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의 역습... 아이폰5의 진짜 대항마는?
[오마이뷰] '한가위 대전' 돌입한 옵티머스G-베가R3-갤럭시노트2 비교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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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앞두고 국내 출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 왼쪽부터 LG 옵티머스G, 팬택 베가R3, 삼성 갤럭시노트2. ⓒ 김시연
'안드로이드의 역습'이 시작됐다. 추석을 앞둔 지난 한 주 한국 스마트폰업계는 숨 가쁘게 돌아갔다. LG 옵티머스G를 시작으로 팬택 베가 R3, 삼성 갤럭시노트2, LG 옵티머스뷰2에 이르기까지 각 제조사를 대표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이 이통3사를 통해 한꺼번에 출시됐다. 여기에 지난 27일 안드로이드 진영을 대표하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한은 '화룡점정'이었다.
하필 9월 말에 신제품이 쏟아진 이유는 간단하다. 10월 국내 출시가 유력한 애플 아이폰5보다 먼저 국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아이폰5에 맞서려면 일단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끼리 경쟁을 벌여야 한다. 과연 이들 가운데 한국 스마트폰 자존심을 지킬 제품은 무엇일까? 옵티머스G, 팬택 베가 R3, 삼성 갤럭시노트2 등 세 제품 비교 체험을 통해 '10월 스마트폰 대전' 결과를 미리 예측해 봤다.
▲ “우리가 아이폰5 대항마” 옵티머스G-베가R3-갤럭시노트2 사양 비교 ⓒ 박종현
[멀티태스킹] 팝업 동영상에서 PC 뺨치는 '멀티윈도우'로 진화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요즘 신제품은 '사용자 경험'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전화 통화나 인터넷 검색 등 기본 기능 외에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쓰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신제품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멀티태스킹' 기능이다. 일반 PC처럼 2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띄워 동시에 작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멀티태스킹이란 현재 작업을 잠시 멈추고 이전 작업이나 다른 작업으로 넘어갔다 돌아오는 '화면 스위칭' 개념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PC 성능 못지않은 듀얼코어,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등장하고 화면도 커지면서 실질적인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졌다. 갤럭시S3에서 처음 선보인 '팝업 플레이'가 대표적이다. 작은 화면에 띄운 동영상을 보면서 다른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옵티머스G 'Q슬라이드'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동영상을 반투명으로 만들어 전체화면으로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작업에 방해가 안 되게 투명도를 조절할 수도 있지만 화질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 또 사용 대상이 단말기에 다운로드 받은 동영상과 DMB 시청에만 한정되는 것도 아쉽다.
반면 베가R3 '미니 윈도우'는 팝업 스타일을 유지하되 화면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게 했다. 또 동영상과 DMB뿐 아니라 음악 감상, 전자사전, 노트패드, 미니스케치에도 활용할 수 있다.
갤럭시노트2는 '팝업플레이'를 뛰어넘어 '멀티윈도우'를 선보였다. 아예 화면을 2개로 나눠 필요한 프로그램을 각각 불러올 수 있다. 자체 동영상이나 DMB뿐 아니라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인터넷 검색이나 노트 필기도 가능하다. 또 한쪽엔 DMB를, 다른 쪽엔 방송사 생중계 사이트에 접속해 TV처럼 2채널 동시 시청도 가능하다.
아이폰5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도 아직 진정한 멀티태스킹 기능을 선보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삼성 '멀티윈도우' 기능은 단연 돋보인다.
▲ 삼성 갤럭시노트2 멀티 윈도우 기능(위 왼쪽), 팬택 베가R3 '미니 윈도우' 기능(위 오른족), LG 옵티머스G 'Q슬라이드' 기능(아래) ⓒ 김시연
[문자 인식] 카메라에 잡힌 글자 번역하고 감정 인식까지
이밖에 직접 체험할 기회는 없었지만 옵티머스G 'Q트랜스레이터' 기능도 관심을 끌었다. 카메라로 간판이나 표지판 등을 비추면 문자를 스캔해 번역해주는 기능인데 인식 가능한 언어가 44개에 이르고 문장 단위까지 최대 64개 언어로 번역해준다고 한다. 음성이나 온라인상 언어를 번역하는 구글 번역에서 영역을 넓힌 것이다. 옵티머스뷰2에는 바로 적용되지만 옵티머스G에는 추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될 예정이다.
삼성 'S노트', LG 'Q메모', 팬택 '테스트액션' 등 필기 기능도 한층 강화됐다. 갤럭시노트2는 S펜을 활용한 에어뷰, 이지클립 기능이 돋보였다. '에어뷰'는 동영상을 보는 동안 스크롤바에 S펜을 근접시키는 것만으로 미리보기 화면을 고속 탐색할 수 있어 유용했다. 또 앨범 속에 든 사진들을 미리 본다든지 일정이나 이메일 목록에서 내용 미리보기도 가능했다. 이지클립은 화면이나 사진 캡처할 때 필요한 부분만 따로 떼서 저장할 수 있다. 다만 S펜 사용이 어색한 노트 사용자들에겐 여전히 '그림에 떡'일 수밖에 없다.
