이번 위헌 결정을 이끈 시민단체에선 발끈했다. 장여경 진보넷 활동가는 "헌재 위헌 결정 취지는 잘못된 규제를 없애라는 건데 정부는 오히려 위헌 결정으로 규제 공백이 생긴 것처럼 잘못 인식하고 있다"면서 "사업자 자율 규제를 내세우지만 정부가 주도해 인터넷 내용을 규제하겠다는 것으로 그 자체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장 활동가는 "악성댓글 필터링 시스템을 정부가 자체 개발해 보급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명예 훼손이나 모욕은 이해당사자가 느끼는 감정이고 사회적 평판 침해도 결국 법원에서 판단할 부분인데 내용에 욕설이 들어갔다는 식으로 차단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아울러 악성댓글 피해자 요청시 해당 게시물 삭제나 '임시조치(접근제한조치)'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오남용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인터넷 내용 규제하는 건 표현의 자유 침해"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에 대해 박재문 방통위 네트워크정책국장은 "그동안 애매했던 부분을 명확하게 규정해 불법적인 정보들이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보완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악성댓글 필터링에 대해서도 "금칙어를 공개하고 사업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해 필터링에 대한 부정적 의혹 여지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장여경 활동가는 "정부가 본인확인제 위헌 후속 대책으로 할 일은 지난 5년간 포털과 신용정보기관에서 무단 수집한 주민번호 등 본인확인 정보를 모두 삭제하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오히려 KT 등 이통사를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해 주민번호 수집을 허용하기로 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진보네트워크센터는 27일 방통위에 그동안 본인확인기관들이 수집한 본인확인정보를 폐기하도록 행정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는 민원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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