음성 인식에 이어 문자 인식 기능도 한층 다양해졌다. 베가R3에는 펜은 없지만 '텍스트액션'에서 손으로 입력한 글자를 명령어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10시 30분'이라고 쓰면 시간으로 인식해 알람 기능으로 연결하고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전화를 걸어준다. 또 '○○○?' 하고 글자 뒤에 물음표를 달면 '○○○'에 해당하는 웹 검색이 실행되고 노래 제목이나 가수 이름 뒤에 '#'을 입력하면 단말기에 저장된 노래가 재생된다.
'감정버블메시지'는 입력한 글자를 토대로 글쓴이의 심리 상태를 얼굴 표정 말풍선으로 표현다. "화났어"라고 쓰면 화난 표정의 말풍선, "정말 좋아" 하면 스마일 말풍선이 붙는 식이다.
▲ 팬택 베가R3에 적용된 감정버블 메시지 기능. 문자 내용을 인식해 적절한 감정 표현을 담은 말풍선에 담아 전달한다. ⓒ 김시연
[디자인] 베젤 줄여봤자 5인치... 성인 남성 한 손 사용도 어려워
디자인면에선 LCD 화면을 에워싸는 베젤 크기를 최소화해 그립감을 강조하는 추세다. 화면이 클수록 베젤도 커지게 마련이지만 제조사들마다 '제로 베젤'에 도전하고 있다. 4.7인치 옵티머스G는 커버 유리와 터치 센서를 결합한 '제로갭 터치' 공법을 적용해 4~5mm가 보통이던 베젤 크기를 3mm대로 줄였다. 베가 R3 역시 베젤 크기를 3.9mm로 줄인 덕에 가로 폭이 74.3mm로 같은 5.3인치 갤럭시노트(82.95mm)보다 9mm나 좁다. 갤럭시노트2 역시 5.5인치로 화면을 키웠지만 가로 크기는 80.5mm로 오히려 줄었다.
"휴대폰은 한 손으로 작동이 가능해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철칙은 아이폰5에도 어김없이 지켜졌다. 하지만 아무리 베젤 폭을 줄여도 5인치 대화면폰이 '한 손으로 쓰기 편한' 건 아니다. 손이 큰 편인 성인 남성도 베가R3를 한 손에 잡고 전화번호나 문자 입력하는 데 무리가 따랐다.
오히려 갤럭시노트2처럼 문자나 숫자 입력 시 오른손과 왼손을 구분해 한쪽에 키보드를 몰아주는 방식이 나아보였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3.5인치 아이폰조차 여자 손엔 큰 편이라는 얘기도 있을 만큼 '한 손 사용'과 '대화면'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 갤럭시노트2. 키보드 위치를 좌, 우 선택할 수 있게 해 한 손 입력을 돕고 있다. ⓒ 김시연
[배터리] 대용량 대세... '완충' 시간과 사용자 편의도 고려
아이폰의 단점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게 배터리다. 내장형(일체형) 배터리인 탓도 있지만 제품 두께와 무게 등을 감안해 배터리 용량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이폰5는 배터리 용량이 1440mAh로 는 것으로 추정되고 연속 통화시간도 8시간에 달한다. 이에 맞서 국내 스마트폰도 점차 고용량화되는 추세다.
아이폰과 같은 일체형을 시도한 옵티머스G는 2100mAh로 10.5시간 연속 통화가 가능하고 베가R3는 착탈식이면서 2600mAh 고용량을 택했다. 배터리 용량에선 3100mAh에 연속통화시간이 무려 16.5시간에 달하는 갤럭시노트의 압승이지만 용량이 전부는 아니다.
배터리 용량이 많을수록 충전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게 단점이다. 베가R3는 고속충전기술을 적용해 2~3시간이 보통인 '완전 충전' 시간을 100분대로 줄였다. 단말기와 배터리 동시 충전이 가능한 2포트 충전기 같은 배려까지 감안한다면 배터리 쪽에선 베가R3의 우세승.
[카메라] 1300만 화소 시대, 잘 나온 얼굴 합성까지... 활용도는 '글쎄'
카메라에선 1300만 화소를 채택한 옵티머스G와 베가R3가 돋보인다. 촬영사진 최대 해상도만 놓고 보면 베가R3의 경우 4192×3104으로 웬만한 DSLR 뺨친다. 카메라 기능은 대체로 평준화된 느낌이다. 기존 음성 인식 촬영이나 베스트 포토 외에도 이번엔 '베스트 페이스' 기능이 추가됐다.
갤럭시노트2와 베가R3의 경우 여러 사람을 찍을 때 5장을 연속 촬영한 뒤 각자 가장 잘 나온 모습을 골라 합성한 사진을 만들어준다. 다만 정면 얼굴이 아니거나 움직임이 심한 경우엔 얼굴 인식이 아예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실용성은 떨어졌다.
과유불급. 스마트폰도 아무리 좋은 기능이 많더라도 실용성이나 접근성이 떨어지면 없느니만 못하다. 또 세 제품 모두 아이폰5에 없거나 부족한 기능으로 저마다 '차별성'을 내세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아이폰 특유의 터치감과 휴대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활용, 무엇보다 단말기와 운영체제, 서비스가 최적화된 결합은 여전히 파편화된 안드로이드 폰들이 넘어야할 숙제다.
다만 한국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말처럼 '안드로이드 천국'이다. 삼성-LG-팬택 등 세계적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점유율 90%로 버티고 있고 소비자들 역시 대화면과 보조금에 익숙하다. '외산폰 무덤'에 뛰어든 아이폰5로선 세 제품 모두 만만찮은 상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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